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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5
February 2019

Special  ____  ICT는 재난·재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ICT재난·재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도시화는 인류에게 대규모 홍수와 가뭄, 폭염, 한파 등 자연재해를 전 세계에 일어나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재, 붕괴, 폭발 및 환경오염 사고 등 뜻하지 않은 재해는 에너지, 통신, 교통 등 국가기반체계 마비와 전염병 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재난이 복합 대형화되어 나타나게 됨에 따라 막대한 재산 및 인명피해로 이어지고 있는데 ICT를 활용하여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구제할 방법은 없는지 최신 기술중심으로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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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위험 발생 전 대피 경보를 울리는 ‘홍수 조기 경보시스템’

더 신속하고 정확한
재난·재해 예측이 필요하다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최신 ICT가 접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이 생명을 구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ICT는 다양한 형태의 재난 예방과 구조 서비스로 탄생하고 있으며, 데이터 분석을 통해 더욱 정확하게 발전 중이다.

일례로 유럽에서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바로 ‘홍수 조기 경보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제방에 감지 센서를 부착하고, 물의 속도 흐름 등을 측정한다. 측정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받아 분석하고,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대피 경보를 울릴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위협받는 일본은 바다 위 부유물에 GPS를 장착했다. 이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쓰나미 감시 시스템으로 바닷물의 높이와 방향 등을 알아낼 수 있도록 구축했다. 미국에서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을 911(미국 긴급구조 번호)에서 활용한다. 왓슨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응급상황과 출동 요청에 대한 우선순위를 자동으로 매기고 대응하며, 응급 의료 서비스에 적용해 최적의 대처 방안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도 재난·재해를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전시는 지난 1월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재난 예·경보 체계’를 운영 중이다. 본 시스템은 대전시 및 지역에 존재하는 다양한 재난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대전시는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면, 갑천을 비롯한 3대 하천 수위가 빠르게 오르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에 ‘지능형 재난 예·경보 시스템 체계’를 활용하면 화면 모니터에 하천 구간별 수위변화량이 실시간 표기되고, 위험 구간으로 인식된 곳에 대한 자세한 분석치가 나타난다. 이는 과거 수위 변동량과 기상 상황이 담긴 빅데이터를 시스템이 스스로 분석해 경보를 보내는 것이다. 곧이어 위험지역으로 인식된 곳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 재난문자서비스, 재난문자전광판, SNS 등으로 신속히 시민에게 상황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대전시는 기상정보, 지진 계측, 방사능, 대기오염, 화학물, 영상감시장치(CCTV)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해 상황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심해 6,000m까지 들어가 원격제어에 성공한 ‘하이싱(海星) 6000’ © 중국과학원 선양자동화연구소 / 재난 로봇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에 참가하여 우승을 차지한 휴보(Hubo) Jose Gil © Shutterstock.com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에서 개발한 스네이크 로봇 ⓒ Stanford

재난 및 사고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ICT

구조 로봇은 재난 현장이나 사고현장에서 구조 요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거나 위험이 따르는 구조 활동을 돕는 대표적인 ICT 사례 중 하나다.

현재 중국은 잠수 로봇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학원 선양자동화연구소 잠수로봇연구실은 원격 제어 잠수 로봇 ‘하이싱(海星) 6000’의 심해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 잠수 로봇은 최대 3시간 동안 해저 수압을 견디고 탐사할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Stanford Medical School)은 뱀처럼 생긴 특이한 모습의 로봇을 개발했다. 기다란 호스를 연상하는 이 로봇은 길이가 점점 길어지면서 상하, 좌우 어느 방향이든지 좁은 틈새만 있으면 뱀과 같이 계속 파고드는 방식이다. 마치 담쟁이덩굴과 같은 이 로봇은 최대 시속 35Km 속도로 최대 72m 길이까지 길어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물을 집어넣을 수도 있고 물을 뿜어 화재 진압도 가능하다. 또 좁은 공간을 통과하고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잔해에 갇힌 사람에게 물, 산소 등을 공급하기도 한다. KAIST에서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11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HuboLab)에서 휴보(Hubo)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2015년 미국 국방부가 주최한 재난 로봇대회(DARPA Robotics Challenge)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아울러 생명을 구하는 ICT 사례는 로봇에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긴급구난 서비스용 단말을 개발했다. 차량 ICT 기반 긴급구난체계(e-Call 서비스)는 교통사고가 나면 차량 내 탑재된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등이 사고를 인식하여 관제센터에 차량 위치 등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로, 이와 같은 서비스가 절실한 시점이었다. 연구진은 e-Call 서비스를 통해 향후 촌각을 다루는 환자의 골든타임을 이전보다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 사망률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Call(이콜) 서비스
교통사고 시 차량 내 탑재된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스마트폰 등이 사고를 인식하여 관제센터에 차량 위치 등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전송하는 서비스

실시간 재난 상황 전송, 화재 진압뿐만 아니라 환경 감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드론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위치와 현장 상황 등을 실시간 공유하고,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재난 대응 능력을 높여주는 ETRI의 스마트 헬맷

바다부터 하늘까지 구조 영역을 넓혀가는 ICT

재난에 있어 예방과 구조작업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조작업에 투입되는 구조 요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에 ETRI 연구진은 소방관의 재난 대응 능력 향상을 위해 사물인터넷 기반 소방관용 스마트 헬멧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생체 신호를 기반으로 위치 탐색, 영상과 데이터 통신, 현장 상황의 공유와 시각화 기능을 제공해 실외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재난 대응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다. ETRI 손교훈 선임연구원은 “아직 기술 단계지만, 재난 현장에서 ICT를 활용해 생존자 구조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안전하고 고도화된 소방 장비 개발로 소방관의 화재현장 대응 능력이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드론 역시 구조 작업에 활용도가 높은 ICT 중 하나다. 2018년 7월,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Mount Kilauea) 폭발 당시 드론을 활용해 용암이 흐르는 장면을 생중계해 많은 주민이 이를 확인하고 탈출할 수 있었다. 또 드론은 재난 감시뿐만 아니라 환경 감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일반 카메라는 물론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산림지역을 지나던 차량이 전복사고를 당한 이후 정확한 위치 파악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이때 캐나다 경찰의 적외선 카메라 순찰 드론이 운전자의 체온을 감지해 구조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ICT는 각종 사고,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면서 동시에 생명을 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ICT가 단순히 연구 개발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재난 대응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이 역할은 사람의 몫이다. 이에 국내외 연구진은 ICT를 활용한 생명을 구하는 기술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소방관용 스마트 헬맷
HMD 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탑재해 현장 상황을 신속하게 공유하는 IoT가 접목된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