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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2
January 2019

Interview  ____  미디어연구본부 김진웅 책임연구원

시공간을 뛰어넘는
홀로그램 기술, 새로운
예술 세계로의 초대

미디어연구본부 김진웅 책임연구원

최근 공연문화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공연예술에 홀로그램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이 기술은 유사 홀로그램으로 ‘진짜 홀로그램’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 홀로그램’ 기술은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ETRI가 개발한 ‘세계 최초 360도 컬러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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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360도 컬러 홀로그램의 동영상 재현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테이블 형태의 디스플레이 공간 위에 3차원 입체 영상을 재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다수의 관찰자가 동시에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일본의 국립정보통신연구원(NICT) 연구진 또한 이와 같은 연구를 했지만, 약 20도 내의 제한된 시청 각도에서만 관찰이 가능했죠. 그래서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현재 가장 완전한 홀로그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홀로그래픽은 빛의 회절과 간섭 현상을 이용해 3차원 영상을 기록하고 재현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재현된 영상은 특수한 안경과 같은 장치의 도움 없이, 마치 실물을 그대로 보는 것과 같은 입체감을 갖게 합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한 편의 영화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SF 영화인 <스타워즈>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영화 초반부에 레아(Leia) 공주가 자신을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홀로그램으로 전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저희 기술은 이것과 매우 흡사한 형태입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로는 약 4인치 크기의 3차원 입체 컬러 동영상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테이블 디스플레이 위에서 360도 모든 방향으로 컬러 홀로그램의 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시연 중인 미디어연구본부 김진웅 책임연구원(오른쪽), 김하얀 연구원(왼쪽)

‘테이블탑 컬러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어디까지 와 있나요?

인간은 오래전부터 디스플레이에서 3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많은 기술개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3D 디스플레이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수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어 보편화가 더디고 있습니다. 반면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은 실물과 같은 3차원 입체영상을 재현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3차원 영상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술이 상용화 될 만큼 성장한다면 기존 3D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기술에 요구되는 핵심 소자나 데이터 계산속도 등에 대한 성능 수준이 현재의 기술에 비해 워낙 높기 때문입니다.

ETRI가 개발한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그 구현 가능성, 유용성 등을 입증한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영상의 크기, 밝기, 화질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는 실용화를 위한 성능, 기능, 구조 향상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홀로그램의 실시간 획득이나 생성, 대용량 홀로그램 데이터의 압축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여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
투명한 속성의 매질(medium)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투사한 후 형상화하는 기술

* 매질(medium)
파동을 매개하는 물질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로 구현한 Guitar man

故 유재하와 스윗스로우의 홀로그램 라이브 공연 © KT

이 기술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최근 몇 년 사이 대중 앞에 새롭게 등장한 ‘공연장에서의 고화질 홀로그램’은 유사 홀로그램으로써, 특수한 효과를 이용해 마치 홀로그램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2차원 영상기술입니다.
이 기술을 통해 지난해 8월, 故 유재하가 서울 마포구의 한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발라드 황제로 불리며 데뷔했을 때 모습 그대로였는데요. 유재하가 노래 ‘지난날’의 첫 소절을 부르자, 옆에선 ‘스윗스로우’가 뒤 소절을 따라 불렀습니다. 2002년 데뷔한 스윗스로우와 1987년 세상을 떠난 유재하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차원 영상기술 덕입니다. 이 영상기술이 공연예술과 어우러져 대중들에게 새로운 예술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목에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의 미래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360도 영상 획득 및 재현이 가능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은 물체와 구조물, 지역 등 3차원적 관찰과 이해가 필요한 분야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교육, 훈련, 건축,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죠. 요즘 인공지능이 많이 활용해 연구되고 있는데, 인공지능을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게임을 포함해 예술 공연, 의료 등의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실감 3D 인터랙션 경험’을 통해 ‘사용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감성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죠. 그야말로 새로운 콘텐츠, 세상 어디에도 없던 콘텐츠의 탄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지난 10년 동안 3D 입체 영상 기술을 연구했습니다. 3D 입체영상 기술은 많은 사람이 원하는 기술인데도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혀 보편화 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얻은 답이 바로, 디지털 홀로그래픽 기술입니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이 실제 상용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 10년이에요. 지금은 워낙 ICT 성장 속도가 빠르니까 10년 이내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이 연구를 더욱 완성도를 높혀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의 실용화를 꼭 가능하게 하고 싶습니다.

Editor epilogue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롭게 바뀔 우리의 미래 생활상을 상상하게 된다. 예술 전반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홀로그램 연출이 가능해져,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작품이 새로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또 간단한 기기 하나만 갖추고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3차원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만 꿈같은 이야기지만 결국에는 이루어질 미래다. 김진웅 책임연구원은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되는 것이고, 더 나아가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까지 접목되는 것입니다.” 텔레프레즌스란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가상현실을 구현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는 로봇을 매개체로 다양한 원격 업무, 교육 등에 활용중이다.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기술이 텔레프레즌스를 구현하는 매개체가 된다면, 정말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일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바로 앞에 상대방이 손바닥위에 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아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술이지만,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응용이 가능할지 홀로그램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