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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2
January 2019

Special  ____  예술과 ICT의 만남,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열다

예술ICT의 만남,
새로운 창작
지평을 열다

그동안 ‘예술’은 인간만이 창작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급속도로 과학기술과 ICT가 발전하면서 예술의 범주가 변화하고 있다. ICT를 활용한 공연예술은 물론,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성큼 들어온 인공지능은 작곡, 그림 분야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ICT가 문화와 예술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보여주는 놀라운 모습들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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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 드림(Deep Dream)을 통해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을 재해석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선보인 1,218대의 드론 오륜기 © intel

ICT, 공연예술의 미래를 그리다

ICT의 발달은 분야에 한정 짓지 않고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예술의 지평을 넓히는 현상도 발견된다. 특히 AR, VR, 드론, 홀로그램, 미디어 등의 분야는 예술과 접목되기 위한 시도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드론 쇼’는 무려 1,218대의 드론을 활용해, 올림픽 오륜기 및 마스코트 수호랑을 하늘에 수놓았다. 이는 SW의 꽃인 프로그래밍의 성공과 동시에 드론의 안전성과 통신·제어 기술을 입증하는 결과였다. ICT는 이를 통해 세계인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해주었다.

또 다른 분야로 홀로그램이 있다. 만약 십수 년 전 세상을 떠난 가수가 생전의 모습 그대로 공연장에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2014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 공연장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공연이 펼쳐진 것이다. 2018년 8월 서울 누리꿈스퀘어 K-Live 무대에서는 30년 전 작고한 가수인 유재하가 나타나 ‘스윗스로우’와 ‘지난날’을 함께 불러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바로, ‘홀로그램 기술’ 덕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홀로그램 기술은 대상이 실제로 눈앞에 있는 듯한 입체감을 주는, 실감형 콘텐츠로 발전해왔으며, 앞으로의 성장과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연장에서 사용된 홀로그램은 유사 홀로그램으로, 2차원 기술에 특수 효과를 입힌 영상 기술이다. 따라서 360도 어느 방향에서나 다수의 관찰자가 동시에 볼 수 있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구현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故 유재하 홀로그램 라이브공연 모습 © 3DFACTORY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일본의 국립정보통신연구원(NICT) 연구진도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구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혀 제한된 각도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홀로그램의 기술은 어느 단계까지 와있을까? 현재로서 가장 완전한 홀로그램 기술은 ETRI 미디어연구본부에서 개발 중인 ‘테이블탑형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다. 현재 기술은 약 4인치 크기의 3차원 입체 컬러 동영상을 재현하고, 어느 각도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향후 성능, 기능, 구조 향상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존 3D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교육·훈련·건축·국방·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화가 ‘딥 드림’이 프랙털을 통해 그린 그린 새 © deepdreamgenerator.com

인공지능이 그리는 그림 이야기

최근 인공지능이 활발하게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는 그림이다. 대표적인 인공지능 화가는 구글에서 탄생시킨 ‘딥 드림(Deep Dream)’으로 구글 딥 드림은 구글 리서치 블로그에서 배포한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통한 시각화 코드를 말한다. 딥 드림은 구조가 비슷한 패턴으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프랙털(Fractal)을 통해 그림을 그린다.

프로그램에 새의 이미지(왼쪽)를 입력하면, 알고리즘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오른쪽)가 나온다. 이 알고리즘은 먼저 이미지 속 요소 하나하나를 나누고, 어떤 물체인지를 인식하는 특정 패턴을 찾는다. 인공지능은 이미 학습을 통해 알고 있는 패턴을 적용하여 자신이 아는 인식 결과로 나타나도록 이미지를 변화시켜 주는 셈이다. 그 결과, 단순한 새의 이미지에서 원과 선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패턴의 이미지가 재탄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은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간단히 정의하면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이와 같은 원리를 모방해 수많은 데이터에서 패턴을 스스로 발견하고 찾는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보이는 모든 대상을 추상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로 바꿔준다.

딥 드림의 원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도 있다. 바로 딥 드림에서 ‘질감’까지 인식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기존 이미지 내용은 그대로 보존한 채 이미지의 질감만 만들어 새로운 이미지를 얻어 내도록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다. 한편, 네덜란드의 렘브란트 미술관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 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를 개발키도 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과 비슷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 화가를 구현한 것이다. 더 넥스트 렘브란트는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 346점을 안면인식 기술로 분석한 뒤 3D(입체) 프린팅 기법을 통해 유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질감과 채색 방식을 재현하기도 했다.

더 넥스트 렘브란트
렘브란트가 그린
초상화을 안면인식
기술로 분석, 3D(입체) 프린팅 기법으로
유화 채색 방식 재현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가 렘브란트 화풍을 재현해 그린 초상화(왼쪽) © The Next Rembrandt
<서른네 살의 자화상> ©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오른쪽)

구글의 예술 창작 학습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마젠타 프로젝트

음악과 인공지능의 접목

미술과 더불어 또 다른 예술 영역인 음악 부문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는 구글의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가 있다. 마젠타 프로젝트는 구글이 영국의 딥마인드와 협력해 약 천 개의 악기와 30여만 가지의 음이 담긴 DB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으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특성을 가진 음색을 만들고, 새로운 악기를 만드는 것이다. ICT를 창작의 영역으로 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마젠타 프로젝트는 2016년 6월 구글의 머신러닝 기술인 텐서플로(Tensor Flow)를 활용해 작곡한 9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공개했다. 다만, 이 곡 역시 인공지능이 작사한 피아노곡에 사람이 연주하는 드럼과 오케스트라 반주가 추가되었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과 음악 작곡을 접목한 사례가 등장했다. 영국의 음악 관련 스타트업인 주크덱(Jukedeck)이 국내 음반제작사인 ㈜엔터아츠와 협력해 설립한 음반 레이블 A.I.M(Arts in Mankind)이다. 엔터아츠는 지난해 2월 ‘세계 최초 인공지능×인간감성 음반 레이블’을 내건 A.I.M 출범 쇼케이스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역시 인공지능이 음악을 작곡하면 사람이 가사를 붙이고 편곡한 뒤,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누구든지 작곡가가 되는 세상이 열린 셈이다.

예술과 ICT의 만남은 현재진행 중이다. 드론이 하늘을 날아 땅에서 본 전경 이상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켜 가치를 담아내고, 유사 홀로그램이 작고한 뮤지션의 모습을 되살려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이처럼 ICT와 예술의 만남은 머지않아 우리 생활 곁으로 수없이 다가올 것이다. 그동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삶들이 어떻게 또 다른 감동으로 우리에게 자리할지 자못 기대가 크다.

주크덱(Jukedek)
국내 음반제작사인
엔터아츠와 협력해
세계 최초 인공지능과
인간의 감성을 더한
음반 레이블 A.I.M 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