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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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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오뎅탕, 국물이 끝내줘요~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 엊그제 지나갔다.
요 며칠 추운 곳엔 첫눈이, 덜 추운 곳엔 비가 내렸다.
"이제부턴 겨울입니다!" 안내방송을 하듯 찬바람이 슝슝 불고 있다.
이런 날씨에 유독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어묵, 어묵탕 그리고 오뎅, 오뎅 국물...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무슨 상관이랴, 맛만 좋으면 되지... 뜨끈하면 더 좋고!
'부산오뎅'이란 단어가 대일밴드 만큼이나 입에 착 붙는 '어묵의 고향' 부산에
70가지 맛의 어묵을 직접 만들고, 먹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 봤다.

부산 하면 '어묵'

생선의 살을 으깨어 소금 등을 넣고 반죽하여 익혀서 응고시킨 식품, 어묵.
어묵은 1876년 무역항 개항과 더불어, 우리나라 부산으로 처음 상륙했다.
1945년 광복을 맞아 일본인이 운영하던 가마보꼬(어묵의 일본말)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이 이를 인수해 좀 더 대중화됐다.
당시 풍부했던 수산자원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비해 고단백질식품으로 정부에서는 어묵을 영양식품으로 장려하기도 했다.
1950년대, 전쟁통에 수많은 피난민들이 부산에 모여들면서 먹을 게 없던 그 시절, 어묵은 그야말로 '맛좋고 영양많은' 최고의 식품이었다.
이후 1970년대부터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주변에 많은 포장마차가 생기게 되었고, 어묵은 길거리 음식으로 대중화 됐다.

부산은 원재료가 풍부하고 수요가 많으니 자연스레 어묵공장이 하나둘 생겨났고,
더불어 어묵기술자들이 늘어나면서 언제부턴가 '어묵의 고향'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부산지역에는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수제어묵장인들이 많을 뿐 아니라,
생선살의 함량이 70% 이상으로 유지하여 어묵의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일까, 전국에서 생산되는 어묵의 약 34%가 바로 '부산어묵'이다.

어묵장인들이 만드는 진짜 부산어묵

63년 전통을 가진 삼진어묵은 1953년에 창업주가 일본 가마보꼬 공장에서 일하며 어묵제조기술을 배워와
부산 영도 봉래시장에서 어묵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3대째 이어오고 있다.
2013년, 어묵제조시설 최초로 어묵 공장을 개조해 1층에는 어묵 베이커리가,
2층에는 어묵의 역사와 어묵생산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역사관이 문을 열었다.
매장 문을 열자 단정한 쟁반에 70종류의 어묵들이 진열돼있었는데,
생선살이 70~80%가 함유된 어묵들은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했다.
어묵 제조만 40여 년이 넘은 수제어묵 장인들이 만든 음식은 길거리 음식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영양 음식으로 진화해온 것.

베이커리 벽면에는 수제 어묵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어묵은 맷돌배합-수제어묵공정-저온숙성-수제튀김공정-스팀공정 순으로 제조된다고 한다.
맷돌의 절구는 물고기의 섬유를 파괴하지 않고 바위의 성질은 작업할 때 온도 변화가
적어 탄력 있는 어묵을 만드는 데 적합한 도구이기 때문에 이를 고집한다는 것.
저온숙성과정을 거치면서 쫄깃쫄깃한 육지로가 담백한 맛이 한층 더 살아나게 되고,
장인들이 직접 튀겨내 스팀에 찌면 수분함량을 유지하면서 탄력과 식감이 살아있는 담백한 어묵이 만들어진다.
형형색색의 어묵들을 쟁반에 담아 한 입씩 맛을 보니, 금세 배가 불렀다.

남는 게 없더라도 좋은 재료를 써야 한데이, 다 사람 묵는거 아이가~

1층 어묵베이커리에서 어묵을 맛보고 2층으로 올라가 체험·역사관을 둘러봤다.
남녀노소에게 인기 있는 음식인 만큼 체험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자신만의 어묵을 만들고 있었다.
특히 어묵에 대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버린 어묵고로케가 가장 인기를 끌었다.
또한 어묵에 콩, 단호박, 고구마, 연근, 파프리카, 치즈, 생강 등 자신의 입맛에 따라 다양한 재료로 맛을 더하는 듯 했다.
체험관 옆 역사관에는 제조에 쓰이는 어묵틀과 어묵칼 등이 전시돼 있었다.
베이커리부터 체험·역사관까지 돌아보면서
앞으로도 70년, 80년을 넘어 100년 기업이 되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자 개인적인 인생 목표라고 전하는 어묵장인들의 어묵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전통을 지키면서 시대에 발맞춰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추억의 맛으로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음식이 부단한 노력으로 새롭게 진화돼 대표 먹거리로 자리 매김한 어묵을 통해서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언가 특별한 이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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