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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개방하고 협력하는 ETRI를 기대하며

"기술로 사람을 돕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며 인재를 키우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주)코이노 오주병 대표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원격지원·원격제어 제품이
글로벌 SW 기업들과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만큼 회사를 탄탄히 키워왔다.

ETRI에서 일한 짧고 굵은 연구 경험들이 회사를 경영하는데
든든한 밑바탕이 돼주었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세계 시장을 향해 힘차게 도약 중이다.

안녕하십니까? (주)코이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오주병 입니다.

연구원을 떠나 비전을 좇아 회사를 운영한지 어느덧 16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원격지원 소프트웨어 ‘애니서포트’(www.anysupport.net)를 통해 3000여 개 기업과 하루 평균 3만 명의 고객들을 지원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회사 원천기술인 영상상담기술을 이용하여 국내 30만 명의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대화 중계서비스를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안내서비스 및 원격진료와 관련된 서비스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소소한 행복이 가득했던 ETRI

제가 연구원에 6년 정도 밖에 근무하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좋은 추억이 많은 곳입니다. 봄에는 철쭉꽃이 자태를 뽐내고, 가을이면 단풍 아름답게 물들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덮이는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가끔씩 점심 식사 후 거닐었던 아름다운 산책로, 점심때마다 운동했던 1연구동 배드민턴 코트... 모두 이제는 추억이 되었네요. 특히 제가 활동했던 기독교 신우회 ‘다락회’ 선후배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선후배들을 통해 도전을 받고 연구원의 동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구소에 가장 고마운 것은 ETRI 덕분에 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근무할 당시에는 인터넷과 웹이 한참 활성화 되고 객체지향기술이 이슈가 될 때였습니다. 제가 연구했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 플랫폼 개발'이라는 과제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가상의 공간에서 함께 화상회의를 하고, 문서를 같이 보면서 공동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였습니다. 시기적으로 너무 앞선 개념이라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 연구로 다양한 원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ETRI가 사업의 단초를 제공한 셈이니 제겐 늘 고마운 곳 입니다.

영양제와 진통제 사이의 딜레마

처음 회사를 창업할 때는 핑크빛 미래를 꿈꿨습니다. 기술이 있으면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영업 전략에 대해 소홀했었습니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창업이 곧 성공처럼 회자되던 때였으니 저도 곧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창업 후 6개월이 지나면서 가지고 있던 자금이 바닥나고, 머릿속에는 온통 자금압박에 대한 걱정만 가득 찼습니다. 개발한 제품인 인터넷 콜센터 솔루션을 팔기 위해 회사를 만나고 영업활동을 하였지만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았고, 회사는 정부 연구개발 과제의 도움을 받아 운영해야 했습니다. 어렵던 시기가 한차례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창업 후 3년 정도에 다시 이전보다 더 힘든 시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는 연구원에서 익힌 기술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시장보다 너무 앞선 기술이었고,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한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영업에 어려움이 계속되었습니다.
연구만 잘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것만큼 영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영업을 위해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돌입하였습니다. ‘지금 만든 제품이 고객들에게 영양제인가 진통제인가?’, ‘나는 양동이를 나르고 있는가, 송수관을 만들고 있는가?’를 분석 해보니 처음 개발한 ‘인터넷 콜센터 솔루션 라이브웹’은 영양제였습니다. 크고 돈 많은 기업만이 살 수 있는 이 제품은 팔리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바로 구매 중단으로 이어지는 위험요소가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수요자가 한번 사용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이 ‘원격지원 애니서포트’입니다.

글로벌 공략에 박차

결론적으로 진통제 성격의 제품은 팔기 쉽다는 것을 온라인 상담과 원격지원 제품을 영업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2005년부터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양동이가 아닌 송수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가의 단품을 파는 것보다는 가격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라이센스 사용료를 받고 많은 고객을 확보해 회사가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였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모델이 일반화 되었으나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간 모델이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익도 나지 않았고 고객 확보도 어려웠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지금은 약 3,000개의 회사들이 매월 사용료를 내면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많은 고객들을 확보해 매달 매출이 발생하는 송수관을 만든 거죠.
무엇보다도 제가 회사를 경영하며 여러 가지 상황들을 겪을 때마다 기도를 통해 주님의 지혜를 얻었던 것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 지금은 더 큰 꿈과 계획을 갖고 세계로 나아가는 단계입니다. ‘코이노’라는 사명에 회사 비전이 함축돼있는데, 성경에 나오는 ‘코이노니아’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친교, 커뮤니케이션, 사랑을 뜻하는 이 말처럼 주님 안에서 지속 가능한 회사를 만들어 임직원들과 함께 성장하고,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이런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서 세계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습니다. 저희는 대리점이나 현지에 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개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원격진료와 IoT기반의 제품을 개발하여 대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잘 이행이 된다면 진료로부터 소외된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TRI라는 울타리에서 함께 하길

창업 후, 우리 회사와 ETRI 간에 특별한 협력은 없었습니다. 창업 당시에는 협력할 방법을 잘 몰랐고, 중소기업과 ETRI라는 큰 조직이 협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라고 스스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회사를 운영하며 타 기업들과는 많은 협력을 하면서 동문인 ETRI와는 그런 관계를 갖지 못한 점이 늘 아쉽습니다. ETRI와 ETRI를 떠난 동문끼리 서로 도와서 함께 발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모습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ETRI가 좀 더 적극적으로 ETRI 동문과 협력할 방법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더 좋은 협력을 위해 열심히 세계시장을 개척하겠습니다. ETRI와 ETRI 동문 여러분들은 제 인생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자산입니다.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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