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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중요한 일에는 혼을 담아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잘 활용하고,
그들에게 영감과 동기를 불어넣어주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진정한 리더.

ETRI 전신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2010년부터 2년간 ‘2012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의 CIO를 거쳐
현재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총장까지.

연구와 교육, 봉사의 인생 스토리와 사람 중심이 기본이 되는 사업 철학과 신념.
대한민국 IT 발전에 큰 가교 역할을 해온 이정배 부총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부산외국어대학교 이정배 부총장입니다.

이렇게 웹진 인터뷰를 통해 ETRI 가족들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안부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멀리 부산까지 저를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TRI, 내공을 쌓을 수 있었던 연구원 시절

어느새 33년 전이군요. 저는 1982년 3월에 구미시에 위치한 ETRI 전신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 입소해서 컴퓨터국산화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첫 연구업무는 크로스-컴파일러를 이용한 국산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것이었어요. 개발된 컴파일러를 가지고 새로 만든 하드웨어에 적합한 Assembly Language를 생산할 수 있는 국산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크로스-컴파일러 툴은 임베디드 시스템(embedded systems)이나 여러 플랫폼에서 실행파일을 생성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컴파일이 불가능한 플랫폼에서 컴파일러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게 된 것이지요. 이러한 크로스-컴파일러의 개발 경험을 토대로 주전산기용 운영체제 개발환경을 구축하는 팀에서도 연구를 했습니다.
또한, ETRI 연구원 역량향상 제도에 의해서 제가 1988년부터 3년동안 파트-타임으로 박사학위과정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경제적이나 시간적으로 지원을 받은 것은 개인적으로 큰 혜택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ETRI에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ETRI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정말 소중한 추억을 꼽자면, 동호회 활동입니다. ETRI 텔-스타 야구부로서 선후배 간에 끈끈한 정으로 같이 뒹굴며 연습하고 시합한 그 정겹던 시간들이 즐거웠어요. 야구부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이주환 후배가 2년 전에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타계한 일이 제게 여전히 큰 슬픔이자 충격입니다. 이렇게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야구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가 곧 미래고, 재산이다

제 주변에 훌륭한 많은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주위의 능력과 실력을 갖춘 적합한 인재들에게 협조를 부탁해서 함께 일하는 방식을 좋아합니다. 어떤 프로젝트나 사업을 진행할 때 혼자 모든 것을 하려고 하기보다는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고, 사업 계획을 같이 설계해서 조직을 배치해야만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좋은 인적 자원들을 잘 활용해서 사업 계획서와 전략을 탄탄하게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사업 제안서에 ‘정성을 많이 쏟았구나’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한 장 한 장에 혼을 담아서 작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와 같이 우선 사업 목표를 명확하게 정하고, 추진 전략을 세워서 스토리텔링으로 도출된 계획을 제안서에 담아냈던 것이 그동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부산외대 부총장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업무는 특성화 사업입니다. 작년에 다행히도 비공학 계열로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특성화 사업을 교육부로부터 수주하였습니다. 총 사업비는 5년 동안 5개사업단에 215억원에 달하는 재원이 부산외대에 지원됩니다.
대표적으로 올해 국내 유일의 언어처리창의융합전공을 동남아창의융합학부 내에 (주)시스트란 인터내셔날과 계약학과를 개설하였습니다. 이 기업은 ETRI와 연구도 같이 해오고, ETRI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계 통번역회사입니다. 구글과 경쟁 하고 있는 이 회사에 글로벌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서 정원 외로 매년 학생 10명을 선발하여 입학부터 졸업까지 전액장학금을 지원해서 산학협력으로 교육을 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언어처리창의융합학과 학생들은 구글의 언어처리 전문가 수준을 능가하도록 교육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첨단원격강의를 위해서 시스코의 클라우드 기반 첨단 화상강의 시스템도 활용 중입니다.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국가와도 고해상도 원격회의가 가능하게 되고, 국내 산업체의 해외마케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봅니다.
현 특성화 사업과 대학교 행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선문대학교 기획처장 및 홍보대외협력처장으로서 교직원들과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활동한 경험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서 존경하는 황선조 선문대 총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교직원들에게 감사하고도 미안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IT 발전을 위한 가교 역할, 그리고 성취

2009년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으로 취임과 동시에 국내 학회 중에서는 처음으로 IT정책 학술지를 창간하였습니다.

국내서 가장 권위 있는 IT정책 학술지를 발간해보자는 것이 목표였고, 삼고초려 끝에 편집 위원장으로 당시 고려대학교 안문석 부총장님을 모셔서 「The e-Bridge」라는 학술지를 발행하였습니다. 이 학술지 콘텐츠가 우수해서 당시 청와대, 대기업들을 방문할 때 이 책을 보여드리면 반응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참으로 보람이 컸습니다.
또 한 가지, 당시 국제 금융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초중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해 후원하는 장학 사업을 추진했어요. 그 때 학술행사를 사회지도자들과 유명인사까지 적극적으로 협력해줘서 참여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뜨거웠었죠.

학회장을 마치고, 여러 좋은 자리에서 추천이 들어왔습니다. 그 중, 2010년 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여수세계박람회’ CIO 겸 정보화추진본부장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진행하다 보니, 알고 있던 것과 달리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서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게 됐죠.
한 가지 일화는 당시 고등학교 동문 모친상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고등학교 선배님인 당시 대우조선해양(주) 남상태 대표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래서 여수세계박람회에 조성할 로봇관에 대한 정부 재정이 부족하니, 후원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대표님께서 대우조선해양도 로봇사업을 진행한다며 흔쾌히 100억 원을 후원해주셔서 박람회에 전격적으로 로봇관을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이 로봇관이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중국 상해 엑스포는 전부 영상으로만 진행되었던 반면, 여수세계박람회의 로봇관은 직접 보고 만지면서 오감을 충족할 수 있도록 조성하였기 때문에 인기 1위의 영상관으로 주목받았던 것이 가장 큰 쾌거입니다. 그리고 100억 원에 달하는 후원금 유치 덕분에 기존의 정부 예산 중 30억 원을 엑스포디지털갤러리(EDG) 구축을 위한 재원에 긴급 투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났습니다. 당시에 EDG는 중간 부분이 뚫려있어서 양단에 길이 64미터×54미터 스크린이 양쪽으로 설치되도록 공사를 추진 중이었습니다. 기적적으로도 EDG 공사 마지막 단계인 절묘한 시기에 긴급 투입된 추가 예산 덕분에 54미터×217미터 짜리 대형 명품 영상스크린이 여수엑스포에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스마트폰과 스크린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LED로 채워진 공간이 넓어서 훨씬 효과적인 영상 연출이 가능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정부에서 2조 1천억 원의 재정이 아닌 민간 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이룬 성과들입니다.

그 외에도 NHN 김상현 대표이사와 만나서 50억 원 상당의 현물 후원을 성공시킴으로써 네이버가 여수세계박람회 홍보를 무료로 확실하게 해주었습니다. 박람회의 성공에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이렇게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정보처리학회 활동을 해오면서 쌓았던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학회장을 했던 노하우들이 이렇게 국가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가 되어준 것이죠.

ETRI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

대학과 연구소 간의 교류 확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소의 연구역량은 대학에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선진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연구 분야에서는 대학이 우수한 부분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 발굴 및 참여가 필요합니다. 서로 간의 초청특강 활성화를 통해 연구소와 대학 간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미국과 같이 대학과 연구소 간의 인적 교환 근무 제도를 시행해 보는 것도 연구 및 인재양성에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ETRI는 국내를 넘어서 세계적으로도 빛나는 연구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어서 동문으로서 자부심이 큽니다. 이번 기회를 빌어서 다시 한 번 존경하는 김흥남 원장님과 ETRI 모든 가족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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