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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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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온 지난 날 가장 돌아가고 싶은 ETRI 시절

Q. 근황과 주요 활동사항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2010년 ETRI를 퇴직한 이후 2011년부터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당시 최양희 원장의 부탁으로 융합기술원에서 IT분야를 전담하여, 그동안 공공데이터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초대 센터장을 맡아 센터가 자리 잡는 데 힘쓰는 등 주로 연구만 해왔는데, 올해에는 서울대 관악 캠퍼스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Q.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데이터 과학’이라는 과목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과학’이란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도출하는 과학적인 과정을 말합니다. 빅 데이터와 연관되어 최근 주목을 받는 분야입니다. 제가 수행했던 데이터 분석 사례를 하나 소개하자면 18대 국회 투표기록을 조사해 국회의원의 성향을 분석한 것입니다. 강의 방법론도 없고 적절한 교재도 없다보니 강의 준비가 쉽지 않지만 그 동안의 연구경험을 토대로 즐겁게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Q. ETRI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무엇인가요?

디지털콘텐츠연구단은 주로 영화, 게임, 가상현실 콘텐츠를 개발했는데, 대표 연구성과로는 실제 배우와 비슷한 외형과 동작을 가진 영상 캐릭터인 ‘디지털 액터’를 개발해 ‘중천’, ‘호로비치를 위하여’, ‘한반도’ 등 다수의 영화에 적용됐으며, 2007년 대종상과 청룡영화제에서 영상기술상을 수상 하기도 했습니다. ‘중천’에는 정우성 씨가 맡았던 주인공 캐릭터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위험한 장면이 있었는데, 디지털 액터를 통해 실제 배우가 연기한 것 같은 사실적인 영상을 표현해냈습니다. ‘호로비치를 위하여’에서는 엄정화 씨가 유능한 피아니스트를 연기했는데 실제로 피아노를 잘 치지 못해 디지털 액터를 이용하여 피아노 연주장면들을 촬영했습니다. 또한 ‘한반도’에 나오는 대형 선박도 실제 배가 아니라 ‘디지털 액터’ 영상 캐릭터입니다. 이처럼 CG기술은 사람뿐만 아니라 물체도 감쪽같이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액터’기술을 적용하여 실제로 촬영 하기 어려운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분야에서는 조선소에서 페인트 도장작업 실습을 가상공간에서 할 수 있는 가상 선박 스프레이 도장훈련 시뮬레이터를 개발하여 현재까지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특이하게 ETRI에 두 번 입소하셨다는데 그 히스토리를 들려주세요.

KIST에서 근무하던 저는 1978년 ETRI의 전신인 전자기술연구소에 합류한 후 연구소에 적을 두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귀국한 후 다시 미국에 파견돼 AIT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후 1989년 지인의 권유로 솔빛미디어라는 회사를 창업해 6년 동안 대표이사직을 수행했습니다. 그 시기 1년에 하루 이틀밖에 쉬지 못할 만큼 바빴지만 큰 인생경험이 되었습니다. 이후 1995년 사업을 그만두고 숙명여대 교수로 옮겼고 이어 아주대에서 새롭게 만든 미디어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02년 ICU에서 MIT 미디어랩과 같은 연구실을 신설하면서 제게 소장직을 제안해왔고 저도 재미있을 것 같아 미디어랩 소장직을 수락하였습니다. 그러다 2005년 ETRI 디지털콘텐츠연구단장 공모에 지원했는데 다행히도 제게 기회가 주어져 ETRI와 다시 인연을 맺고 2009년까지 4년간 디지털콘텐츠연구단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고 자리를 옮기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연구원부터 학교, 기업까지 두루 있어봤는데 다시 ETRI에 들어가게 된 것을 보면 제게는 연구원이 잘 맞는 모양입니다. 사실 기업 경영은 너무 힘들었고, 학교는 아무래도 연구에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 논문을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기 힘들죠.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물이 실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에서 일하는 큰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현재 국내의 ICT 분야의 과제에 대한 제언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국내 ICT 분야의 화두는 ‘공공정보 개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정보 및 공공데이터를 대폭 개방하는 '정부3.0'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공공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를 누구나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일환으로 공공기록물의 저작 및 보존 매체에 있어서도 판독이 쉽고 편집도 용이한 매체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실효성 있는 공공정보 개방을 위해서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저는 다양한 일을, 즐겁고 재미있게 해왔습니다. 기회가 올 때마다 도전했습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 목표는 안전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에게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이미 정년이 지났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구도 강의도 신나게 해나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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