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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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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소치, ‘이제는 평창이다’
D-4년,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24일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막식의 절정은 대회기 이양이었다.
파호모프 소치 시장으로부터 올림픽 대회기를 인수받은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이석래 평창군수에게 다시 대회기를 전달했고, 이어서 평창 동계올림픽 위원회가 준비한 공연이 펼쳐졌다. 아리랑을 테마로 한 공연은 ‘평창에서 만나요(See you in Pyeongchang)’라는 메시지와 함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이제 세계인의 관심은 4년 뒤 다음 동계올림픽이 열릴 평창으로 모아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올 3월부터 이 지역에서는 대회에 필요한 경기장과 선수촌이 본격적인 건설에 들어간다.

경기장은 설상경기존(알펜시아, 용평, 정선 중봉, 보광 지구)과 빙상경기존(강릉 지구)으로 나뉘며, 총 13개 경기장이 이용된다. 4경기 10종목의 경기가 치러질 설상경기장을 둘러보면, 먼저 가장 많은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는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등 3개의 기존 경기장 시설을 갖췄으며,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경기장으로 활용될 슬라이딩 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보광휘닉스파크에서는 프리스타일스키, 스노보드 경기가 열린다. 프리스타일 경기장은 2005년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스노보드 경기장도 올림픽 기준에 맞게 코스 보완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FIS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입지가 선정된 중봉 알파인스키경기장은 2013년에 슬로프에 대한 실시설계를 마친 상태다. 마지막으로 용평리조트에서는 알파인스키 대회전/회전 경기가 열린다. 길이 1,191m, 평균경사도 34.4%의 레인보우Ⅰ 코스에서는 알파인스키 대회전 경기가, 길이 583m, 평균경사도 36.0%의 레인보우Ⅱ 코스에서는 알파인 회전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이미 FIS 알파인스키 월드컵(1998, 2000, 2003, 2006), FIS 알파인스키 대륙컵(매년) 등 다수의 국제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동계올림픽 기준에 맞춰 코스를 보완하는 등 최고의 경기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주 개최지, 대관령

지난 주말, 용평은 올 시즌의 마지막을 즐기려는 스키어, 보더들로 붐볐다. 때마침 강원지역에 쏟아진 폭설로 설질도 최상급, 거기다 스키장마다 다채로운 올림픽 기념이벤트를 마련해 더욱 인파가 몰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주 개최지인 대관령 일대에는 용평리조트, 알펜시아리조트, 휘닉스파크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키장들이 몰려있지만 그중에서도 평창 스키장의 ‘원조’인 용평리조트로 방향을 잡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 주요 종목 경기가 이곳 레인보우슬로프 경기장에서 열리게 된다.

횡계IC를 빠져나오자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했던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으로 돌아간 기분. 하지만 벌써 이곳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되고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특구로 지정된 이후 각종 대회시설물 조성 준비가 한창인데다 ‘Pyeongchang 2018’을 표현한 조형물 등 다양한 홍보물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눈부신 발왕산의 은빛 향연

용평리조트가 가까워지자 새하얀 설산이 정면에 마주 보였다. 태백산맥 산줄기가 남쪽을 향해 달음박질치다가 잠시 숨을 고르는 자리. 발왕산은 ‘여덟 왕이 쓸 묏자리가 있다’하여 팔왕산으로 불리다 발왕산이 됐다고도 하고, ‘왕이 날 자리가 있다’고 하여 발왕산이라고 불렸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등산이 목적이라면 스키장 옆 용산2리 마을회관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해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드래곤피크를 거쳐 용평리조트에 조성된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방법이 정통 코스라고 한다. 하지만 2∼3시간이나 걸리는 등산을 끝까지 마칠 자신이 없어 촌스럽게 곤돌라를 타고 산에 오르기로 했다.

곤돌라는 용평리조트 드레곤프라자(스키하우스)에서 탈 수 있다. 이곳에서 발왕산 정상부 드래곤피크까지는 3.71㎞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곤돌라는 사람들이 탑승하자 이내 능선을 타고 스르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버등산로 입구에서 전망쉼터(해발 1,000m) 사이에는 낙엽송 조림지가 자리한다. 높이 20~30m의 낙엽송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산객을 맞는다. 낙엽송 조림지를 지난 후 급경사 코스를 통과해 전망쉼터를 지날 때는 멀찍이 대관령 양떼목장과 풍력발전단지도 내다보인다. 드넓은 초지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고 그 위로 둔중한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멋진 풍광에 고개가 돌아가도록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곤돌라는 유유히 목장을 지나쳐갔다.

발왕산의 절경은 실버등산로와 골드등산로가 교차하는 삼거리쉼터부터 시작된다. 이 구간은 급경사가 많아 깔딱고개로 불린다. 하늘을 향해 솟구친 낙엽송들과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 주목들이 창밖을 스쳐 지난다.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겨울나무의 생명력이 전해온다. 이 구간에서는 곤돌라 옆으로 가까이 지나는 스키장 슬로프도 볼거리다. 하얀 눈밭 위를 시원스레 내달리는 스키어와 보더들은 얼마 남지 않은 시즌이 아쉬운 듯 혼신의 힘을 다해 슬로프 위를 질주한다.
고산준령과 바다가 펼쳐지는 환상의 파노라마

삼거리쉼터에서 발왕산 정상까지는 1㎞ 남짓. 마지막 깔딱고개를 오르면 드래곤피크(Dragon Peak)가 나타난다. 드래곤피크는 용평리조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로 식당, 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럽 알프스 산장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물은 설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옥녀봉, 두로봉을 비롯한 대관령 오대산 일대의 봉우리들과 저편 동해가 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자랑이다. 이곳은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드라마가 방송된 이후 ‘욘사마(배용준) 열풍’이 붐을 일으키면서 이곳 드래곤피크도 일본과 동남아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드래곤피크에서 약 500m 올라가면 발왕산 정상이다. 이곳에 위치한 전망대에는 동해시와 일대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 노추산, 서쪽으로 계방산과 백석산, 남쪽으로 가리왕산, 북쪽으로 오대산과 황병산 등 고산준령이 너울거린다.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로 높은 명산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북쪽 능선에 펼쳐진 20여 개의 스키장 슬로프와 리프트를 타고 오르내리는 스키어들이 어우러져 눈을 호사롭게 해준다.

하산은 등산로를 이용해 걸어 내려가 보기로 했다. 슬로프와 나란히 이어진 등산로는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이다. 한 걸음을 내딛기도 버거운 험로지만 이토록 빼어난 경치를 직접 감상하려면 이 정도 고생쯤은 아깝지 않다. 드디어 오대산의 천년 주목의 군락지에 다가섰다. 초록 잎들이 촘촘히 가지를 덮고 있는 주목은 한겨울에도 잃지 않는 푸름으로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이제 다음 겨울이 오기까지 볼 수 없을 풍경… 후드득 가지에서 떨어지는 눈가루마저 아쉽기만 하다. 가지만 앙상한 나무들 사이를 지나며 저물어가는 겨울의 고고한 뒷모습을 마음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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