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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 스민 선조들의 지혜
- 창덕궁

Vol.254 August

서울에 남아있는 5개의 궁궐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이 있다.
바로 창덕궁이다.
조선시대의 궁궐 중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며,
주변의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지어진 곳이다.
이곳엔 어떤 과학적 원리들이 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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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이 사랑하던 곳, 창덕궁

창덕궁은 태종 5년(1405년)에 경복궁의 이궁(離宮)1)으로 지어졌다. 당시엔 정전, 편전, 대조전 등 주요 전각이 지어졌다. 이후 태종 12년(1412)에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이 세워지고, 세조 9년(1463)에는 후원을 15만여 평의 규모로 확장했다. 그러나 임진왜란과 인조반정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불에 타고 복구하는 작업이 반복된다. 바람 잘 날 없는 창덕궁이었지만 1610년 광해군 시절부터 1868년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까지, 조선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인 260여 년 가까이 조선의 임금들이 거처하며 정사를 처리했던 공간이다.

창덕궁과 연관검색어처럼 따라붙는 왕을 떠올린다면, 정조를 꼽을 수 있겠다. 정조는 창덕궁의 후원에 규장각을 만들어 사대부들과 가까이 지내며 정치를 하려 했다. 그러나 비선정치의 본산이라는 비판을 받아 규장각의 위치를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 근처로 옮겨 짓게 된다. 이곳에서 정조와 문신들의 모든 활동이 이루어진다.

창덕궁을 상징하는 대표적 공간을 떠올린다면, 정전인 인정전을 꼽을 수 있다. 인정전은 국가의 주요 행사가 이뤄진 곳이다. 인정전의 인은 어질 인(仁)을 사용한다. 백성을 돌보고 아끼는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곳이다. 조선 궁궐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신하들이 모이는 마당, 즉 조정이 궁궐의 주요 공간이 된다는 것. 탁 트인 공개적인 자리에서 왕과 신하들은 정책 현안을 얘기하고, 전국적으로 올라오는 보고에 대해 처리하는 것을 오픈했다. 인정전은 공개정치의 상징이다.
1) 이궁(離宮): ‘태자궁(太子宮)’ 또는 ‘세자궁(世子宮)’을 달리 이르던 말.

창덕궁에 스민 조선의 기술

img3FiledIMAGE / Shutterstock.com

광장같이 넓었던 인정전 앞마당. 이 넓은 공간에 신하들이 모여 회의했다고 상상해 보자. 마이크도, 스피커도 없던 조선시대다. 그런데 어떻게 의사소통을 했던 것일까? 인정전 주위를 둘러보면,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회랑이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고 반사해 멀리 있는 사람의 소리도 잘 들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붕에 있다. 처마가 바깥으로 들려있는 구조는 임금의 목소리가 처마를 타고 올라가 앞마당의 끝까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창덕궁의 인정전 다음으로 유명한 공간이 있다. 바로 후원. 자연 친화적인 조경을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인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정조 이전까지만 해도 왕, 왕과 가까운 사람들, 궁인들만 들어올 수 있는 금지된 공간인지라 비원(秘苑)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정조 이후에 이곳은 모두의 공간이 된다. 매년 봄에는 후원의 부용정과 부용지 일대에서 상화조어연(賞花釣魚宴, 꽃놀이와 낚시 놀이)을 신하들과 함께했다. 규장각 신하뿐 아니라 전·현직 각신들과 관계자들을 초대해 잔치를 열기도 하고 시를 짓고, 수창하며 즐겼다고 전해진다.

이 후원의 중심에 있는 호수, 부용지는 배수의 기능도 하고, 자체 정화가 가능해 1년 내내 썩지도, 마르지도, 넘치지도 않게 관리된다. 그 비밀은 연못의 벽 세 군데에 있는 배수구에 있다. 물 높이보다 약간 위, 배수구를 만들어 연못 밑에서 솟는 물이 호수에 가라앉은 더러운 불순물을 위로 올려줘 배수구를 통해 빠져나가게 한 것이다. 비가 많이 와 연못의 수위가 높아져도 이 배수구를 통해 물이 빠지니 수위를 조절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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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궁궐 즐기기

img3(Left) kikujungboy CC / Shutterstock.com
(Right) Dalgubeol Photo / Shutterstock.com

창덕궁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와 국가유산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매년 봄과 가을에 ‘창덕궁 달빛 기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창덕궁 일대를 거닐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통차를 즐기며 전통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으며, 왕과 왕비의 산책을 재연한 행진도 감상할 수 있다. 알차게 준비된 이 행사는 아쉽게도 상반기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하반기 예약을 노려 특별한 궁궐 관람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인기가 많아 늘 조기 마감되니 미리 일정을 살피는 것이 좋다.

직접 궁을 거닐어보는 것 이외에도 굿즈를 통해 즐길 수도 있다. 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전통문화 테마숍인 K-헤리티지 스토어(Korea Heritage Store)를 즐겨보자. 창덕궁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굿즈들을 구경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궁궐의 매력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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