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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7

ETRI와 국가의 미래를 그리다
이현우 기획본부장

ETRI가 정부출연연구기관 ‘임무중심 R&D’의 선발대 역할을 자임했다.
이는 국가적 임무를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하는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다.
기획본부는 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그 실행방안을 설계하는 부서로서,
ETRI가 이러한 도전을 준비하는 것부터 그 도전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업의 모든 단계를 지원한다.
그렇다면 ETRI는 임무중심 R&D를 어떻게 수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어떤 미래를 열 것인가.
‘임무중심 R&D’로의 전환을 진두지휘한 이현우 기획본부장을 만나 자세한 답변을 들어보았다.

기획본부를 소개해 주세요

기획본부는 ETRI의 중장기 연구사업계획과 기관 운영 계획을 수립합니다. 기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경영 기획, 제도, 예산, 기술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전략 수립, 사업기획·관리, 품질혁신 등 경영 전반에 관한 미래 방향성을 설계하고 실행방안을 운영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ETRI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조직 운영의 측면, 연구 성과적 측면을 제고시키려 노력하고 있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똑똑하게 일하는 방식을 지향하는 디지털 업무 기반 조성, 연구 성과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와 성과관리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국가의 디지털 전환과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이끌어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기획본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세요

경영전략부는 ETRI 경영의 방향성과 관련된 기본계획과 조직, 예산, 평가 등을 담당하는 조직입니다. 국회와 정부의 요구사항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인 연구원 발전전략과 건전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 수립에도 기여합니다. 최근 신임 원장님 부임 이후, 혁신적으로 진행된 조직개편과 기관 운영계획 수립에 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기술기획부는 ETRI 기술 비전을 정립하고, 연구원 차원의 R&D 기획을 수립·추진하는 조직입니다. 이를 위해 ETRI 중장기 기술 개발 계획을 마련하고, 새로운 연구 기술을 발굴·기획하죠. 또한 예비 타당성 조사와 중기재정사업 등 중대형 사업 기술 기획을 지원하고, 이에 필요한 업무 체계를 구축합니다. 최근에는 신임 원장님의 철학을 반영하여 ‘창의도전 이음투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이를 통해 신진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멘토링하여 그들이 차세대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업전략부는 기관의 역할과 책임, R&D 포트폴리오에 기반해 중장기적인 연구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기관 고유 임무에 해당하는 연구사업을 기획하고 과제를 발굴하여 투자를 실행합니다. 연구관리 대내외 제도를 총괄하면서 연구사업과 관련된 대외 기관 대응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구성과의 조사, 분석, 평가도 진행합니다. 특히 이번 ‘임무중심 R&D’ 전환의 큰 틀을 수립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 중 하나인 ‘ETRI Top 챌린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보전략부는 R&D 전주기 프로세스에 필수적인 공통 업무기반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통합 R&D 업무기반 지원조직입니다. 우선 품질경영시스템(ISO9001), ETRI 고유 품질시스템 Q-mark를 담당하며 연구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컨설팅도 수행합니다. 또한 도서관을 운영하고, 연구 성과물을 관리하며, 연구성과 및 최신 연구 주제도 분석합니다. ETRI 정보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통합정보 시스템, 각종 정보보호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ETRI는 임무중심 R&D를 추진 중입니다. 임무중심 R&D는 무엇인가요?

2022년 10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향후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중심 R&D 혁신체계 구축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이 전략은 OECD에서 주창된 임무중심 혁신정책(MOIP)에 기반합니다. 경제·사회적 도전과제를 시한 내에 반드시 달성하는 연구혁신 정책이었습니다.

임무중심 R&D의 핵심은 ‘단순히 특정 분야 혹은 특정 연구의 목표를 달성만 하는 것‘을 탈피합니다. 우선 기관이 보유한 국가·사회적 책무와 역량을 기반으로 어떻게 경제·사회적으로 기여할 것인지, 혹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할 것인가를 먼저 ‘임무’로서 정의합니다. 이러한 ‘임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략기술 연구개발’을 ‘명확한 도전 목표와 달성 시한’으로 설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하는 것이죠.

ETRI는 ‘6대 중점전략기술’ 영역에서 ‘임무’를 정의했고, 연구소별로 ‘책임연구 목표’(명확한 도전 목표와 달성 시한)를 설정해 ‘임무중심 R&D’의 큰 틀을 구축했습니다. 이 최고 수준의 책임연구 목표를 최고 관리자(CEO·CTO)가 직접 책임을 맡아 관리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 바로 ‘Top 챌린지 프로젝트’입니다.

임무중심 R&D와 기존 제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존에는 PBS(Project-based System)라 불리는 제도가 있었는데요. 연구 비용을 연구자가 직접 조달하는 제도입니다. 만약 ETRI 전체가 사용하는 비용을 전체 100이라고 한다면, 그중에 40 정도는 행정, 전기 요금, 지원 인력 비용으로 분류됩니다. 이 비용을 기획본부가 정부에 소개하고 정부로부터 비용을 지원받는데요. 마찬가지로 각 연구소들은 PBS를 기반으로, ‘우리는 이런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개발할 것이다’라고 정부에 발표,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에 사용될 60 정도의 비용을 충당합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연구원 각자가 목표를 세우고 각자 필요한 비용을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연구가 진행되기도 하고, 연구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게 되는 등 단점이 있었죠. 임무중심 R&D, 그리고 이를 위한 Top 챌린지 프로젝트는 PBS로 인해 파편화된 성과들을 묶고자 마련된 제도입니다.

5개 연구소별로 개발하기로 한 기술들이 있습니다. 각 기술들의 개발 현황에 대해 기관장과 두 달마다 의견을 나눕니다. 이는 JRM(Job Review Meeting)이라고 하는데요, 현 개발 상황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도와줘야 할 현안이 있는지, 세계적인 연구 동향은 어떤지 등이 폭넓게 논의됩니다. 지난 5월 31일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1회 연구소별 JRM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7~8월경에 2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본부는 조직 차원에서 Top 챌린지 프로젝트를 지원할 방안도 강구합니다. 원장님 말씀처럼 ‘막중한 임무를 맡겼으면 이에 맞는 보검을 내려 주어야 하는 것’이라, 프로젝트의 성과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보강예산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ETRI의 임무는 Top 챌린지 프로젝트가 달성한다고 보면 되나요?

Top 챌린지 프로젝트가 ‘성장동력 기술 개발’을 위한 임무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ETRI의 본질적 임무 중 하나는 ‘보다 먼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새로운 미래원천기술’을 선점하는 것입니다. 우리 본부는 그러한 원천 기술을 ‘현재의 기술적 지향성을 와해할 수준의 새로운 접근’이라고 보고, 이를 ‘창의도전연구’라고 부릅니다. 이 개념을 얼마 전 본격 시행된 ‘창의도전 이음투자’ 프로그램으로 실현하고자 하는데요. 개인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로부터 ‘기획 연구’, ‘개념검증 연구’, ‘본격 전문 연구’로 연결·성장시키는 사업입니다.

특히 이번 사업에는 ‘차세대주역 신진연구’ 프로그램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미래 도전·혁신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사업입니다. ETRI의 신진 연구원들이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어떤가?’라는 내용으로 연구를 제안합니다. 사업에 선정된 연구원이 책임자가 되어 연구를 이끌 수 있도록, 그들에게 1년 6개월 동안 비용을 지원하죠. 또한 이 과정에서 그들이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제안, 발표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해당 연구원이 차세대 주역이 될 수 있는 그 기반을 마련하는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연구소 간의 공동기획·공동수행을 통한 협업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매쉬업 시멘트’라는 이름의 이음투자 사업도 있습니다.

임무중심 R&D의 기대효과가 궁금합니다.

기존 제도인 PBS에 기반해 연구를 진행할 때는 연구자 중심으로 과제를 기획하고 제안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진행한 거죠. 문제는 PBS 과제의 상당수가 분절되거나 소형 파편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과제별로 목표한 성과는 거두었을지 몰라도 정작 특정 문제 하나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의미 있는 미봉책’ 뭐 이런 느낌일 수 있겠네요.

‘임무중심 R&D’의 가치는 임무를 위해 여러 연구 목표가 정렬되고 연구역량과 자원이 모이는 것입니다. 실험실 차원의 목표 달성이 아니라 목표들의 총합에 해당하는 임무가 달성되어야만 비로소 ‘임무 완료’라 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그 임무는 국민, 사회, 산업과 같이 수요자 중심이죠. 따라서 이를 통해 ‘ETRI가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로 ETRI가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이와 관련된 소감을 나누어 주세요.

임무중심 R&D는 단계적으로 목표를 설정해 결과를 확보하고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 목표를 실현하고자, 수행 중인 과제별로 필요한 기술을 집대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ETRI는 단순히 분야별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핵심설계나 알고리즘 같은 핵심원천기술부터 소자·부품기술에 이르기까지 수직적으로 연계된 시스템적 완결기술 개발을 지향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이 산업화에 유용하게 적용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이 모여 2025년쯤에는 Top 챌린지 프로젝트 1단계 성과가 나타날 텐데요. 그때가 ETRI의 ‘새로운 중흥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다운 중대형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본부장님의 계획이나 포부를 소개해 주세요.

28년간 연구부서에서 근무하다가, 기획본부로 와 본부장이 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여기서 맡은 일들이 전부 생소하기도 했고, 대부분 ETRI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들이라 항상 긴장하고 궁리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현안을 처리하다 보니 본부 구성원들과의 소통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7월 조직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들과 잘 소통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책임지고 있을 때 그들도 저를 책임져 주고 있는 것이고, 그 관계에서는 더 많은 소통과 어우러지는 시간만큼 중요한 게 없겠죠. 따라서 이번 기회에 그런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제 마음속 진짜 포부는 우리 기획본부가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면서 수립한 ‘SPARK’ 정신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즉, 신속한 대응(Speed), 완벽한 기획(Perfect), 능동적 실천(Active), 결과 도출(Result)로서, 혁신의 선봉(Key of Innovation)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빈틈없는 기획, 야무진 대응, 실천하는 혁신으로 ETRI의 발전을 끌어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자 합니다. 모든 구성원과 함께 ETRI의 실질적인 변화와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기획본부와 함께 그 촉매 역할을 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