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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Vol.226

H-MPI,
모두에게 더 건강한 내일을 안길
의료 영상 기술
필드로보틱스연구실 정재찬 선임연구원

신체에 칼을 대지 않고도 그 내부를 살펴볼 수 있게 된 지 128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의료 영상 기술이 탄생했고, 기존 기술 또한 지속적으로 발전되어 더욱 안전해졌다.
그럼에도 거의 모든 기술이 방사선을 사용하기에, 여전히 검사에 많은 제약이 따랐다.
더불어 방사능 피폭 등에 대한 환자의 걱정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필드로보틱스연구실은 이러한 기존 기술의 문제를 해소하는 의료 영상 기기인
H-MPI(Hybrid Magnetic Particle Imaging)를 개발한 곳이다.
세계 최대의 시야각을 보유한 MPI 기술이지만, 연구실의 정재찬 선임연구원은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할 수 있도록
의료 영상 기술을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말한다.

H-MPI란 무엇인가요?

산화철 나노입자의 농도와 위치를 3차원으로 영상화할 수 있는 의료 영상 장비입니다. 해부학적 구조를 촬영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과는 달리, 체내에 주입한 산화철 나노입자의 위치를 영상화하는 기술이죠.

산화철 나노입자는 외부 자기장이 조사될 때만 자화되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외부 자기장이 끊기면 자성이 사라집니다. 이 산화철은 자연 대사를 통해 흡수·배출되고요.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안전한 물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산화철 나노입자에 항원항체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을 코팅한 뒤 생체에 주입하면, 산화철이 혈관을 통해 체내에서 순환하다가 항원항체 반응으로 질병 부위에 달라붙습니다. 이렇게 달라붙은 산화철 나노입자의 위치를 MPI 장비로 파악합니다. 암 외에도 특정 질병 주변에 산화철 나노입자를 모이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어떤 종류의 질병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기술을 통해 특정 질병이 인체 내 어디에 위치하는지, 어느 조직에 있는지도 대략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위치를 특정하려면 MRI와 같은 기술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정 부위에 무언가가 있는지만 파악할 수 있는 MRI 같은 기술로 촬영한 영상과, 질병의 종류를 알 수 있는 MPI 기술로 생성한 영상을 합치는 것이죠. 이를 통해 ‘인체의 어느 부분에서 나타나는 어떤 병변인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해당 장비에 적용된 기술은 무엇인가요?

질병에 붙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검출하기 위해 혼합 자기장 기반 자기장 검출 기술(Frequency Mixing Magnetic Detection; FMMD)을 사용했습니다. 서로 다른 주파수인 두 자기장을 대상에 인가한 뒤, 각 자기장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검출하는 기술입니다. 어떤 일정한 자기장을 물체에 조사하면, 얻고자 하는 신호만 검출되는 게 아니라 노이즈도 같이 발생하는데요. FMMD 기술을 통해 노이즈를 대폭 개선하여 더욱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산화철 나노입자의 양과 특성을 분석하는 스펙트로미터 장비, 한 평면에 분포된 산화철 나노입자를 이미지화하는 평면 MPI 장비, 3차원 MPI까지 다양하게 응용·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대상을 어떻게 이미지화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자료 1) 자기선 자기장 형태 측정 결과

(자료 2) 자기선 생성 모듈과 마그네틱 필름으로 가시화한 자기선 형태

(자료 3) 혼합 자기장 기반 자기장 검출 기술 설명

(자료 4) 산화철 나노입자 위치에 따른 로우데이터 변화 및 이미징 결과

먼저 센서 내부에 자기장이 없는 영역인 자기선(Field Free Line)을 생성합니다(자료 1). 그 후 산화철 나노입자가 주입된 대상을 해당 영역에 위치시키고 혼합 자기장을 조사합니다(자료 2). 이것이 지나가는 영역에 산화철 나노입자가 존재하면 특정 신호가 발생하는데요(자료 3). 이를 수학적으로 변환한 뒤 영상으로 재구성합니다(자료 4). 산화철 나노입자의 양에 따라서 신호 세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미지를 더욱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죠.

(자료 5) MPI와 FMMD를 이용한 영상 획득 과정

(자료 6) 125mm FMMD 센서로 뇌 모형 속 산화철 입자를 이미징한 결과

어떤 물체 속 산화철 나노입자 덩어리를 이미지화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선 물체를 센서 내부에 위치시킵니다. 물체의 1층쯤에 해당하는 부분을 자기선에 위치시키고, 바깥에서 혼합 자기장을 조사합니다.

이때 자기선이 20도 단위로 180도까지 회전하게 되는데요. 이 자기선이 물체 내부의 산화철 나노입자를 만나면, 해당 영역에서만 특정 신호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물체의 1층에 산화철이 있다면 각 각도의 정보들이 전부 다르겠죠. 결과적으로 물체 1층의 여러 면을 분석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자료 5).

그 다음 이 물체를 수직으로 이동시켜 물체의 2층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물체 전체를 검사하여 한 층을 여러 면으로 분석한 정보를 층층이 쌓습니다. 이를 통해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듭니다.

개발하신 기술의 특장점을 설명해 주세요

현재까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산화철 나노입자를 추적 물질로 사용하는 MPI 기술뿐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발된 기존 MPI 기기의 시야각은 직경이 약 40 mm 정도에 그칩니다. 실험용 쥐 등 소형 동물만 촬영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죠. 인간 뇌를 검사할 수 있을 크기의 MPI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미 상용화된 MPI는 굉장한 전력을 소모합니다. 자기선(Field Free Line)을 만들고, 자기선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수 메가 와트급의 전력이 사용되죠. 이에 의해 기기가 발열되어 이를 냉각하기 위한 특수 장비를 작동시키는 데에도 많은 전력이 투입됩니다.

이런 이유로 시중 MPI는 한 대당 수십억 원에 달합니다. 이에 MPI를 개발하는 연구기관이나 회사들도 많은 전력을 소모하지 않으면서, 사람 머리 크기만 한 대상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팀은 기존 MPI가 갖고 있던 이러한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이번 H-MPI의 시야각 직경은 125 mm로, 사람 뇌 정도 크기의 물체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장비는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만으로도 구동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기술의 기대효과를 소개해 주세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 영상 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의료 장비와 이와 관련된 서비스 비용이 높아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분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죠. 미래에는 이러한 양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의료 영상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데요. H-MPI가 그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선 국내 기술로 저렴하고, 전자기 차폐 시설, 고전류·전압을 사용하지 않아도 PET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료 분야의 새로운 시장을 열 수도 있겠죠. 더불어 외산 장비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 구조를 바꿀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고, 이와 관련된 일자리도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존 영상 검사에 사용되었던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으로 검사를 마칠 수 있습니다. 이렇듯 검사 자체가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연속적인 검사도 가능합니다. 또한 H-MPI는 기존 MPI와 비교했을 때, 고주파·고밀도 전자기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으로 인해 환자들은 더욱 안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더 안전하고 저렴한 H-MPI가 보급되면, 장비가 지역 곳곳에 배치되어 대도시 등에 밀집되어 있던 환자도 같이 분산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을 효율화하여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도 있겠습니다. 환자 또한 현재 의료 진단 관련 최고가인 PET나 MRI를 통해 한 번 검사할 비용으로, 여러 번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니 의료비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번 기술은 기존 장비의 시야각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이에 MPI 기술을 인체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렸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술을 더 고도화하여 실제 상용화까지 진행하고자 합니다. 의료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건강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질병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장비를 넘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온열치료(hyperthermia) 기술도 개발하려 합니다. 산화철 입자가 몸에 주입된 뒤 암세포에 붙으면, 해당 산화철에 자기장 신호를 전달해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인데요. 진단뿐만 아니라 이러한 치료까지 가능한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하고자 합니다.

출처
자료3, 자료4 : S.-M. Choi et al., “A novel three-dimensional magnetic particle imaging system based on the frequency mixing for the point-of-care diagnostics,” Scientific Reports, vol. 10, no. 1, 2020, doi: 10.1038/s41598-020-688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