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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TRIP

우주를 만나다,
천안 홍대용과학관

800mm 반사망원경과 지름 15m 천체투영관, 상설전시관, 과학체험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천안 홍대용과학관은 담헌 홍대용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자 개관한 박물관이다.
담헌 홍대용 선생은 조선시대에 지전설과 지구구형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실학자로,
1762년 천안시 수신면에 ‘농수각’이라는 최초의 개인 사설천문대를 완성하고 혼천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혼천의를 설치했다.
담헌 홍대용 선생의 과학 사상을 보여주고, 천문과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천안 홍대용과학관에 가 보았다.

지상에서 만나는 우주

우주라는 단어는 낭만적인 뉘앙스로 다가온다. 별과 달, 태양, 은하수 같은 것을 품고 있는 무한하고 까만, 어쩌면 쓸쓸할 수도 있는 미지의 공간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가 그렇다.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린다지만 평범한 사람의 경우, 여전히 현실성 없고 먼 미래 이야기처럼 느껴져 함께 별을 보러 가자는 둥 조금은 촌스러울 수 있는 말에도 설렘을 느끼는 것이다. 천안 시내와는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대용과학관으로 가는 길이 설레는 이유도 낭만적인 이미지 때문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속 남은 거리를 눈으로 훑는다.

홍대용과학관 주차장에 주차하고 입구로 향하는 길, 건물 앞에서 조그맣게 마련된 야외 천문 공원인 달빛마당을 만날 수 있다. 달빛마당에 설치된 앙부일구(오목해시계)와 혼상 등 다섯 가지의 전통 천체관측기기들이 시선을 끈다. 앙부일구의 옆면에는 표준시간 측정 방법이 적혀 있다. 앙부일구 그림자만으로 시간을 측정하면 표준시간과 오차가 생기기 때문에 시차 보정표를 통한 보정이 필요하며, 앙부일구의 세로 시각선을 읽어 현재시간을 측정한 뒤 측정일과 가까운 날짜의 보정 시간을 더하라는 친절한 설명이 적혀 있지만, 과학관에 입장하기 전부터 뒷골이 서늘해져 계산하길 그만둔다.

홍대용과학관 입구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트릭아트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들과 함께 홍대용과학관을 찾은 부모님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듯이 아이들을 포토존에 세운다. 포토존에 선 아이들은 황소 위에 올라타 황소자리 별자리를 이끌고, 은하수가 쏟아지는 밤하늘에서 거대한 물고기를 낚으며, 농수각에서 홍대용 선생과 함께 별을 관찰한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자식들의 한때를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매표 후 과학관 1층에 들어서면 천체투영관이 눈에 띈다. 한쪽 벽면에는 상영하는 영상의 제목과 상영 시간이 정리된 영상 안내표가 붙어 있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선택하기 편하다. 홍대용과학관의 천체투영관은 15m 원형돔과 7채널 프로젝터를 이용해 기상 상황과 관계없이 가상의 별자리나 천문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입장료 외의 요금을 지불하고 천체투영관에 앉아 스크린을 바라보며 주변이 어두워지길 기다린다.

다양한 체험으로 알아보는 우주

천체투영관에서 영상 관람 후 3층으로 올라가면 상설전시관이 나타난다. 상설전시관의 첫 번째 전시관은 홍대용 주제관이다. 홍대용 주제관에서는 홍대용 선생의 일대기, 지인, 업적 등에 대해 알아볼 수 있으며 다양한 영상 기법과 체험형 학습기구가 준비되어 있다.

홍대용 주제관을 지나면 과학체험관이 기다리고 있다. 과학체험관은 우주에서 느낄 수 있는 무중력 같은 유사 환경을 만들어 재미있는 과학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직접 시뮬레이터를 운전하며 우주 행성들의 표면을 탐방하는 우주 지질 탐험 체험, 낙하 기구를 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무중력 체험, 동작 인식 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바닥형 인터렉티브 게임, 대형 사이클 레일 위를 움직이는 자전거를 타며 힘의 원심력을 체험할 수 있는 원심력 자전거 체험 등 총 5개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처럼, 놀이공원처럼 직접 움직이고 탑승할 수 있는 기구들이 있어 과학관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과 감탄이 끊이질 않는 체험관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체험해 보고 싶었지만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에게 양보하기로 마음먹는다.

과학사 전시관은 오래된 천문학부터 현대 천문학까지 다양한 천문학 이야기를 다채로운 표현기법과 장치를 사용해 알기 쉽게 전시되어 있다. 특히 ‘밤하늘의 일기-계절과 별자리 이야기’ 코너에서는 별자리와 계절을 선택하면 천장에 별자리가 나타난다. 까만 천장에 반짝이는 불빛으로 별자리가 그려지는 장면에 금방 지나가지 못하고 자리에 서서 일일이 별자리를 눌러본다.

홍대용과학관의 꼭대기, 4층은 주관측실과 보조관측실로 나뉘어진다. 주관측실은 800mm 반사망원경을 이용해 어두운 천체를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은 280mm 반사굴절복합망원경과 150mm 굴절망원경 등 5대의 고정형 보조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으며 10대의 이동형 망원경으로 다양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맑은 날이면 주간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 야간에는 달, 행성, 성운, 성단 등의 천체관측이 가능하다. 이번 주말, 1층부터 4층까지 다양한 체험으로 가득한 천안 홍대용과학관에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