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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TRIP

한빛탑,
대전시민들의 가까운 쉼터

과학의 도시 대전, 도심 속 홀로 솟아 있는 한빛탑을 본 적이 있다.
바쁜 걸음 속 하루를 지내다 보면 과거의 기억처럼 한빛탑 역시 쉽게 지나치는 대상이 된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한빛탑은 밝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지친 마음속 어느 눈부셨던 날이 떠오른다.
미래의 상징을 보며 불현듯 과거로 돌아간다.

전망대에서 느끼는 한낮의 여유

엑스포 과학 공원에 자리하고 있는 한빛탑을 찾아간다. 빨갛고 파란 엑스포다리 건너편, 그곳에 한빛탑이 있다. ETRI와도 멀지 않은 곳이다. 오랜만에 찾은 한빛탑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이다. 한낮의 한빛탑은 어린이들의 나들이 장소다. 추위도 잊은 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광장에 퍼진다. 따뜻한 숨이 묻어나온 웃음소리에 시리기만 했던 손끝이 녹는다.

한빛탑 앞에 설치된 꿈돌이와 꿈순이는 한빛탑을 찾은 시민들의 포토존이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그 앞에 세워 놓고 사진을 찍는다. 사진이 쑥스러운 아이는 몸을 배배 꼬며 어색한 눈으로 굳은 포즈를 취한다. 사진이 어색한 건 아이, 어른 할 것 없다. 사진 촬영을 마친 가족들은 한빛탑 안으로 들어간다.

한빛탑 내부, 전망대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아무리 올라간다 한들 고작 2층뿐인 버튼이지만 도달하는 시간은 의외로 길다. 엘리베이터 천장에서 조명처럼 반짝거리는 꿈돌이와 꿈순이, 그리고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조금 낡은 우주 그림에 시선을 두다 보면 어느새 2층에 도착한다.

하얀 벽면과 오목한 창문이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우주정거장을 연상시킨다. 바닥으로 난 동그란 창문은 한빛탑의 높이를 가늠해 보기라도 하라는 듯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호기심에 발 하나를 올려놓았다가 혹시라도 유리가 깨져 추락하게 될까 무서워 서둘러 발을 뺀다.

벽면을 둘러싼 창문으로 빛이 들어온다. 겨울을 잊은 것처럼 따뜻하다. 창문 너머 보이는 파란 하늘과 갑천에 가슴이 뻥 뚫린다. 창문을 따라 걷다 보면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사이, 망원경이 눈에 띈다. 망원경을 통해 내다본 세상은 조금 어지럽지만 반갑다. 한참을 망원경에 눈을 대고 있다가 눈을 뗀다.

창문 반대편 벽에는 엑스포기념관, 스카이로드 등 대전의 랜드마크 사진이 붙어 있다. 한빛탑 사진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빛탑에서 한빛탑 사진을 보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한빛탑은 1993년에 열린 대전세계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상징 조형물로, 올해 서른 살이 된다. 한빛탑의 이름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한 줄기 빛이라는 뜻이다. 빛과 과학, 우주를 모티브로 한 한빛탑의 하단부는 경주 첨성대를 의미하는 화강암으로 마감됐다고 한다.

중앙부의 전망대와 상단부는 스테인리스강이다. 외관은 원뿔형의 수직 구조물과 고리 형태의 수평 구조물을 결합해 수직으로 3가지의 기본 형태가 시각적으로 드러나게 구성되었는데, 각각에 화합과 번영의 미래를 향해 곧게 뻗어나가는 ‘과거-현재-미래’의 연결성을 의미한다.

과거-현재-미래. 우리는 30년 전 한빛탑이 염원한 대로 화합과 번영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속절없이 스쳐 가는 시간 속에 홀로 멈춰 잠시 생각해 본다.

화려하게 빛나는 미디어파사드

붉게 타오르던 하늘이 꺼지듯 순식간에 캄캄해진다. 큰길은 퇴근하는 차들로 붐비고, 엑스포다리에 불이 켜진다. 밤이 오면 한빛탑은 낮에 봤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진다. 광장 조명에 불이 들어와 반짝거린다. 이윽고 저녁 7시, 벽면을 타고 미디어파사드가 시작된다.

한빛탑의 미디어파사드는 저녁 7시부터 9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화려한 미디어파사드에 사람들의 지친 시선이 잠시나마 편하게 머문다. 미디어파사드는 미디어와 건물의 외벽을 뜻하는 파사드가 합성된 용어로, 건물의 외벽에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투사한다. 건물 벽에 LED 등의 디스플레이를 부착해 영상을 구현하던 방식에서 한층 더 나아가 아예 건물의 벽면을 디스플레이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겨울이라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음악 분수도 나오는 모양이다. 아쉬운 마음에 물이 뿜어져 나왔을 곳을 발로 몇 번 두드려 본다. 한빛탑의 야경을 위해 찾아온 시민들도 낮보다는 다양해진다.

어린 커플이 미디어사파드가 펼쳐지는 한빛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나이 지긋한 부부는 핸드폰으로 미디어파사드의 영상을 촬영한다. 화려한 빛 때문에 역광이거나 빛 번짐으로 실물과는 다른 느낌을 저장하게 되겠지만 아무렴 어떨까. 눈빛을 보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많은 조명이 반짝이는 벤치는 해가 진 시간임에도 어둡지 않다.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주황색 전구들을 보는 사람들은 어떤 사색에 잠기게 될까. 그들의 마음을 엿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멀리 떠나는 것조차 부담일 때 한빛탑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