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70 Marc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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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삶을 바꾸는 기술

최근 미국의 한 기업이 전 세계에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0년대 중반까지 1만 2천여 대에 이르는 통신 위성을 발사해 위성 인터넷망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에는 6만 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넷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인공위성을 활용한 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일상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가정에 달려있는 위성접시 사진

우리 삶의 보이지 않는 눈, 인공위성satellite

인공위성이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우주에 쏘아 올린 인공 구조물을 말한다. 2021년 현재까지 1만여 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2020년 한 해만 해도 1천 대가 넘는 인공위성이 발사됐으며, 매년 발사되는 인공위성의 수 또한 증가하는 추세다.

‘인공위성’이라는 이름은 멀게 느껴지지만, 그것을 활용한 기술은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네비게이션과 TV, 라디오 등은 위성통신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술들이다. 이외에도 인공위성은 인터넷 통신, 기상 관측, 위치 추적 등 임무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위성 통신을 통한 재난 대응 시스템 연구원 모습

1957년,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소식은 우주 산업에 개념이 전무했던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특히, 이 사건으로 미국이 우주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연구에 뛰어들었고 뒤이어 일본, 프랑스, 인도 등이 우주발사체 개발에 성공하며 그야말로 ‘대 우주 시대’가 열렸다.

인공위성 개발 초기에는 우주에 인간이 만든 무엇인가를 쏘아 올렸다는 사실에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기술 개발과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에 쏘아 올리는 기술뿐 아니라,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1962년, 미국은 대륙 간 무선 전화와 TV 생중계 등의 위성통신을 가능하게 만든 첫 번째 통신 위성을 발사했다. 이후 1994년에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24대를 발사하며 지구 전체를 GPS 위성 영역에 들여놨다. 인공위성이 단순히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바꿔놓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에는 우주선 발사부터 귀환까지 모든 기술을 갖추고 실현한 민간기업이 등장하면서 우주 산업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기술 개발의 위험성으로 인해 국가 단위로 이뤄지던 연구들이 점차 민간기업 주도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에는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인이 제작과 발사까지 주도해 성공한 사례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위성 통신 재난 대응 시스템 연구원 모습 위성 통신 재난 대응 시스템이 구급대원이 사용하는 모습 이미지

인공위성으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다Overcome
the limit

2019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보급률은 58.8%다. 인터넷이 보급되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1년 이내에 어떤 기기로든 인터넷에 접속한 적이 있다’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실상 인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뿐 아니라 전화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가 지리적 한계다. 기반 시설이 있어야 하는 현재 통신 기술의 특성상, 산간이나 오지, 혹은 인구가 적어 기반 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은 통신이 원활하지 않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재난·재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화재나 침수, 지진 등으로 통신 기반 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통신이 끊겨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위성통신을 이용하면 이런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다. 위성통신은 별도 기반 시설을 설치할 필요 없이 전파를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만 있으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 재해 지역 등에 위성통신을 사용하면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워싱턴주에서 일어난 산불을 진압하는 과정에 위성통신 기반 인터넷이 사용됐다. 화재로 기반 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되거나, 산간이나 오지에 고립된 사람들을 위성통신으로 연결해 위치를 파악하고 대피시킬 수 있었다. 진압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산불을 진압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줬다. 위성통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위성에서 내려다본 지구의 기상 모습

한국 위성통신 기술의 미래The Future

최근 국내 연구진도 세계 최고 수준의 위성통신 반도체 ASIC 개발에 성공하면서 위성통신 기술력을 한 층 드높였다. 위성통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파 송신 장비와 수신 장비가 따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ETRI 연구진은 이 두 장비를 하나로 합쳐 크기를 줄이고 단말을 제작하는 비용도 크게 줄였다. ASIC이 제공하는 통신 속도와 채널 수도 현재 상용화된 세계 최고 수준 제품들을 상회한다. 위성통신 기술력은 물론 활용성도 높인 셈이다.

ETRI에서는 개발한 ASIC 기술이 국내 재난·재해 현장에서의 긴급 대응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위성통신은 장비가 무겁고 복잡해 이동용 위성중계(SNG, Satellite News Gathering) 차량이 필요했다. 그러나 ASIC 기술은 장비가 가볍고 운용이 쉬워 소방관 뿐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위성통신 시장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장의 68%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ASIC 모뎀칩 기술로 자립화를 이루고 세계 위성통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장비 제작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기반 시설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는 본 기술의 장점을 살리면 통신 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나라에 통신 인프라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연구진의 기술이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며 인류 삶의 질을 드높일 미래를 기대해본다.

ASIC 반도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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