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ETRI Webzine

VOL.154 June 2020   

Focus On ICT

입에서 나는 냄새로 질병을 규명하다

생활 속 ICT 이야기

  • 특정 질환에 후각을
    적용할 수 있을까?

  •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래된 감각으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보다도 먼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일까. 사람은 그 어떤 감각보다 후각으로 먼저 상황을 파악한다. 가령 화재 현장이라면, 냄새를 맡고 무엇이 타는지 생각하지, 불이 난 걸 보고서 냄새를 맡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ICT가 먼저 냄새를 맡아 상황을 알려줄 수 없을까?

    인류는 그동안 동·식물을 모사(模寫)해 창의성을 발현하고 지혜를 얻어왔다. 이를 생체모방기술(Biomimetics)이라 부른다.

    연꽃잎 표면의 특성을 닮은 자동차 유리, 4족 보행을 하는 동물을 흉내 낸 견마형 로봇, 박쥐·벌새·갈매기를 닮은 드론, 거미줄의 원리에 착안한 방탄복, 이외에도 수영복, 센서, 선풍기 등 인간은 자연을 흠모하고 베껴 오며 기술을 진보시켜 왔다.

    특히, 사람들은 냄새를 잘 맡는 사람에게 ‘개코’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한다. 개는 사람에 비해 1만 배 이상 냄새를 더 잘 맡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공항에서 마약탐지나 자국의 농산물 지킴이로도 활약한다. 최근 과학자들도 개코를 실험에 적용해 보려 노력 중이다. 바로 개의 코를 이용해 암이나 특정 질환을 미리 알아내는 연구다. 외국 연구진은 2011년 이미 대장암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보기도 했다. 정확도도 무려 91%나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은 적도 있다.

  • X

    (X-rays)

    물질을 잘 투과하여 재료의 시험이나 의학용으로
    사용되는 파장이 짧고 투과력이 강한 방사선

  • 01

    ETRI 연구진이 분석 시스템에 넣을
    날숨을 채취하는 장면

    02

    호기 가스 분석 시스템에 들어가는
    센서

  • 인류의
    건강을 위해
    활용되는
    전자코

  • 최근 국내 연구진도 개의 코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바로 ‘전자코’다. 개의 냄새 맡는 원리를 전자 소자를 이용해 흉내 낸 것이다. 사람 코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연결돼 있다. 연구진은 전자 소자를 이용해 사람의 코처럼 ‘킁킁’ 냄새를 맡아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의 호흡 가스가 들어오면 이를 분석해 질병 유무를 판단한다. 연구진은 본 기술을 우선 폐암에 적용했다. X선 장비나 CT, MRI 등의 검사법은 방사선 노출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비용부담도 크다. 이러한 장비를 통해 검사를 받아 오히려 암의 진행이 빠르게 퍼져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가 된 적도 많다.

    이에 연구진은 전자코 시스템을 만들어 사람의 호흡(날숨)을 이용해 센서에 호흡 가스 성분을 붙여 전기 저항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성분 데이터의 알고리즘 분석으로 폐암 유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미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임상도 마쳤다. 200회의 분석을 통해 75% 정도의 정확도까지 얻어냈다. 물론 향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다. 환자 정보를 더 많이 구축해 빅데이터 분석도 하고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정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나아가 연구진은 위암이나 대장암 등에도 적용해 본다는 계획이다.

  • CT

    (Computed Tomography, computer)

    엑스선이나 초음파를 여러 각도에서 인체에
    투영하고 이를 컴퓨터로 재구성하여 인체내부를
    화상으로 처리하는 단층촬영법

  • ETRI가 개발한 폐암 진단 전자코 CG

  • 인간처럼
    냄새 맡기
    가능할까?

  • 또 사람들은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입에서 단내가 난다’라는 말을 한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해 힘든 운동 후 호흡도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단내’가 무엇인지를 잡았다. 단내를 나게 하는 것은 바로 ‘아세톤’ 성분 등이라고 한다.

    운동을 하면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아세톤이 배출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운동을 해도 내가 얼마나 운동을 했는지 정확한 운동량 측정이 어려웠는데 이를 밝힐 수 있게 된 것이다.

    후각이 인간 경험에 미치는 큰 힘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시각이나 청각에 비해 연구가 미진했던 이유는, 냄새를 재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ICT의 비약적인 발달로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18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위해요소감지BNT 연구단은 바이오 나노 센서를 이용한 전자코를 만든 바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냄새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 수 있다면, 거꾸로 냄새를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또 2016년 프랑스 센소웨이크에서는 향기로 사람을 깨우는 후각 알람 시계도 개발했다. 냄새는 미각까지 이어진다. 2019년 미국 스타트업 바쿠소(VAQSO)에선 향기 카트리지를 이용해 VR에서 맛을 느끼는 듯한 ‘생각이 드는 장치’를 선보인바 있다. 전자코를 활용해 폐암 진단에 성공한 ETRI 연구진도 위와 같은 바이오+ICT 연구를 25년째 꾸준히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본 시스템의 정확도 개선과 빅데이터 적용을 통해 시스템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 MRI

    (Magnetic Resonance Imaging)

    강한 자장과 전자파를 이용하여 체내 물분자에
    포함되는 수소원자의 움직임으로 신체의 단면을
    촬영하는 검사법

  •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