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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42
November 2019

Special — 인간의 영역을 넘어 극한 환경에 도전하는 ICT

인간의 영역을 넘어
극한 환경에 도전하는
ICT

20세기 과학기술의 업적 중에서 현대 생활을 크게 바꿔놓은 발명품을 꼽으라면 반도체 소자가 그중 하나일 것이다. 반도체 소자의 발명은 개인용 컴퓨터 보급으로 이어졌고, 인터넷과 광무선 통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현대인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의 급속한 진전은 반도체를 통해 인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가 인간과의 밀접한 삶을 넘어 극한 환경으로 퍼져가고 있다. 반도체는 극한 환경을 어떻게 견뎌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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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환경을 버티는 반도체

극한 환경에 속하는 인공위성이나 탐사 로봇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기술은 주로 실리콘 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반도체 소재는 재료의 물성적 한계로 인해 극고전압이나 고온·고압, 고충격, 고방사선 등에 취약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 그리드, 철도수송, 풍력발전 터빈, 선박 및 산업용 모터, 자동차 엔진, 태양광발전 인버터, 재난탐지, 원유 탐사 장비, 우주산업 등 극한 환경에 적합한 반도체 소자로의 응용이 어려웠다.

극한 환경용 반도체는 기존 실리콘 및 화합물 반도체보다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우수한 물성을 가진 UWBG(Ultra-Wide Band Gap) 반도체로서, 다이아몬드(Diamond) 반도체, 산화갈륨(Ga2O3) 반도체, 질화알루미늄(AIN) 반도체 등이 해당한다. 현재 극한 환경에 속하는 인공위성이나 탐사 로봇 등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화합물 반도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온 및 내방사선 등의 극한 환경을 위해 방열을 위한 모듈과 밀폐구조, 차폐구도 등과 같은 중후장대(重厚長大)한 부품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부품을 경박단소(輕薄短小)한 부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앞서 말한 반도체 물성이 우수한 UWBG 반도체 기술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미국에서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고온 및 방사선 환경 탐사 로봇인 스피릿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고온 및 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 화성표면의 각종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대체 에너지 개발 기술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원자로 등 안전 감시 및 사고 대응을 위해 200℃ 이상의 고온과 10MGy 정도의 고방사능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에 적용할 극한 환경용 반도체 소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미국 NASA에서는 금성 대기 조건인 약 460℃, 94MPa에서 구동 가능한 구동 온도 500℃ 이상의 금성 탐사체용 전자소자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UWBG
Ultra-Wide Band Gap

ETRI 연구진이 개발한 전력반도체의 전류-전압 곡선 특성 측정 모습

고전력·고전압 버티는 힘센 반도체 ‘모스펫’

국내에서는 높은 전압에도 반도체 성질을 잃지 않고, 잘 견디면서도 전도도도 떨어지지 않는 고효율 전력반도체 칩 ‘모스펫(MOSFET)’을 지난 5월 개발했다.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물질인 산화갈륨(Ga2O3)을 이용해 최대 2,300V 고전압에도 잘 버티는 전력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것이다. 산화갈륨은 실리콘(Si),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와 같은 반도체 물질이다. 기존 반도체 소재들보다 에너지 밴드 갭이 넓어 고온-고전압에서도 반도체 성질을 유지, 칩 소형화와 고효율화가 가능하다. 또한, 용액에서 잉곳으로 고품질 대면적 웨이퍼를 만들기도 쉬워 저비용으로 대형 고전력 소자 제작을 할 수 있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자로 부상 중이다.

그동안 전 세계 반도체 산업계와 학계는 높은 전압에도 반도체 성질을 잃지 않고, 잘 견디지만, 전도도가 떨어지는 단점을 가진 산화갈륨으로 고효율 전력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데 고심해 왔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은 최적의 구조 설계, 반 절연체 기판 사용 기술 등을 통해 기존 최고 수준보다 25% 높은 전압, 50% 낮은 동작 저항 트랜지스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향후 고전압이 요구되는 전자제품이나 전력 모듈에 내장되어 효율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은 고전압이 요구되는 전자제품, 전기자동차, 풍력발전, 기관차 등에서 전력을 바꿔주는 모듈에 사용 가능하다. 이로써, 고전압·고전력에도 잘 견디는 ‘힘센 반도체’로서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극한 환경, 거대 시장 선점하는 연구개발

극한 환경용 반도체는 UWBG 반도체의 물성으로 인해, 기존 실리콘 및 화합물 반도체 등으로 구현된 시스템에 비해 고온 동작이 가능하다. 또한, 큰 방사능 저항도를 갖고 쿨링 시스템이 필요 없거나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시스템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고전압 및 고전력 동작이 가능한 특징을 갖는다. 극한 환경용 반도체 기술 중에서 다이아몬드 반도체 기술은 재료적인 특성상 수십 년의 연구 역사에 비해 비교적 더딘 발전을 하고 있으나, 단결성 기판 제작의 한계와 가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다이아몬드 반도체 기술은 고가이지만, 고성능을 요구하는 극한 환경 시장에 응용이 가능하다. 반면 산화갈륨 반도체 기술은 다이아몬드 반도체 연구개발 역사에 비해 매우 짧지만, 빠른 연구개발 결과물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지 해결하고, 개선해 나가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UWBG 반도체 중에서 가장 저렴하게 기판 제작이 가능한 산화갈륨 반도체 기술은 저가격·고성능의 특징을 갖는 산업용 모터, HEV/EV, 태양광발전 인버터, 통신 시스템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 연구진은 향후 극한 환경용 반도체 기술에 대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극한 환경 반도체라는 거대 시장을 선점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