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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39
October 2019

Interview — ICT창의연구소 강성원 소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새로운 연구개발의 길

ICT창의연구소 강성원 소장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갈 때 창작의 고통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창작의 고통이 예술뿐만 아니라 ICT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요구된다.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길이 아닌, 누군가에게 주어질 문제를 만들어가는 일. 한 발짝 앞서 나가기 위해 없는 것을 있게 하거나, 넘지 못하는 담을 뛰어넘는 일. ETRI ICT창의연구소는 기술의 진보를 위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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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창의연구소의 새로운 비전을 설명 중인 강성원 소장

ICT창의연구소의 새로운 비전은?

ETRI가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면서 ICT창의연구소도 새롭게 개편되었습니다. 연구소 이름에 ‘창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ICT창의연구소는 이름처럼 파괴적 창의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없는 기술을 탄생시켜보자는 취지에서 새롭게 개편됐습니다. 파괴적(Disruptive)인 연구라는 말이 다소 생소하긴 하지만, 그동안 창의적인 연구를 많이 수행해온 ETRI가 더 도전적이고,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입니다. 또 소재·부품·장비와 관련해서 R&D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ICT소재부품 플랫폼 또는 소재부품 분야에서 1등을 선도하자는 것이 우리 연구소의 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ICT소재부품 플랫폼이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국내에서 필요한 기본기술을 플랫폼으로 대응하는 ETRI의 전략입니다. 가령 유연전자소자, 광 및 RF 전력 소자, 특화 반도체 등을 말합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유연한 스마트폰을 만든 바 있습니다. ETRI는 유연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소자도 본체와 마찬가지로 기판에서 유연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특화 반도체의 경우 일명 ‘극한 반도체’라고도 부릅니다. 특별한 반도체 소자로 무기에 들어갈 수 있으며, 국방 수요에 대한 반도체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ICT창의연구소는 기존 산업계에 혁신과 혁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최첨단 미래 분야의 핵심기술들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ICT창의연구소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 연구원들이 실험 중인 모습

ICT창의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올해 연구 개발한 것을 위주로 말씀드리자면, 먼저 새로운 X-Ray 소스 개발에 관한 연구입니다. 기존 X-Ray의 소스가 점광원(Point source)이었다면, 이것을 면광원(Surface light source) 으로 바꾼 사례입니다. 그동안 점광원으로 사용되어온 X-Ray기기는 방사선 피폭량이 굉장히 많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특정 시간에 점이 면으로 사용되면 분포가 더 균일하고, 안정화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심지어 방사선의 피폭량을 백분의 일까지 줄일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처럼 차세대 X-Ray 소스를 개발하는 연구를 한창 진행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광통신 분야입니다. ETRI의 광통신 소자 개발은 세계적으로 앞서고 있는 기술 중 한 분야입니다. 광통신이란 스마트폰을 늘 쓰고는 있지만 스마트폰이 사용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기술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통신입니다. 전화기가 중계기에 연결되고, 중계기가 기지국에 연결되는 것처럼 기지국 뒤편에는 굉장히 빠른 광통신 소자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최근 ETRI는 100Gbps를 개발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현재 400Gbps를 개발 중입니다.

세 번째는 유연 전자소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연한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소자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에서 전자소자를 개발할 때 양산 라인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를 R&D 라인으로 사용하기 쉽지 않습니다. R&D를 하기에는 손실이 엄청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연구원으로 R&D 의뢰를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유연전자소자도 저희가 만들고 있는 중요한 기술개발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OLED를 기반으로 한 소형 마이크로 LED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또한, ETRI는 양자 현상에 관련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자 현상이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현상입니다. 두 개의 단위 소자를 보통 비트(bit)라고 표현하지만, 양자에서는 이를 큐빗(qubit)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양자 우물에 입자를 가둬놓은 것을 하나의 큐빗이라고 합니다. 또한, 큐빗 두 개가 있으면, 이를 자연스럽게 얽히도록 만듭니다. 두 개의 큐빗이 얽히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하나의 큐빗이 반대로 가거나 위로 가거나 방향을 바꿨을 때 또 하나의 큐빗도 동일하게 따라 움직입니다. 왜 이런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이렇게 신기한 현상을 우리는 양자의 얽힘 현상이라고 합니다. 가령 달나라 같은 먼 곳에 큐빗이 떨어져 있어도 똑같이 움직입니다. 이렇게 되면 양자통신, 양자 암호통신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큐빗 얽힘 현상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도 개발하고자 합니다. 양자컴퓨터란 슈퍼컴퓨터보다 더 빠른 컴퓨터를 말합니다. 양자 컴퓨터는 연산시 미리 모든 연산에 대한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즉, 큐빗 하나가 연산을 하면, 나머지 큐빗이 따라서 연산을 하게 됩니다. 가령 50큐빗이 존재하면, 2에 50승이 되는 슈퍼컴퓨터의 연산속도를 냅니다. 그 이유는 각 지수성별 각가지 양자 계산을 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양자의 특성으로, 미래의 새로운 슈퍼컴퓨터가 되어줄 것으로 전망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강성원 소장과 ICT창의연구소

향후 집중적 진행되어야 하는 연구는?

ETRI에는 기존에 있던 통신이나 인공지능 등 새로운 미래비전 먹거리를 개발하는 연구소가 있습니다. 반면에 ICT창의연구소는 현재 없는 기술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비전이자 목표입니다. 기대효과는 먼저 새로운 먹거리를 창의적 도전적 기술연구를 통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어떤 연구성과가 나올지는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대효과가 무한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X-Ray 소스도 전혀 다른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나온 새로운 기술입니다. 이렇듯 창의적 연구는 자체가 시작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창의연구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연구라던가 연구의 고도화라는 용어가 어쩌면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담에 부딪혀 극복하지 못하는 기술을 극복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구야말로 현시점을 생각해 보면 절체절명의 연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존 존재하고 있는 기술을 더 좋게 하는 기술이 아닌, 없던 것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기술인 셈입니다. 창의란 없는 것을 있게 하거나 담벼락에 부딪히는 문제를 넘어가는 개념입니다.

ICT창의연구소의 최종 목표는?

사실 연구를 하다 보면 어떤 종이에 문제가 쓰여진 것을 풀어가는 과정도 많고, 빈 종이에 문제를 써 내려 가야 하는 과정도 생깁니다. 세계 1위의 기술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가 앞으로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얼마나 좋은 기술을 확보할지가 관건입니다. 이를 위해 얼마나 창의적인 생각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이루어내는 것이 물론, 공통된 목표입니다.

Editor epilogue

“창의적이라는 것 자체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할 때도 1번부터 마지막 번까지의 문제가 필요하잖아요. 문제를 적는 일은 창의적이지만, 이걸 답하는 것을 창의적이라고는 하지 않아요. 우리는 주어진 질문 대신 앞으로 주어질 문제를 만들어내는 연구를 해나갑니다.” 창의적인 연구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는 강성원 소장의 목소리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 담겨 있다. 새로운 미래와 시대는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진보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강성원 소장과 ICT창의연구소원들처럼 온 힘을 다해 달려온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과 광통신 선도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창의적 연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앞으로 강성원 소장과 ICT창의연구소원들이 그려나갈 미래는 또 어떤 모습일지 미래세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