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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36
August 2019

ICT Trend — 개인별 에너지 소비량 측정·전달 기술

에너지,
아낀 만큼
돌려받는다

개인별 에너지 소비량 측정·전달 기술

어느 때보다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이다. 탈원전 중심의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나 새로운 대체에너지의 발굴 쪽으로 에너지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탈석탄·탈원전을 추진하면서 LNG 발전 비율도 2017년 18.8%에서 향후 2030년까지 37%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도 2017년 4.7%에서 오는 2030년까지 20%로 높인다는 전망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넓은 안목으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에너지 전환 정책의 로드맵을 잘 그려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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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비콘(beacon) 장치를 통해 재실 및 이동 등의 사용자 정보를 자동 인지하고 PC 모니터 조명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에너지 종량제 앱

인센티브처럼 되돌려 받는 에너지 기술

우리나라 에너지 절약 관련 정책은 지금껏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만 강조되어왔다. 사실 에너지를 아끼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ETRI 연구진이 아낀 에너지만큼 인센티브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실천하기 어려운 에너지 절약을 사용자에게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자발적, 능동적으로 절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존 건물들은 에너지 절감 자체가 운영자나 시스템을 제공하는 측에 따라 이루어졌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한다든가 모니터링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르는 시스템 구축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듯 에너지 절감과 관련하여 소개할 기술은 ‘개인별 에너지 소비량 측정·전달 기술’이다. 연구진은 전기 콘센트 내에 센싱이 가능한 칩과 전력 미터링(metering) 칩을 내장시켰다. 일명 ‘스마트 플러그’다. 스마트 플러그 내에 스마트 유틸리티 네트워크(SUN) 칩셋과 통신 모듈을 내장시켜 무선으로 데이터를 서버로 알리게 된다. 썬(SUN) 칩은 ETRI가 국제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무선통신 기술이다. 이를 통해 개인별 제어는 물론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측정할 수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손쉽게 앱을 내려받아 활용도 가능하다. 단순히 앱이 실행되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보유하면 사용할 수 있다. 통신 방법은 블루투스 비콘(Beacon) 단말을 통해 사용자의 재실(在室) 여부, 계단의 이용 여부 등을 인식하게 된다. 이를 통해 컴퓨터나 조명 등 사용자의 전기장치를 컨트롤하고, 에너지를 절감하게 된다.

에너지를 아낄 경우 아낀 만큼 포인트도 자동으로 적립 받는다. 이때 적립된 포인트는 향후 개인이 다른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무자가 자리를 벗어나면 센서가 센싱을 통해 개인 컴퓨터가 동시에 절전 모드로 바뀐다. 사용자 주변의 실내조명 전원 또한 즉각적으로 차단된다. 반대로 근무자가 원래 자리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려 하면 이전 ‘온(ON)’ 상태로 복원된다. 이런 모든 과정은 사용자가 별도 전원에 대한 행동을 하지 않고도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의 앱은 사무실 내부나 계단 옆에 부착된 비콘을 통해 블루투스 통신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실제 업무 환경에서만 PC 등이 켜진다. 연구진은 이 같은 기술을 실제 ETRI 연구실에 실험해보았다. 그 결과 조명의 경우 15%, 컴퓨터의 경우 26%의 전기 에너지 절감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ETRI 연구진이 스마트오피스 에너지 다이어트 통합관리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그룹별 소비량 확인과 포인트 인센티브 부과 등의 서비스를 설명중인 모습

나를 위한 기술 패러다임 ‘I-My-Me & You’

연구진은 개인별 근무 상황 데이터를 모으고, 조명 설비의 제어를 위해 블루투스 저전력(BLE) 기술을 사용했다. 이 기술은 컴퓨터나 조명 사용이 많은 대형 상업용 건물이나 사무 공간에 도입하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은 사용자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노력 여부가 중요하다. 노력한 사람에게는 그에 따라 차등적으로 에너지 절감 포인트를 제공해 독려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기술을 에너지 정책에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사용자의 동기부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지난 2015년, 전북 진안의 홍삼 한방 스파(SPA) 시설에 이 기술을 접목해보았다. 홍삼 한방 스파 등에 전력 미터기를 달고 개발한 SW 기술을 건물관리 통합 서버에 설치했다. 에너지 모니터링과 수급 최적화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시도를 통해 ICT를 활용하여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계속 중이다. 이 기술을 일반 국민이 활용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내가 전기를 생산하고, 내가 소유하며, 나를 위한 기술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내가 전기를 직접 거래도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ETRI 연구진은 사업명을 ‘I-My-Me & You 에너지 사업’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에너지는 태양광 공급 이슈가 주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공급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수요다. 수요 절감 측면에서 이슈화하여 수요관리가 지속적으로 잘되는 것이 공급 못지않게 중요하다.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만큼 에너지 관련 첨단기술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환경친화적인 자동화된 수요관리에 국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렇듯 이제는 에너지 거래, 공유, 중계, 융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내가 아낀 전기를 타인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내 소유의 전기(에너지)를 쓰지 않을 경우 전기가 더 필요한 타인에게 넘겨주면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최적화 관점이고 효율화 이야기다.

ETRI의 이일우 박사는 “전기는 과거 에너지와 달리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에너지로 저장한 뒤 필요할 때 꺼내 쓰기도 편하다. 이제는 신재생 기반 에너지라 불리는 태양광의 경우 ‘마이크로 그리드’라는 표현을 쓴다. 이보다 더 큰 개념이 바로 ‘스마트 그리드’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지산지소의 의미는 본래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마이크로 그리드는 건물이나 도시 단위로 이뤄지고 스마트 시티와도 연결된다. 스마트 시티하면 과거에는 관제나 방법, 교통을 논했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ETRI 이현정 박사가 스마트오피스 에너지 다이어트 서비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시연하고 있는 모습

에너지 자급 자족 시대를 꿈꾸는 ETRI

에너지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재화다. 태양광의 경우 기후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어 ICT를 활용해 AI 기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발전함으로써 변동성을 줄이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전량 예측도 가능하다. 바야흐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에는 많은 길이 있다. 내가 쓰다 남은 전기는 옆 건물이 쓰도록 하여 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이제는 일반화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의 융통이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에너지의 공유 및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다.

ETRI는 이 기술을 개발해 연구원 내에 먼저 설치했다. 태양광을 이용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실증 사업으로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일대 아파트를 대상으로 태양광을 운용해보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새로운 직업도 생겼다. 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는 소유자와 전력도매 시장을 연결해주는 중계사업자다. 중계사업자는 소유자로부터 전기를 받아 시장에 팔아준다. 따라서 중계사업자는 전기 자원의 예측을 잘해야 한다는 특성도 요구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기사업법 개정 노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소규모 전력중계를 허용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017년 6월 통과됐다. 그리고 법 시행 시점인 2018년 12월에 맞추어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정비까지 완료했다.

이처럼 전기도 공공재로서의 성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내 집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내가 사용하고 일부 남는 전기를 판매한다면 이는 곧 사유재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전기도 서비스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서비스는 개인의 기호에 따라 또는 생산 방식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예를 들면 원자력을 이용해 만든 전기의 가치와 태양광을 통해 얻은 전기의 가치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같은 전기지만 가치에 따라 차별성 있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친환경론자라면 좀 더 돈을 지불해서라도 우리의 미래와 자손을 위해 신재생 청정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람에 따라서는 쓸 수도 있다는 논리다. 전기조차도 분리해 가격을 매기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전기시장의 경우 소비자가 개방되어 있다. 모든 국민이 전기를 판매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경쟁이 심해져 전기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다. 이 같은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도 활발해 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 판매 계약을 하게 되면 인터넷을 무료로 설치해주는 것과 같은 장점도 생겼다. 아울러, 풍력, 지열, 태양광 등 에너지원 사이에서 활발한 교류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소속 국가 간에도 유동성이 많아지고 서비스도 오히려 더욱 다양해졌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잉여전력 거래 및 공유서비스를 할 수 있는 주민설명회도 개최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이 보인다. 주택용 수소연료전지발전 및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보급해 잉여전력을 거래하거나 공유하는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2022년 4월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가 이슈가 된 기회에 빠른 의사결정으로 더욱 효율적인 에너지 정책을 펴야 할 시점이다. ICT를 이용하여 더욱 지능화하고 효과적으로 만들어줄 기술적 채비는 이미 끝났다. 결정만 남은 것이다.

본 글은 ETRI가 2018년 발행한 Easy IT시리즈 “세상을 바꿀 테크놀로지,『디지털이 꿈꾸는 미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

저자  ETRI 홍보실·정길호    출판사  콘텐츠 하다

ETRI가 펴낸 『디지털이 꿈꾸는 미래』는 우리에게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알려주고, 다양한 ICT 트렌드를 소개하여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흥미롭게 조망해 보는 책입니다. 본 도서는 예측 불가능하고 더 빨라진 기술 세상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적응하고 미래의 위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좋은 지침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