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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7
Marc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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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____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화폐의 가치
알게하는
문화 향유의 공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한국은행은 일반인이 통장을 만들고, 은행 거래를 하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을 할까?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는 화폐 문화와 한국은행의 역사와 맡은 역할을 알아볼 수 있다. 또 고대 물품화폐에서 현재의 화폐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화폐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이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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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 이미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1912년 완공된 절충식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사적 제280호로 등록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100여 년의 역사가 깃든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우리나라 초기 근대 건축물로서 대한민국 금융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화폐박물관 건물은 1981년 국가 중요 문화재인 사적 제280호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1909년 대한제국의 중앙은행으로 (구)한국은행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조선은행으로 개칭되고, 1912년 건물이 완공된 뒤에는 조선은행 본점 건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실용성과 견고함이 돋보인다. 지하 1층, 지상 2층의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건물의 외관은 위에서 내려봤을 때 ‘井(정)’자 모양이고, 정면에서 봤을 때는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대칭 구조다. 이 건물에서 느껴지는 역사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100여 년의 세월이 깃든 덕분 아닐까 생각한다. 또 외벽에 마감된 화강암은 견고하고 육중한 이미지를 풍기며, 이 건물이 겪어온 시간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이 대한민국의 중앙은행으로 창립되면서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되었다. 한국전쟁 때에는 내부가 거의 파손되었지만, 1958년 복구되었다. 1987년 이 건물 뒤편으로 한국은행 신관(현 본관)이 준공되면서 원형복원 공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 외벽은 이전과 똑같이 복원했지만, 내부는 대리석으로 마감하는 등 현대적인 건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변경해 1989년 완공했다. 이후 2001년 한국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화폐박물관으로 개관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휴무일
매주 월요일, 12월 29일부터 다음해 1월 2일,
설연휴, 추석연휴 휴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가 전시되어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가 전시되어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1층 화폐의 일생 전시장에 전시된 화폐의 제조 및 순환과정

1층 화폐의 일생 전시장에 전시된 화폐의 제조 및 순환과정

화폐의 일생과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

화폐박물관의 상설전시장은 총 2개 층과 13개의 전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물은 외부전시일정 및 전시품의 보존 상태를 위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먼저 1층에 있는 ‘우리의 중앙은행’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역사의 흐름과 함께 걸어온 ‘한국은행의 탄생과 정책의 진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해방 이후 근대역사의 흐름과 함께 진화하고, 혁신되어온 한국은행은 ‘경제적 자립이 없으면, 정신적 자립도 없다’라는 가치 아래 우리나라의 경제 살림을 도맡아 왔다. 아울러 경제가 성장하거나 나라 살림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거름과 양분을 제공하고, 수많은 정책을 기획하고 수립한 과정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지탱해 주는 ‘힘’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화폐의 일생’은 화폐의 제조·순환과정, 위·변조 화폐의 식별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화폐를 발행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화폐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라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화폐는 만든 재료에 따라 ‘지폐’와 ‘동전’으로 구분된다. 또 특수한 기술과 재료를 사용하여 사전에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화폐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 여러 나라로 화폐를 수출하기도 한다. 물론, 최종 돈이 아닌 인쇄 전 단계까지만 수출된다.

이 외에도 ‘돈과 나라 경제’ 전시장에서는 통화 정책을 비롯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알아볼 수 있다. 화폐 광장에서는 우리나라·중국·일본의 시대별 화폐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진귀한 화폐가 전시되어 있다. 또 1층의 마지막 전시장인 ‘상평통보 갤러리’는 조선시대에 사용된 상평통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조선시대의 화폐로 200년 이상 사용된 상평통보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한 동전이다. 조선 후기에 상평통보가 나오면서 일반 백성들이 보다 손쉽게 물품을 교환할 수 있게 되자 화폐를 이용한 경제활동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당시 그것을 ‘상평통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대신에 ‘상평’또는 ‘평’이라고 불렸다. 또 상평통보는 모양틀에서 떼어낸 돈나무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돈이 나뭇잎처럼 매달려 있다고 해서 엽전(葉錢)이라고 부르게 됐다.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화폐의 실물과 영상을 볼 수 있는 세계의 화폐실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사용 중인 화폐의 실물과 영상을 볼 수 있는 세계의 화폐실

화폐를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금고

화폐를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모형금고

화폐에 담긴 문화유산을 마주하다

1층에서는 한국은행의 역할과 화폐의 과거 그리고 제조과정까지 훑어보았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에 있는 M층은 옛 총재실과 화폐박물관 건축실, 옛 금융통화위원회회의실이 전시되어 있다. 먼저 ‘옛 총재실’은 1987년 본관이 신축되기 이전까지 한국은행 총재가 업무를 수행했던 집무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또 ‘화폐박물관 건축실’은 한국은행이 위치한 지역과 한국은행 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옛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은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정책기구인 금융통화위원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한국은행의 주요 업무나 정책이 수행되어 온 공간을 재현한 섬세함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모형금고, 한은갤러리, 세계의 화폐실, 체험학습실, 기획전시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모형금고’는 금융기관이나 국민의 화폐 교환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많은 금액의 화폐를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모습을 재현했다. ‘한은갤러리’는 한국은행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작품들의 주제를 정해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은행 소장 미술 명품전’이 전시되었으며, 현재는 다음 전시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의 화폐실’은 세계 170여 개국에서 현재 사용하는 화폐 실물과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체험학습실’은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화폐를 좀 더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박물관이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어린이들에게 맞춤화한 공간이다. 마지막으로는 화폐에 관한 다양한 주제로 특별 전시를 개최하는 ‘기획전시실’이 있다. 현재는 ‘미래를 품다, 화폐 속 문화유산’ 전시가 5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화폐에 담긴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유산을 일상문화, 역사도시,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 우리나라 문화유산 등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110여 점의 화폐를 마주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조선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화폐를 둘러보니 미래의 화폐는 어떤 것들이 생겨날지 궁금해졌다. 엽전부터 지폐까지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의 화폐가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지 않을까? 화폐의 일생과 가치가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100년 전 공간으로 화폐 여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M층
이탈리아어 Mezzanine(메자닌)에서 가져온 말로,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M층

Information

  • 서울 중구 남대문로 39
    한국은행

Trip 아이콘화폐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