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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5 · November 03 · 2017 · Korean

Wide Interview  ______  진준호 IoT연구본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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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연구 문화 정착을 위한 ‘푸딩’

시대가 변화하고 관계가 복잡 다양해지면서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회사에서는 업무 하나에도 수많은 이해관계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 이상의 사람들이 얽혀있다. 따라서 소통은 많은 이들의 목적을 하나로 이끄는 중요한 키워드다. ETRI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느낀 이가 있다. IoT연구본부 진준호 연구원이다. 그는 연구원 내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깨닫고 ‘푸딩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가 꿈꾸는 ETRI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소통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제 막 한 걸음 내디딘 그의 이야기를 따라 가본다.

연구원이 만드는 연구원을 위한 서비스

현재 IoT연구본부에서 재난 안전 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소방안전에 웨어러블 및 IoT 기술을 접목한 연구를 진행 중이고, 화재 발생으로 Wi-Fi 같은 통신 인프라가 무너져도 소방관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도 안전하게 자신과 동료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실내 측위기술과 관련하여 펌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원래 전공이 임베디드나 펌웨어 쪽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정적분석을 연구했고, 졸업 후 1년여 간 웹서비스 스타트업을 했으며 에트리에 입사해서는 딥러닝 관련 실에 배속되었습니다. 여러 번의 분야 전환으로 해야 할 공부는 많았고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대부분의 업무 환경이 혼자서 일하는 분위기에 적응해야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스스로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협업과 배움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때때로 전문가를 찾아가 보았지만 큰 도움을 얻지 못할 때가 많았던 반면 뜻하지 않게 지척에서 도움을 받은 적도 많았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변화로 맞닥뜨린 도전들에 대해서 후회는 하지 않았지만, 더 나은 길이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3년 여 간의 창업, 회사생활을 통해 저는 미흡한 소통으로 야기되는 여러 가지 손실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고, 이를 보완해줄 소통 창구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연구원 특성상 보안 문제로 인해 외부 메신저는 쓰기가 어려웠고, 메신저 자체가 아는 사람끼리만 대화할 수 있어 가려운 곳을 긁어 주지 못했습니다. 한편 내부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는 자주 쓰는 사람들끼리만 대화하기 때문에, 보다 접근이 쉽고 사람 위주가 아닌 주제 위주의 메신저, 또는 이와 비슷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고민이 저 만의 것은 아니었던지 원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허세영 연구원, 이정원 선임연구원과 함께 ‘푸딩’이라는 이름의 소통채널 개발 TF가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정식 과제가 아닌 자원봉사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과정이 녹록치 않았습니다. 업무 이후 시간과 주말을 할애해서 기획, 설계, 디자인, 개발까지 전부 우리 힘으로 해내야했기 때문에 시간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사서 고생한다는 시선도 많았고, 개발 중간에 갈아엎기도 수차례였습니다. 그렇게 지난 9월 첫 푸딩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소규모 그룹을 통해 간단한 베타테스트를 거쳐 보완/수정된 버전 2를 개발 중입니다. 아직 연구원 전체적으로 서비스를 하지는 않았지만, 보다 나은 푸딩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기능만을 모아서

기획과 방향을 수립할 때에도 세 사람의 목적을 하나로 묶기 위한 소통이 필요했습니다. 모두 푸딩을 통해 소통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지만 원하는 방향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원내에서 사라진 동아리 서비스를 부활시켜 소속감을 고취하자’, ‘글쓰기 앱 「브런치」처럼 잘 정리된 글을 저장하는 도구로 활용하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우리는 적당한 타협점이 필요했습니다. 첫 기획 과정에만 2~3달이 걸렸고, 개발 과정에서도 차츰 필요한 기능만을 추려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푸딩은 사람 위주가 아닌 ‘주제’ 위주의 서비스입니다. 기본적으로 메신저 형 서비스이기 때문에 게시판이 아닌 채팅 기능을 제공하고, [토픽] 별로 대화를 구분하여 주제 의식을 명확히 하고 소속감을 더해보고자 했습니다. 굳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없어도 부담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으면 하는 바람으로 특정 토픽에 구애받지 않는 익명채팅방도 만들었습니다. 대화의 핵심을 부각시키고 내용 검색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시태그 기능도 구현했습니다.
이런 기능들을 담은 푸딩 ‘버전 1’을 가지고 지난 9월, 한 달간 50여 명의 대상자를 통해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역시나 예상과는 다른 피드백, 사용례들이 많았습니다. 베타테스터를 임의로 모아서 푸딩에 대한 확실한 니즈가 없었기 때문에 토픽이나 해시태그 등 우리가 의도한 기능들이 활발히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로서는 많이 아쉽지만 사용자들이 적응할 때까지 해당 기능을 우선 빼야할 것 같다는 의견으로 수렴했고,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보완한 ‘버전 2’를 준비 중입니다. 버전 2의 베타테스트는 ETRI 자발적 연구 소모임 AOC(Autonomous Open Community) 참여 연구원 분들께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AOC 내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외부 소통채널들을 대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푸딩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다양한 주제를 놓고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길 바랍니다.

소통하는 연구원, 행복한 ETRI

학부시절부터 외주 개발을 했고, 웹 개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모아놓은 돈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려고 했으나 졸업식 날 창업제의가 들어와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바로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외주 개발을 병행하게 됐는데, 한 달에 4~5개의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푸딩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마음먹게 된 것도 이러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ETRI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크기 때문에, 발전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도 컸습니다. 설계, 개발, UX,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도 많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푸딩을 사용할 동료, 선후배를 생각하면 더 완성도 있게 개발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푸딩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적극적인 ‘리워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연구시간도 부족한데 자신의 노하우나 지식을 정제하고 공유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푸딩 서비스에 적합한 리워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한 푸딩 서비스가 기폭제가 되어 ETRI의 발전을 위한 다른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작게나마 푸딩 서비스를 통해 소통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연구 분위기, 나아가 회사의 분위기가 변화하는 꿈을 품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 간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푸딩이 연구 분야의 장벽을 허물고 전문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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