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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1 · August 25 · 2017 · Korean

Focus  ______  김태균, 원용숙, 김수창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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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사람을 향하도록

ETRI 자발적 오픈 커뮤니티 AOC는 동일한 관심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면서 Idea Generation을 추구하는 개방형 자율 커뮤니티 모임이다.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약 40개의 AOC가 운영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Focus'의 주인공인 세 명의 연구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ICT 연구를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모임의 구성원이다. 총 21명의 구성원들이 장애인, 노약자, 저소득층, 동물들을 위한 따듯한 기술을 공유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모은다. 이 세명의 연구원은 사회적 약자와 더 가까이 마음을 나누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이라는 연구원으로서 이색적인 스펙을 쌓기도 했다. '도우려는 이로운 마음', '바꾸려는 진취적인 행동', '끊임없는 목표 추구' 이 3박자가 맞아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에까지 이르게 된 ETRI 연구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들어보았다.

‘미래의 내게도 올 수 있는 아픔을 대비하며’

기술의 사회공헌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늘 품고 있다가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기술이 미국 장애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기술개발과 사회복지의 접목이 가능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사회복지와 공학이라는 학문을 접목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후 사회복지석사학위 취득 후 국가고시를 통해서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또한 영광스럽게도 저는 공학박사 취득자로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국내 최초로 취득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업무와 사회복지관련 주제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정도의 활동을 했는데, 원내에 사회적 약자를 돕는 AOC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입했습니다. AOC는 무엇보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한, 관심이 많은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과 관련된 세미나를 준비하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연구 과제를 개발한 경험을 가진 이들끼리 토의를 하면서 막연하고 추상적인 생각들을 조금씩 구체화해 나갈 수 있어서 해결방안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외부 활동으로는 지적장애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 청소년의 경우 18세 이상이 되면 국가의 교육지원이 중단됩니다. 이것이 안타까워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발달 장애 학생의 사회적응을 위한 교육을 도왔는데, 다행히 장애아동이 2년의 직업교육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아니었지만, 마음으로 학생을 도왔기에 보람을 느꼈던 경험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문제는 미래의 나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장애인이 될 수도 있는 광의의 잠재적인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뜻있는 분들과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비영리단체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회와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촉매제를 꿈꾸며’

오래전 일을 끄집어내려니 기억을 한참이나 더듬게 됩니다. 그저 많은 사람의 보다 나은 삶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이 시작이었습니다. 적재의 자원을 적소에 활용할 수 있게 연결하는 사회복지의 역할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학위를 받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소외된 분들을 직접 뵙고 현장을 접하면서 피상적이었던 사회안전망, 보편적 복지 등에 대한 생각들을 구체화하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저 관심 충족과 수학의 보람 정도로 끝날 것 같던 사회복지 공부가, 실은 연구 현장에도 매우 필요하고, 지금의 제 삶에도 밀접하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R&D를 통한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노력에 반해 현장 수요를 반영하여 적용 가능한 기술로 개발하는 작업은 다소 부족하고, 국민 생활 밀착형 기술개발 요구에 직면해 있지만 아직은 출연(연)에 익숙하지 않은 프레임이기에 문제 해결을 중심에 두는 사회복지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현장에서 필요한 요구사항과 수요를 발굴하고 기술 역량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ETRI와 지역복지공동체와의 사회적 기술개발 협력체계’를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 중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사용자 중심의 기술혁신과 문제 해결 기반의 연구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의미 있는 시작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라 전체가 4차 산업혁명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 진보의 양날처럼 격차와 소외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우려 또한 높은 요즘입니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도구로써 과학기술의 역할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와 약자에 대한 연구자들의 따뜻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지역·시민·사회와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활발한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고 싶고, ‘모두에게 공정하고 따뜻한 기술’을 확산하기 위한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도 꿈을 이야기할 수 있다니 새삼 행복하네요. 오랜만에 다시 가슴이 뜁니다.





‘실습과정에서 배운 교훈을 기억하며’

2014년 말 대전의 한 노인복지센터의 요청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모 대학 겸임교수인 그곳 원장님이 사회복지사라는 제도가 있으니 기왕 봉사하는 것, 사회복지분야의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해보라고 권유한 게 계기가 되어 국가사회복지사(2급)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자격증 취득에는 이론 수업 외에 120시간의 실습이 필요합니다. C대학 평생교육원을 통해 노인복지센터에서 실습과정을 진행했는데, 이론에서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을 맞닥뜨린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바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화폐박물관을 견학할 때의 일입니다. 견학 코스 중 위조지폐 판독기가 있었는데 기기가 잘 동작하는지 테스트해보기 위해 일행 중 일부가 지폐를 몇 장 꺼내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재미있게 시험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견학 후 치매 장애 등급이 있는 어르신 한 분이 저를 딱 지목하며 “아까 나한테 꿔간 돈 2만원 돌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착각했거나 장난인 줄 알고 저는 돈 빌린 적 없다고 몇 번 정중하게 말씀드렸는데 말씀드릴 때마다 불같이 화를 내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원장님의 기지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ICT 기술과 제품을 연구개발 하는 것은 대상이 가진 신체적, 정서적,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사회복지 차원에서 대상자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편리함을 제공해줄 것인지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휴대폰, 태블릿, 스마트 기기, PC 등 다양한 정보화 기기가 넘쳐나고 있지만,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ETRI와 같이 기술을 선도하는 집단에서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무 중의 하나로써 이들 사회구성원에 대한 ‘따뜻하고 배려하는 기술’을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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