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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7 · June 30 · 2017 · Korean

Insight Trip  ______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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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소통하는 예술과 IT의 만남

최근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IT와 예술이 융·복합한 다양한 인터렉티브 아트가 발표되고 있다. 기존 전통미술은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을 만져서도 안 되고, 조용히 관람하는 것이 에티켓이었다. 하지만, 인터렉티브 아트는 관객이 가만히 있어서는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없다. 가평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오직 ‘인터렉티브 아트’만을 위한 세계 최초로 개관된 인터렉티브 아트 전용관이다. 관객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품을 만지고,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가며 작품을 완성한다. 개방적 사고를 넘어서는 미술의 멋과 관객이 완성하는 미술 작품의 세계 속에 빠져보았다.

예술을 느끼고 체험하고 완성하는 뮤지엄

가평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3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6년 7월에 개관한 세계 최초 ‘인터렉티브 아트’ 전용관이다.
기존 예술은 작가의 의도대로 작품이 완성되고, 관객은 그 작품을 감상하는 일방적인 관계였다.
반면, 인터렉티브 아트는 작가가 작품을 특정한 터치나 움직임 등에 변화되도록 만든 후, 관객이 다양한 행동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상호 작용이 이루어진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가평역은 이미 휴식을 찾아 떠나온 국내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역에서 순환 버스를 타고, 산 좋고 물 좋은 가평의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에 도착했다.
붉은색 벽돌의 2층 건물 앞에는 잔디가 깔린 운동장 위로 다양한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조각공원이다.
본격적으로 인터렉티브 아트를 감상하기에 앞서 조형물이 전하는 퍼포먼스와 곡선, 형태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관객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뮤지엄을 지향한다.
작품이 주인공이 아닌 관객이 주인공이다.
이곳을 찾은 관객은 미술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작품을 만지고, 소리 내고, 움직이면서 예술을 몸소 체험한다.
오감으로 소통하는 미술관인 셈이다.

가장 먼저 관객을 반기는 작품은 ‘카오스 프랙털(Chaos Fractal)’.
어두운 공간 안에 여러 가지 색의 빛으로 우주를 표현했다.
양면에 부탁된 거울 속 빛과 무늬는 끊임없이 이어져 무한한 우주를 나타낸다.
목소리와 손뼉 치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에 반응한다.

움직임을 통해 생동하는 미술 작품

나의 목소리에 따라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주 속을 유영하다 다음 작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커다란 접시에 물이 담겨 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진짜 물처럼 보이게 한 영상이다.
접시 위로 비추는 영상 속에 계절이 바뀌는 모습과 낯선 사람을 마주한다.
이 작품은 한 호텔에 전시된 적이 있는데, 강아지가 접시에 담긴 물을 마시려 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전해진다.

소리를 통해 인터렉티브 아트를 체험해보았다면, 움직임에 반응하는 작품을 느껴볼 차례다.
스피커 형태로 된 두 개의 원 앞에서 원을 통해 무언가 빠져 내보내는 듯 몸짓을 취한다.
그러자 은은한 종소리와 함께 동심원들이 확장하고, 음파를 나타내는 듯 다양한 선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아름답게 영상이 변하는 모습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념과 사상들이 서로 만나고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2층으로 올라가자 조트로프(zoetrope)라고 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일종의 작품이 있다.
해골 모양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고, 작품의 전원을 켜자 사람들이 동심원을 끊임없이 돈다.
인간이 탄생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끊임없는 탄생의 반복이라 볼 수도 있고, 쳇바퀴 도는 고단한 현대인의 일상이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 박대양 관장의 이야기를 보태니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작품은 커다란 스크린에 동그란 빛이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 그대로를 재현해낸다.
눈의 홍채 기능과 움직임을 모방한 작품으로, 동그란 원 하나하나는 각각의 홍채가 될 수도 있고 이들이 모여 커다란 눈이 될 수도 있다.
다음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볼 차례. 흑백 영상 속에 관객의 모습을 비춘다.
나의 걷는 속도에 따라 영상 속의 내 모습도 슬로우 모션 혹은 빠른 속도로 표현된다.
다음 방에는 프로젝터가 천천히 돌면서 관객을 비춘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거짓 없이 보여준다.
작품 속에 내가 들어가 있는 모습은 오직 인터렉티브 아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이다.

관객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이곳에서는 관객이 작품을 터치하고 움직이기도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어그먼티드 섀도우(Augmented Shadow)’는 테이블 위에 있는 네모난 상자를 움직이면서 그림자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작품이다.
각각의 큐브는 그림자로 된 집을 만들고 그 주변으로 나무와 새, 사람들이 보인다.
사람은 한 상자에서 동그란 빛을 가져와 다른 집을 비추기도 한다.
여기서 빛은 한 공간을 밝게 비추는 에너지 혹은 희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객들은 상자를 직접 움직이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든다. 작품을 직접 체험하며 창의적인 생각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스크린 위에 한 여인의 얼굴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굴은 활자로 이루어졌다.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작성되는 댓글을 여인의 얼굴로 만든 것이다.
자칫 기술로 보일 수 있는 IT와 예술의 융합에 메시지를 담아 예술로 승화했다.
인터넷 댓글의 내용이 긍정적이면 여인은 미소 짓고, 부정적인 글이 많을수록 여인의 표정은 우울하다.
요즘에는 좀처럼 여인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없다니 씁쓸할 따름이다.
이외에도 빛을 매개로 한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이 터치하면 색이 변하는 작품이나 나무로 만든 병 모양의 오브제에 다양한 영상을 쏘아 만든 작품,
말 모양의 조형물에 LED로 표현한 작품 등은 세상의 모든 재료를 미술에 쓸 수 있고, 누구나 인터렉티브 아트에 도전해볼 수 있음을 전한다.

관객이 사진을 찍으며 명화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트릭아트도 전시하고 있다.
트릭아트가 요즘 인기를 끌며 많은 트릭아트 미술관이 개관되고 있지만, 희화화나 상업화된 경우가 많다.
이곳의 트릭아트는 유명 작가가 명화 11점을 2년 반 동안 공들여 그린 작품이다.
대형 캔버스에 그린 작품을 벽면에 설치해 직접 미술관 벽에 그린 것 같은 사실감을 준다.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에 간직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다.
정적이었던 미술 공간을 관객과 소통하는 동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
미술관의 의미와 공간의 확장은 이제 ‘미술의 한류’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가고 있다.
올여름에는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에서 생동감 있는 예술의 세계로 풍덩 빠져보는 건 어떨까.
기분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시원해지는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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