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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6 · June 16 · 2017 · Korean

Insight Trip  ______  삼탄아트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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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폐광에서 예술을 캐다

함백산 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 도착한 곳. 눈길을 어느 곳에 두어도 높은 산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인 이곳은 삼탄아트마인이다. 우리나라 대표 탄광 중 하나였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가 문을 닫은 지 10여 년 만에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오래전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은 이제 예술을 캐는 문화 예술 광산이 되었다. 공간의 역할은 바뀌었지만, 옛 탄광의 모습만은 그대로 간직한 삼탄아트마인을 찾았다.

2억 년의 시간을 캐던 자리

석탄은 2억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석탄을 캐는 광부를 2억 년의 시간을 캐는 사람들이라 한다.
우리나라 무연탄 생산 중심지였던 함백산 자락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은 2억 년의 시간을 캐던 광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이다.
1964년에 문을 열어 오랜 시간 전성기를 누리다가 2001년에 문을 닫았다.
산업시대의 호황을 누리던 그때만 해도 탄광을 중심으로 많은 가게와 마을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마을 똥개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다고.
그러다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으로 광부들이 바삐 움직이던 탄광은 문을 닫았고, 이후 2013년에 탄광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면서
‘문화·예술을 캐는 곳’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하며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이 개장했다.

삼탄아트마인에 들어서자 함백산의 풍경을 뒤로하고 이곳이 옛 탄광이었음을 나타내는 커다란 권양기 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한쪽 갱도 입구에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간판이 가족들을 위해 ‘검은 지옥’으로 들어가던 광부의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떠올리게 한다.

삼탄아트마인은 사무동이 있는 본관 건물과 갱도 등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곳에 설치 미술과 예술품을 전시하였다.
4층 로비를 지나면 전망 라운지와 국내외 작가들이 상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아트레지던스가 마련되어 있다.
아트레지던스는 독특한 이야기와 콘셉트가 있는 테마 체험 방으로 꾸며져 있어 색다른 체험을 원하는 일반 관람객들도 예약 후 사용할 수 있다.

오래전 광부들과 호흡하는 시간

4층을 지나 한 층, 한 층 내려가면서 오래전 이곳에서 일했던 광부들과 더 가까이 호흡한다.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 막장으로 향하는 광부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그 시절 삶의 애환을 느끼게 한다.

3층에는 삼탄자료실과 현대미술관 캠(Contemporary Art Museum)이 있다.
삼척탄좌 40년 역사를 고스란히 보존한 전시 공간이다.
그때 당시 급여명세서, 작업일지 등이 유물처럼 전시되어 있다.
수천 권의 손때 묻은 종이 뭉치들이 그 시절 탄광의 역사를 보여주는 산증인 역할을 한다.

2층으로 내려가면 ‘마인갤러리4’를 만난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에선가 본 듯한 장소다.
‘태양의 후예’에서 여자 주인공 강모연이 악당에게 납치된 장면을 찍은 곳이다.
‘아프로디테 거품의 비너스전’이 열리는 전시공간으로, 여기저기 깨져 덧붙이기를 반복한 듯한 하얀 타일 위로
흰 천을 두른 비너스가 요염하고 신비로운 자태로 서 있는 것이 오묘한 분위기를 전한다.

삼탄아트마인의 또 다른 명소는 샤워장이다.
3,000명이 넘는 광부들이 1,000여 명씩 3교대로 나누어 출·퇴근 시 사용하던 샤워실을 그대로 보존했다
천장에 달린 수도꼭지는 한 줄기에 네 개가 달렸는데, 네 명이 등을 맞대고 샤워하는 구조다.
약 300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 탄광 중 가장 크고 현대적인 시설이라고 한다.
특히 대부분 근로자가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석탄가루가 뒤범벅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이 샤워실은 그들에게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는 소중한 공간이었으리라.
현재는 샤워실에 건강 검진용 폐, 척추 엑스레이 필름이 전시되어 있다.
몸속에 쌓인 석탄가루는 씻어낼 수 없었던 광부들의 고된 삶이 느껴져 숙연해진다.

갱도를 타고 흐르는 삶의 근기

삼탄아트마인에서 가장 옛 탄광의 모습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 레일바이뮤지엄이다.
레일바이뮤지엄은 옛 조차장 건물로, 수직갱이라는 엘리베이터와 같은 시설이 있어 지하 600m에 있는 석탄을 지상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했다.

삼탄아트마인을 찾으면 어제까지만 해도 탄광이 바삐 석탄을 만들어낼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중앙 제어 시스템을 관리하던 기계, 각종 자료, 작업자들의 작업복과 장비 등을 그대로 보존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레일바이뮤지엄은 석탄가루로 뒤덮인 갱도와 깨진 유리까지 그대로 두어
금방이라도 묵직한 기계가 적막을 깨고 갱도를 따라 움직일 것만 같다.
특히 검은 먼지가 쌓인 조차장 건물 안에 붉은색 꽃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반전의 미를 전한다.

레일바이뮤지엄 밖에는 동굴 와이너리와 색색의 버스,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어 사진 촬영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광부가 석탄을 캐는 모습을 그린 커다란 조형물은 지하에서 희생된 광부들을 추모하는 조형물이다.

광부들에게는 두 개의 하늘이 있다고 한다.
하나의 하늘은 우리가 평상시에 보는 하늘이고, 또 다른 하늘은 갱도의 천장이다.
하루 3교대 8시간 동안 일하는 갱도 안은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곳이다.
따라서 광부들은 바깥의 하늘이 마지막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지하 갱도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검은 지옥’이라고도 불리었던 지하 갱도 속에 끊임없이 들어갈 수 있었던 삶의 근기는 오직 하나 가족을 위한 사랑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었다.
이러한 광부들의 삶의 근기와 역사 위에 자리 잡은 문화 예술 공간 삼탄아트마인은 옛 탄광의 역사를 옹이처럼 받아들이고 새로운 예술의 희망을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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