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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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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묻은 고향땅, 북녘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듯,
온 가족이 모이는 한가위가 모두에게 풍성한 것은 아니다.
생이별한 가족들을 70년 째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들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갈 수 없는 고향 땅 북녘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한 맺힌 그리움으로 추석을 보내야 한다.

명절이 되면 실향민들이 향하는 곳,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임을 상징하는 비무장지대(DMZ).
분단과 냉전의 땅을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을 위한 희망의 땅으로 재탄생시킨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을 찾았다.

DMZ : 자유로운 바람만이 오갈 수 있는 곳

DMZ(demilitarized zone)는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지역으로 우리 국토의 허리를 따라 깊숙하게 파여 있는 민족의 상처다.
DMZ가 위치한 임진각은 남한의 최북단, 북한과 맞닿아있는 상징적인 곳이자 민간인 출입 북쪽 한계선이면서 남북 철도의 중단점이다.
세계 유일 분단의 땅으로, 연간 600만 명이 넘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안보관광지 비무장지대.
이곳에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이 조성되면서,
3만평 규모의 광활한 잔디언덕은 전 세계인이 바라는 화합을 위한 약속의 장소로 거듭났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부드럽게 펼쳐진 잔디 언덕은 이곳이 북한 언저리라는 사실을 금세 잊게 했다.
공원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1000개의 무지개 빛 바람개비들이 빙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아득한 저 북쪽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남쪽의 바람개비들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공원을 산책하면서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깃든 조형물들을 감상했다.
통일을 향한 나지막하지만 강렬한 호소를 형상화한 대나무 군상,
사람을 품어 안고 평화와 안녕의 염원이 자라는 공간을 상징화한 솟대집 등이 곳곳에 전시돼있었다.

임진각 : 철마는 달리고 싶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공원을 거닌 후, ‘임진각 평화누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절이 되면 실향민들이 고향을 향해 배례를 하는 장소인 망배단(望排檀)이 자리하고 있었다.
망배단 뒤편으로는 길이 83m인 ‘자유의 다리(경기도 기념물 제 162호)’가 놓여있었다.
1953년, 한국전쟁 포로 1만 2,773명이 이 다리를 건너 귀환하였기 때문에 '자유의 다리'라고 명명되었다.
당시에는 포로들이 차량으로 경의선 철교까지 와서는 걸어서 이 다리를 건너왔다고 한다.
판문점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함께 6·25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며 전쟁이 할퀴고 간 분단의 역사를 사진과 함께 정리한 전시물들을 살펴봤다.
이곳에서 개성까지 22km, 서울까지 53km라는 임진각 기차역 표지판은 보는이의 마음을 처연하게 만들었다.

다리 끝에서 발견한 것은 증기기관차.
1950년 12월 31일,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해 개성역에서 평양으로 가던 중 장단역에서 멈춰선 뒤 파괴되었다고 한다.
몸체에 깊게 박힌 1,020개의 총탄자국과 휘어지고 깨진 바퀴, 녹슬고 흉한 형체가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었다.
증기기관차는 남북분단의 상징물로 인정돼 2004년 2월 6일에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78호로 등록된 상태다.
기찻길 양옆 철조망에는 태극기와 소원리본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한반도 : 화합과 평화를 노래하는 세상

다리 끝에서 되돌아와 임진각 전망대로 향했다.
1972년 실향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건립한 임진각 전망대에 올라 망원경을 통해 북한 송악산을 감상했다.
불과 7km 떨어진 곳에 민족 분단의 아픔이 서린 휴전선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니,
저 임진강 위로 남북대립의 긴장감이 애달프게 흐르는 듯 했다.
언제쯤 철마가 임진각철교 위를 달려 철원 평야를 가로지를 수 있을까.
가족과 고향을 가슴에 묻은 이산가족들은 전망대에 올라 죽기 전에 한번만 가보고 싶은 한(恨)을 달래며 눈물을 삼킨다고 한다.
전망대에 오른 사람들 역시 말없이 한참을 같은 방향을 향해 멍하게 서서 저 산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지금, 철조망이 걷히고 화합과 통일의 시대가 열리길 바라보지만 현실은 꿈처럼 아름답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나마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돼 다음달 20일부터 200명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에서 만난다는 소식에 한줄기 희망을 걸어본다.
비록 지금은 분단의 대립과 비극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운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지만,
하루빨리 생명과 평화의 빛이 가득한 꿈이 이루어지는 지대(Dream Making Zone)로 나아가
우리 민족 모두가 웃으며 명절을 보낼, 그 날이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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