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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스페이스
드높고 푸르른 가을하늘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을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곳,
대관령과 태백산의 기운이 하늘과 맞닿은 듯한 자연 순응형 체험 목장 ‘하늘목장’으로 떠났다.
40년 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된 이 목장에서 이 가을이 선사하는 특별한 평화와 풍요를 느껴본다.

쉬폰처럼 폭신한 부드러움
드넓은 초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하늘목장 일대가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면서
1974년에 조성된 이래 비공개로 운영하던 하늘목장이 40년 만에 빗장을 풀었다.
여의도 크기의 3배가 넘는 300만평 규모의 거대 목장을 작년 9월부터 관광객들에게 개방한 것이다.
여느 목장보다 이곳이 좀 더 특별한 이유는 자연 순응형 체험목장이라는 점이다.
옛 목장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목동들이 다니던 길을 다양한 산책로로 만들었고,
숲과 개울 같은 목장의 자연환경과 세계에서도 희귀한 고원 초지의 생태계를 흠 하나 없이 순결무구하게 보존해온 것.
찾아가본 결과, 하늘목장은 정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입구를 지나 우덕교를 건너니 우람한 황소 등 위에 앉아 피리를 부는 소년 동상이 목장 문지기처럼 맞이해줬다.
그 뒤에 자작나무로 꾸며진 ‘내 맘대로 삐뚤빼뚤 놀이터’가 보였다.
곧장 양떼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목장과 사진 찍는 명당인 짚 마당으로 향했다.
방목장 울타리에 다가가니 뛰어 놀던 양떼들이 머리를 들이밀며 먹이를 달라고 모여들었다.
방목장 뒤편으로는 염소, 망아지, 송아지, 새끼 양과 산양 등 아기 동물원이 있었고,
맞은편이 목장 동물들의 먹이인 건초더미에 캐릭터를 그려 예술작품처럼 만든 짚 마당이었다.
동물들과 목장 체험을 즐기고 난 뒤, 트랙터 마차를 타고 하늘마루전망대로 향했다.

온 몸에 퍼지는 자유로움
공활한 가을하늘

들썩 들썩, 덜컹 덜컹.
트랙터 마차를 타고 3km 정도의 흙길과 돌길을 올라
목장의 산마루인 800고지능선, 하늘마루전망대에 도착했다.
여기서 20분 정도 걸으니 대관령에서 가장 높은 곳, 선자령이었다.
해발 1,157m로 동해와 강릉시가 한 눈에 보이는 대관령 최고봉인 선자령은
선녀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경치를 즐겼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대관령 날씨는 시시각각 변덕스러워서 때를 잘 맞춰야 높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데,
운이 정말 좋았다. 하늘은 바다보다 푸르고 깊었다.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과 빙글빙글 돌아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멀고도 가깝게 보이는 동해 수평선까지 이 완벽한 조합은 사람을 무중력 상태로 붕 뜨게 만들었다.
선자령 바로 아래, 목동이 일부러 일을 늦게 마치고 별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별맞이 언덕에 누워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자연이 주는 감동을 들이마셨다.
푸른 초지에 누운 채로 눈을 살짝 떠 가을하늘을 보고 있자니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저 하늘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백두대간의 시원한 풍광을 감상하고 목장의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마음에 채워지는 싱그러움
청정 숲길

선자령에서 다시 하늘마루전망대로 돌아와 ‘너른풍경길’을 걸어 내려갔다.
이름처럼 이 길은 광활한 능선의 초원길로 흙과 풀을 밟으며 발끝으로 전해지는 자연의 건강함을 온 몸으로 흡수 할 수 있는 산책로였다.
‘너른풍경길’에서 앞등목장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자 하늘목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 ‘숲속여울길’이 나왔다.
곱게 나이든 나무들이 하늘을 뒤덮어 마치 초록 동굴을 지나는 듯 했고, 산골짜기 맑은 개울물이 흐르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이어지는 초원길로 목장에 사는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로운 모습이 계속됐다.
하늘목장에는 400여 두의 홀스타인 젖소와 100여 두의 한우를 초현대식 시설과
방목을 통한 친환경 생태 축산 방식으로 사육하고 있다고 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산지생태 축산 시범’ 목장으로 지정되어 운영 중이며,
연간 1400t의 1등급 원유와 최상급 품질의 한우를 생산하고 있었다.
언덕을 내려와 목장의 평지에 다다랐을 때 목우원이 보였는데,
이 정원은 고된 목장일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하는 목장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던 자리를 아름답게 재탄생시킨 곳이라고 했다.
정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보니 선자령에서 맞닿았던 푸른 하늘이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세상 모든 만물이 가을이 오면 저마다 귀한 열매를 맺기 위해 한여름 무더위를 그렇게 이겨 냈나보다.
우리 역시, 탐스럽게 무르익어 갓 수확할 무언가를 하나씩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 이 가을이 주는 감동을 온 몸으로 흡수하고 느낄 자격이 있다. 즐기는 법은 쉽다.
잘 차려진 상 ‘하늘목장’으로 가서 숟가락만 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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