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정상탈환을 향해 지성과 야성을 겸비하라

금융과 IT업계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는 핀테크.
이 핀테크가 전공인 기업이 바로 금융 IT 전문기업 코스콤이다.
지난 40년 간 국내 자본시장 IT 인프라를 맡아온 공공기관이었던 코스콤은
올해 초, 민간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면서 경영 혁신과 신사업 발굴 등 정연대 사장의 야심찬 전략들로 새시대를 맞고 있다.

정연대 사장은 서강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경영대학원 생산관리학 석사를 마쳤다.
1978년, KIST 연구원을 시작으로 ETRI 연구실장까지 23년간 재직했다.
2000년 조립형 소프트웨어 기업인 N3soft를 창업해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작년에 코스콤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진심으로 ETRI에 대한 자부심과 애사심이 없으면 하지 못할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연대 사장이 ETRI를 위해 보내는 뜨거운 응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녕하세요? ETRI 선후배 여러분들, 정연대 입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대전에서 ETRI를 지날 때마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서 생활해 자주 보지 못하는 연구소도, 만나지 못하는 연구원들도 안부가 궁금합니다. 코스콤 사장으로 취임하여 새로운 위치에서 바쁘게 지내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ETRI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에 코스콤 기술연구소의 연구원 40명에게 국내 최고이자 최대의 ICT연구소라고 ETRI를 소개하며 견학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기회가 닿는 대로 ETRI와 계속 함께 하고 있는데, 이렇게 웹진을 통해 인사드리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 SW연구원 시절

1978년 6월에 KIST에 입소해서 국내 최초 행정전산화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충북도청으로 6개월 간 파견생활과 대입 예비고사 평가관리, 통계업무 컨설팅 사업, 과학기술 데이터베이스 사업, 영상데이터 검색 시스템, SW개발 방법론 개발 사업 등 순수 SW개발 사업만 23년 간 수행했었습니다. 이런 SW연구의 고충은 정부 관료들과 기업들에게 HW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 SW를 보이도록 이해시키고,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연구소 생활을 하다가 대전으로 내려오면서부터는 2년간 주말부부 생활을 했습니다. 연구소 옥상 오피스텔에서 기거하며 3~4개월 동안 두문불출하고 삼시세끼를 해결했었던 기억은 잊을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2년 동안 가장 많은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척박한 벤처시장에서 SW개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연구원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벤처기업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제 연구 결과물을 가지고 N3soft를 창업했는데, 초기에 ETRI동문들의 도움으로 미진했던 연구 결과물을 공동연구과제로 만들고 상용화 제품으로 완성시키기까지 고전했었습니다. 그 때 만든 제품이 SW개발 방법론과 SW모델링 도구입니다. 이토록 힘겹게 연구 결과물을 상용화하여 시장에 내놓았는데 세계적인 기업 IBM이 판매하고 있던 제품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후에도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자금으로 5년 만에 SW모델링 제품을 만들었지만 영업에서의 난관을 겪었고, 또 당시 OPEN SOURCE 제품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판매제품은 외면을 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쓴 경험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사실상, 2014년 코스콤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이렇게 계속 경영자금의 압박 속에서 기술보증기금으로 사업을 지속해왔습니다. 사업으로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연명하면서 기업 운영을 버텨왔다는 것이 오늘날의 벤처기업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도 국내 최초로 이클립스 기반으로 만들어진 SW모델링 도구가 판매되었다는 점은 자랑할 만한 뿌듯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국 시장이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설명하기 어려운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을 하기에 아직 성숙기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융복합 산업이 급격히 활발해지면서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은 점점 비중이 작아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코스콤 사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 회사 내에 필요한 SW를 국산 SW로 대체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핀테크 생태계 ‘여의도 밸리’를 꿈꾸며

이곳 코스콤에 부임한 후, 매진하고 있는 것이 자본시장 핀테크 생태계 조성입니다. 해외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금융과 IT의 접목을 통한 핀테크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밀려와 국내에 소개되면서 금융권 전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연구원에서 IT기술의 국내 활성화 방안에 참여한 경험과 창업을 통해 기업의 생리를 알게 된 경력이 있는 저로서는 본능적으로 지금이 여의도 밸리를 만들어서 IMF로 침체되었던 경제를 살린 벤처붐을 여의도에 다시 일으켜보자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핀테크가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면 금융권 IT혁신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IT와 금융이 결합됨으로써 탄생할 수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통해 고용창출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벤처 붐을 타고 테헤란 밸리가 탄생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획하여 우선, 핀테크 생태계 구축 1단계로 핀테크 공모전 개최를 통해 우수 핀테크 벤처기업을 발굴했습니다. 또한 핀테크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650여명이 모여서 국내 핀테크 생태계 구축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장을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우수 벤처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무상으로 사무실을 공급할 수 있는 핀테크 인큐베이터 센터를 설립하는 등 새로운 모델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렇게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국가적인 차원으로 발전시켜서 금융위원회의 핀테크 발전을 위한 규제 개혁과 더불어 미래창조과학부의 풍부한 벤처기업 육성 자금이 어우러져서 국내 경기 활성화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 한 번 ETRI 위상을 드높이길 바라면서

현재 ETRI의 파워가 한창 IT혁신을 꽃 피우던 시절에 비해 약해진 것 같다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ETRI가 한국의 ICT를 선도해 나가는 최대 그리고 최고의 연구소라는 것은 여전히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부심을 가지고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는 세계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다시 한 번 연구소와 연구원들의 자부심을 굳건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각해보면 연구 환경은 매년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외부환경에 일희일비하고 열악한 연구 환경에 의욕을 잃기보다는 심기일전해서 최고의 기술 개발과 우수한 연구결과로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여겨집니다. ETRI 소식을 자주 접하면서 느끼는 것 또한 지금은 모두 벤처정신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문 여러분들의 좋은 연구결과들을 미디어에서 더 많이 접하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늘 건강하시고 매일 기쁜 마음으로 연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