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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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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몸을 사리지 않고 모험에 도전하는 ETRI가 되기를…

Q.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2013년 2월 카이스트에서 정년퇴임을 한 뒤에도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강의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무선통신, 전파 확률과 랜덤변수에 관한 강의입니다. 현직에서 물러났으니 이제는 직접 연구를 하기 보다는 시니어로서 재능기부 차원으로 몇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퇴직 전부터 타 대학 교수들과 함께 진행했던 연구과제에 계속해서 참여하고 있고, 지난해 11월 개소한 전파엔지니어링랩 소장을 맡아 중소기업의 애로기술 해결과 장비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퇴직 교수, 퇴직 연구원, 퇴직 공무원 등 각 분야의 시니어들이 모여 ‘앙코르코리아’라는 NGO를 창단했습니다. 1960년대 선진국들이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줬던 것처럼, 이제 우리가 어려운 나라들을 돕자는 것이지요. 개도국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 전문가를 찾아서 연결해주는 겁니다. 우선 16개 한국전쟁 참전국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 그리고 카자흐스탄을 시작으로 개도국 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전파엔지니어링랩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파엔지니어링랩은 한국전파진흥협회의 지원을 받아 전파 관련 중소기업과 창업단계의 벤처들이 제품 설계에서부터 시제품 구현, 시험 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 및 환경을 지원하는 기구입니다.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핵심 사업은 측정 장비 지원과 랩이 보유한 전문 인력이 기업 제품 설계 등을 지원하는 업무, 기업 기술애로 해결을 위해 전문인력을 연결시켜주는 업무 등입니다. 지난해 12월 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에 개소한 창업공작소가 IT 분야를 모두 아우른다면, 전파엔지니어링랩은 ‘전파’라는 분야에 특화된 지원을 해주는 것이지요. 이 사업에는 많은 현직 대학교수와 퇴직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ETRI의 전파분야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ETRI 근무시절부터 전파분야에 40여 년 몸담으면서 얻은 인적 네트워크 덕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Q. 짧지 않은 세월을 ETRI에서 보내셨는데요, 특히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1983년부터 2000년까지 17년 동안 ETRI에 재직하면서 부서이동 없이 ‘전 파’라는 한 가지 분야를 계속 연구 했습니다. 입소 당시 400~500명 규모의 ETRI 조직 내에서 무선통신연구실은 연구진이 고작 2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조직이었는데, 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지 면서 자연스럽게 더 높은 직위를 맡게 됐습니다. 프로젝트 책임자에서 실장이 되고, 무선통신연구실이 무선통신연구 부로 바뀌면서 부장이 되고, 무선방송 기술연구소가 되면서 소장까지 하게 됐죠. 당시 저에게 맡겨진 일은 디지털이동통신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부서장으로서 일을 만들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연구는 깊게 하지 못했습니다. 처음 무선통신연구실 시절에는 인원규모도 작았지만 무선통신에 대한 정부의 규제 때문에 연구도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말 그대로 ‘비주류’였지요. 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을 때 우리가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ETRI의 명예를 드높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정보통신 강국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CDMA 기술 개발은 제 개인적으로도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있습니다.

Q. 최근 10여 년간 대학에서는 주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2001년 ETRI 퇴임 후 교수생활을 시작한 ICU(한국정보통신대학교)는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을 주도할 인재양성을 위하여 정보통신부와 ETRI, 그리고 KT 등 국내 IT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정보통신 특성화 대학이었습니다. 저 외에도 ETRI 출신의 교수들도 많았고 ETRI에서 진행했던 연구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에 있어서는 전파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카이스트와 ICU의 통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과정에서 통합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간의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ICU 총장대행을 맡아 총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통합대학 출범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교에서도 연구기획처장, 총장대행 등 경영자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다보니 연구에 미진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ETRI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ETRI에 근무했던 1980~1990년대에는 연구 환경이 지금에 비해 자율적이었습니다. 어떤 프로 젝트를 기획하고 제안하는 것이 쉬웠지요. 그래서 새로운 것을 과감히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기간에 대한 부담도 적었습니다. CDMA기술개발 사업만 해도 1989년부터 1996년까지 7년에 걸쳐 연구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초기 1~2년간은 정보수집과 기술습득에 전념했고, 이를 통해 이동통신 방식을 CDMA로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기업, 학교와 경쟁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나면 단기간 내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없고 기한에 쫓겨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개발에 들어가야 합니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 연구 환경도 변할 수밖에 없지만, ETRI는 정부출연연구기관답게 ▲주체적인 연구 ▲명분 있는 연구 ▲모험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인력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신규인력 채용을 확대해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ETRI의 미래를 이끌 재원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캠퍼스 리크루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학생유치에 나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ETRI도 인재 발굴 및 육성을 통해 미래가치를 만들어나가기를 바랍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훌륭한 ETRI 출신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합니다. 또한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ETRI의 존재감을 높이는 데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ETRI가 무선방송, 통신인터넷과 같은 산업분야의 세계 표준화에 기여하여야 합니다. ‘될 만한’ 연구가 아닌 ‘해야 할’ 연구, 모험적이고 창의적인 연구에 도전하는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ETRI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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