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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201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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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Q. 먼저,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A. 현재 저는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대표이사로서 ETRI의 기술인 와이브로(WiBro)를 활용한 제4이동통신 실용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ETRI가 완성한 순수 국산 기술 와이브로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기술입니다. 제4이동통신 시장이 열리면 기존의 통신요금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5천 3백만 가입자 1인당 월 1만원씩만 요금이 줄어도 연간 6조 3천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합니다. 와이브로를 발전시킨 와이브로 어드밴스드(WiBro Advanced)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국민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창조경제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문화적 장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창조적 인재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용인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창의와 혁신을 논할 때 흔히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을 예로 들곤 하지요. 두 인물은 훌륭한 교육시스템의 수혜자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성공을 거두기 전에 대학을 중퇴하고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재기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존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처럼 실패를 질책하지 않고 격려하는 기조가 조성되어야 창의적인 인재가 배출될 것입니다. 연구개발과 창업 등에 있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이 실패로 끝난다 하더라도 회생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는 누구든 도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하여 건강한 생태계를 일구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형 벤처생태계에서 자라난 인재들이 과학과 기술, 산업과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재화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백화가 만발할 것이라고 봅니다.

Q. ETRI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주세요.

A. 헌신적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연구원들에게 힘을 보태주고자 노력했던 일, 함께 고생하고 우수한 성과를 이룩했던 일, 임직원들이 저와 공감해주고 제 편에 서 주었던 일들 모두가 아직 생생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형 전전자교환기(TDX) 개발 과정입니다. 당시 TDX 개발은 국가연구개발의 시초 격이었고, 단군 이래 최대의 프로젝트라고 불렸습니다. 국가대형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기에 개발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산ㆍ학ㆍ연ㆍ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갔습니다.
당시 참여 연구원들은 TDX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만약 실패할 경우 어떠한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서약서까지 쓰며 전력투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한 TDX 개발로 인해 1가구 1전화 시대를 열었고, 막대한 수입대체효과를 불러왔지요. 쓰고 고된 개발 과정을 거친 후에 결실은 달고 풍성했습니다.

Q. 창조경제의 선봉장으로서 ETRI의 역할과 의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ICT는 대한민국 경제의 막강한 성장엔진입니다. 수출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내 경제성장의 축이기도 합니다. 한 번도 중요하지 않은 적 없었고, 앞으로 더 각광받게 될 분야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창조경제의 핵으로서 ICT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ICT를 모든 분야와 융합이 가능한 인프라 밑의 진정한 인프라라고 정의합니다. ICT는 BT(Bio Technology), CT(Culture Tech-nology), NT(Nano Technology), ET(Environment Technology) 등 다양한 분야 및 여러 산업과 만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ETRI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 창조경제의 근원을 ETRI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나 노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늘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해서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ETRI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해 왔습니다. ICT 강국 대한민국의 긍지와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명감을 소중히 품고, 창조경제를 이끌며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ETRI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Q. 현 정부의 첫 번째 국정목표인 창조경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1992년, 제가 한국전자통신연구소장으로 취임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은 3P(Paper, Patent, Pro-duct) 경영목표를 정립한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성취도 있다는 생각에 논문, 특허, 제품화에 있어 명확한 척도를 세운 것이었지요. 이렇듯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창업을 독려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보는데, 창업률과 고용률,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목표로 삼고 추진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성과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Q. 최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확보가 강조되고 있는데, 우수 기술의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연구원들이 스스로 PM(Project Manager)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정부 관료가 PM을 맡고 있는데, 사실상 그 분야의 전문가는 오랜 시간 동안 올곧은 길을 걸어온 연구원들입니다. 연구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프로젝트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고, 다방면에 창을 열어놓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진정한 강대국은 ‘SCI가 밥 먹여 주는 나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실제로 선진 국가일수록 SCI 논문에서 강세를 보이지요. 단기적, 정량적으로 성과를 판단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연구원들이 ‘한 우물’을 오랫동안 팔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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