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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시간, 캔버스에 담다

인상주의

2015년, SNS상에 올라온 드레스 사진으로 전 세계가 갑론을박한 일이 있었다.
누군가에겐 파란색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모습으로,
다른 누군가에겐 흰색에 금색 줄무늬가 있는 모습으로 색상이 달리 보였기 때문이었다.
사람마다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엔 빛의 영향도 있다.

의 재발견

1704년, 빛과 색채의 관계를 연구했던 뉴턴은 저술서 <광학(Opticks)>을 발표한다. 뉴턴은 <광학>을 통해 투명하게만 보이던 빛이 실은 혼합된 색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두 개의 프리즘에 햇빛(백색광)을 통과시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색상의 스펙트럼을 발견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보는 것에 대한 재정의를 내린다.

사람들은 지금껏 물체 자체가 가진 고유한 색상이 발현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물체에 흡수되지 않고 반사된 색상의 빛을 보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180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화풍으로 구현된다.

1888년, 대상을 그대로 복제해 내는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화가들은 새로운 기법을 고안해 내기 시작한다. 더 이상 똑같이 그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은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에서 탈피해 ‘보이는 대로’ 그리기 시작한다. 시간에 따라 다르게 비추는 빛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인상주의의 등장

모네는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에 앞장선 화가였다. 1892년 모네는 루앙 대성당이 보이는 곳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리고 2개월간 루앙 대성당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루앙 대성당만 30여 작품을 그렸지만 그림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모네에게 ‘보이는 대로’는 특정한 시간과 날씨에 마주한 풍경의 분위기부터 색감까지 모두 반영한 것이었다.

모네의 루앙 대성당 연작 중 일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1. 클로드 모네, <정문, 아침 효과(le portail, effet de matin)>, 1893년, J. 폴 게티 미술관
2. 클로드 모네, <서쪽 파사드, 햇볕(Facade ouest, au soleil)>, 1894년, 워싱턴 DC 국립미술관
3. 클로드 모네, <정문, 흐린 날씨(le portail, temps gris)>, 1892년, 오르세 미술관
4. 클로드 모네, <석양의 파사드(Facade, soleil couchant)>, 1892, 파리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루앙 대성당 연작>은 이른 아침 안개 속 대성당의 모습부터 한낮의 성당, 노을빛을 받는 성당, 흐린 날의 성당까지 동일한 피사체가 얼마나 다채롭게 표현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그려낼 수밖에 없었기에 모네는 자세한 묘사보다는 물감을 찍어 그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렇기에 대상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주의만의 고유한 화풍이 생겼다.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 중 일부.
(왼) 클로드 모네, <건초더미, 여름의 끝, 아침(Haystacks, end of Summer, Morning)>, 1891년, 100 × 60cm, 오르세미술관
(오) 클로드 모네, <밀더미, 눈효과, 아침(Wheatstacks, Snow Effect, Morning)>, 1891년, 100 × 65cm, J. 폴 게티 미술관

‘빛은 곧 색채’라는 원칙 아래에 그림을 그려나갔던 모네. 그는 루앙 대성당 이외에도 건초더미, 수련, 포플러 나무들을 긴 시간 동안 다채롭게 그려내며 그만의 연작을 만들어 나갔다.

순간을 캔버스에 담다

빛은 화가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계속 나와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일화가 있다. 바로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의 이야기다. 그는 템즈강에서 물놀이하던 중 머리를 다쳐 브로드웨이 마을에서 요양하게 된다. 요양 중 그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사전트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다.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Carnation, Lily, Lily, Rose)>, 1885년, 174 × 153.7 cm, 런던 테이트 갤러리

그가 그린 풍경은 백합과 장미가 핀 정원에서 노란 등불을 들고 있는 두 아이였다. 여름의 해 질 녘, 어슴푸레해지는 시간 속에서 등불의 빛이 조화를 이루는 광경을 그려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광경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10분뿐이었다. 사전트는 1885년 9월부터 11월까지 매일 10분씩 그 광경을 그려나갔다. 하지만 완성하지 못해 1년 더 그 과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두 번의 여름을 보내고 완성된 그림이 바로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Carnation, Lily, Lily, Rose)>다. 해가 지고 등불이 켜져 만들어 내는 찰나의 색감이 그림에 잘 담겨있다. 순간의 빛을 담아낸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들을 참고삼아 오늘 우리가 보는 풍경은 어떤 색으로 빛나는지 관찰해보는 것은 어떨까. 풍성한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