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 contents

PREVIEW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로 여는 미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신축성 있는 소재를 사용하여 화면을 늘리고 접거나 비틀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얇고 가벼워 피부나 의류 등 굴곡 면에 접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여 향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등장

기존의 단단하고 평평했던 구조를 뛰어넘은 차세대 형태를 지닌 디스플레이 콘셉트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라는 이름 아래 4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분야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특성의 손실 없이 기능을 발휘하도록 유연한 재료를 사용해 휘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1974년에 Xeros Palo Alto Research Center(PARC)는 최초의 유연성 전자 종이(e-paper) 제작에 성공했으며, 이 기술은 실제의 종이와 같이 구부려지는 것이 가능했다. 약 30년 후인 2005년에는 HP의 지원을 받은 애리조나 주립 대학에서 유연 전자 종이 개발을 위한 Flexible Display Center를 창립했고, 2010년에는 차세대 유연 전자 종이 디스플레이 프로토타입 제작에 성공했다. 비슷한 시기에 유연성 유기발광(OLED) 디스플레이 기술과 맞물려 Nokia는 2008년에 유연한 휴대폰 프로토타입 제작에 성공했으며, Sony는 2010년 4.1인치의 말 수 있는 유기발광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발전 단계에 따라 언브레이커블, 커브드, 밴디드, 폴더블, 롤러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6개의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단어 뜻 그대로 신축성이 있어 잡아당기면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놓으면 다시 원래대로 줄어드는 형태의 제품이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최종 단계라 불리며 IoT, 5G 및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에 가장 적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힌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소자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년 삼성디스플레이가 ‘SID 2017’에서 처음 공개했다. 삼성이 공개한 제품은 태블릿PC에 많이 쓰이는 9.1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화면을 위에서 누르면 화면이 움푹 들어갔다가 원래의 평평한 화면으로 돌아온다. 아래에서 위로 화면을 눌러도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신축성을 가진 것이다.

지난 11월, LG디스플레이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바 있다. LG가 공개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콘택트렌즈에 쓰이는 특수 실리콘 소재를 사용했다. 이 소재로 신축성이 뛰어난 필름 형태의 기판을 개발해 유연성을 높였으며 외부 충격에 화질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4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마이크로 LED 발광원을 사용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옷처럼 입거나 몸에 부착하는 정보기술(IT) 기기가 일상 곳곳에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신축성 반도체 소자가 필요하다. 반도체 소자는 전류 조절을 통해 화면 픽셀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신축성 반도체 소자는 주로 유연한 유기물 소재가 사용됐으나 실리콘, 금속산화물 등 단단한 무기물 분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소재의 유연성은 떨어지지만, 전기적 성능과 신뢰성, 내구성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ETRI,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반도체 소자 개발

ETRI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무기 산화물 전자소자를 신축성 금속 배선 위에 직접 올리는 반도체 소자구조를 개발했다. 고성능 무기질 반도체에 유연성을 더하면서 소자 집적도까지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기술이다. ETRI가 개발한 반도체 소자는 기존 신축성 산화물 반도체 소자 대비 소자 집적도가 약 15배 향상되었으며, 전류 구동 성능 역시 2배 이상 높아졌다. 제품 소형화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현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한 셈이다.

연구진은 구불구불한 말발굽 형태의 폴리이미드 유연 기판 배선 위에 고성능 산화물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고밀도로 집적하여 신축성 소자를 구현했다. 구불구불한 기판이 점차 직선으로 펴지면서 용수철처럼 늘어나는 원리다. 제작된 소자는 두 배까지 잡아당겨도 파괴되지 않고 성능을 유지한다. 기존에는 늘어나는 금속 배선과 늘어나지 않는 전자소자를 반복연결한 비효율적 공간 구조로 소자 집적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번 개발로 디스플레이 패널의 신축성과 고화질을 다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신축성 전자소자는 반도체 표준공정과 호환될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자동차, 헬스케어, 스킨트로닉스 등 다양한 스트레처블 제품에 적용 가능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향후 연구진은 이번 신축성 반도체 공정을 더욱 단순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구할 예정으로 산업계에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신개념 전자소자를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게 될 ETRI의 미래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