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73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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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이동형 안테나,
세 마리 토끼를 잡다

전파의 존재는 1831년 맥스웰에 의해 이론적으로 증명되었고, 50여 년이 흐른 1888년에야 헤르츠에 의해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전파를 활용한 첫 발명품은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유선전화기였다.
이후 1901년, 마르코니가 인류 최초로 전파를 이용한 무선통신에 성공했다.
안테나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목소리와 정보를 전파에 실어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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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전파
Frequency

전파(電波)는 한자 그대로 전기의 물결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파는 유도하지 않아도 공간에 퍼져 나가는 3,000Hz 이하 주파수를 말한다. 전파는 빛과 같이 빠르고 진공상태에서도 잘 전달되지만, 빛처럼 눈으로 볼 수도 음파처럼 귀로 들을 수도 없다.

전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기에 우리는 일상에서 전파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파는 우리 실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가깝게는 손안의 스마트폰과 전자레인지, 하이패스부터 지상 기지국, 선박 조난 시 생존자의 위치를 탐지하는 SART 수색 및 구조 레이다 트렌스폰더1)까지 전파의 사용 범위는 육해공을 넘나든다.

전파의 활용도와 중요성이 커지자 그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했다. 의도적으로 전파를 간섭하거나 불법 전파를 사용하는 일이 심심찮게 등장한 것이다. 특히 전파간섭은 안보와 직결된 문제다. GPS를 이용한 무기가 전력의 핵심이 되자 많은 나라가 전파를 방해하는 기술과 역으로 전파 방해를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일어나는 전쟁은 육탄전이 아닌 ‘전자전(電子戰)’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또한, 전파는 전파법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전파가 유한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전파 관리는 정부 차원에서 전파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 세부 용도를 결정하여 주파수를 분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사용신청이 들어오면 전파간섭 여부를 분석하여 주파수를 할당하고 무선국을 허가한다. 그런데 적법한 절차 없이 불법 무선국을 세우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는 전파 간의 간섭을 야기해 주파수 환경을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 된다.

1) 트렌스폰더
수색 및 구조 레이다 트렌스폰더(Search And Rescue Radar Transponder) : 해상 구난장비 중 하나로 조난신호기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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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의 출처를 찾아라
Sources

이에 따라 전파 탐지 기술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혼신원(混信原)2)이나 불법 사용되는 전파의 출처를 찾기 위함이다. 1세대 시스템의 경우 고정국으로 약 10MGz 정도의 대역폭을 가지고 있었다. 2세대 시스템은 준 고정형으로 20MHz~6GHz에 25MHz의 대역폭을 가지고 있다. 이후 등장한 3세대 융합형 고정시스템은 7.5GHz 정도의 동작 주파수에서 50MHz의 대역폭을 갖는다.

이처럼 세대를 거듭하며 전파 감지 시스템의 대역폭과 동작 주파수는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3세대에 이르기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기동성과 안정성, 정밀성을 동시에 갖춘 이동형 전파 감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동하면서 전파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낮게 설치할 수밖에 없다. 안테나를 높이 설치하면 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높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안테나 간격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안테나 간 간섭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이 충분하지 않아 방향탐지 성능이 떨어졌다. 즉, 기동성을 갖추자니 안정성과 정밀성이, 안정성과 정밀성을 잡자니 기동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2)
혼신원(interfering source, 混信原) : 전파 통신 시스템에서 혼신의 원인으로 결정되는 송출, 방사 또는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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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기술, 세 마리 토끼를 잡다Synergy effect

이동형 전파 감지 시스템의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무선기기가 증가하고 새로운 주파수 발굴에 따른 신규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전파 간 혼선은 물론 전파 감시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각지대까지 면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기동성, 안정성, 정밀성을 갖춘 이동형 전파 감지 시스템의 등장이 절실한 참이었다.

ETRI는 고대역 안테나와 저대역 안테나 간 간격을 조정할 수 있는 안테나 적층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기동성과 안정성, 정밀성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ETRI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해당 기술은 움직일 필요가 없거나 느린 속도로 운행할 때는 안테나 간격을 넓혀 정밀하게 방향을 탐지하고 빠르게 이동할 때는 간격을 줄여 기동성을 확보했다. 본 기술은 안테나 간격을 최소 45cm에서 최대 279cm까지 조절할 수 있다.

ETRI 기술은 안테나 간격이 고정된 장비보다 2배 이상 정확하다. 기존 장비는 전파 신호를 찾아내는 방위각 범위가 2°이지만 ETRI 장비는 1° 안에서 전파 신호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TRI 이동형 안테나의 탐지 범위는 주파수 대역과 전파환경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평균 수십 km로 넓은 범위를 자랑한다. 그뿐만 아니라, 무게도 22.5kg로 기존의 고정형 장비에 비해 가벼운 데다가 별도 기계장치가 필요 없어 상용화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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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안테나를 이용한 전파 탐지는 고정형 장비에서 추정 영역을 먼저 찾고 이동형 차량이 추정 지점으로 이동하며 정확한 전파원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해당 기술은 국가 전파관리업무, 차량이나 항공기 구조, 불법 전파 사용 탐지 등 민간 분야에서 악의적 전파 방해 상황에서 혼신원의 위치를 찾는 국방 분야까지 두루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연구진의 기술은 관련 분야 세계선도업체보다 성능이 우수해 중앙전파관리소, 공항공사, 국방 관련기관, 해외 전파관리기관 등에 꼭 필요한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ETRI 연구진은 이번 성과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드론형 전파 탐지 기술 개발에 매진할 예정이다. ETRI 기술로 사각지대 없이 깨끗한 주파수 환경이 조성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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