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72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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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백홀 네트워크,
초연결 시대를 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대중교통은 만남의 장소였다.
장시간 이동하는 기차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
막 처음 만난 옆자리 승객과 달걀을 까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대중교통의 풍경이 바뀌었다.
승객 대부분이 출퇴근 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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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부터 5세대까지,
이동 통신의 역사history

1984년, 우리나라에 아날로그를 기반으로 하는 1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되었다. 첫 이동전화 시스템은 음성통화만 가능했으며, 자동차 트렁크에 휴대해야 했을 만큼 크기가 컸다. 1988년, 한 손에 잡기 버거울 정도로 크지만 휴대할 수 있는 일명 ‘벽돌 휴대폰’이 등장했다. 그러나 사용자 증가로 인한 통화 품질 저하, 주파수 자원 부족 등으로 1세대에서 2세대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디지털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2세대 이동통신은 데이터 전송량을 확대하여 통화 품질을 높이고 전송 효율성을 향상해 통신비를 절감했다. 통신비 절감으로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되자 이동통신망 사업자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이용 요금을 낮추고 단말기 보조금을 제공한 결과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휴대폰 대중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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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까지만 해도 이동체에서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문자와 전화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동통신의 영역이 음성에서 데이터로 확대된 3세대에 접어들며 신세계가 시작됐다. PC로만 할 수 있던 일을 휴대폰으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동하면서도 웹서핑을 하거나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며 휴대폰이 있는 그곳이 사무실이자 집,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4세대 이동통신에 도입된 기술 데이터 속도를 높이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이동 시 100Mbps, 정지 시 2Gbps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동하면서도 고화질로 스트리밍 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며 VR·AR 등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가상현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이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구현할 수 있는 속도인 20Gbps를 꿈꾸며 5세대 이동통신이 시작되었다.

백홀 네트워크로
5G 시대를 견인하다Backhaul
Network

문제는 속도다. 기존의 이동통신은 가정, 사무실 등 주로 보행자 중심의 저속환경에 최적화된 형태로 120km/h 이상의 고속환경에서는 통신 접속이 끊어지지 않는 정도의 서비스에 한정되었다. 현재 지하철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무선랜 서비스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58.50Mbps.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속도가 더욱 떨어진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텍스트에서 영상으로, 영상에서 VR·AR 콘텐츠 바뀌며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지만 이동체의 네트워크 속도는 이를 지원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하철, 버스 등 이동하는 환경에서도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원활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ETRI가 지하철에서 초고주파 기반 이동 무선 백홀 시스템을 이용해 5G 서비스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동 무선 백홀 기술은 밀리미터파(10GHz 이상)의 광역대 주파수 스펙트럼을 할용하여 고속 이동환경에서도 기가급 데이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1)

1)
「모바일 핫스팟을 위한 밀리미터파 이동무선백홀 기술」, 『전자통신동향』 31권 5호(통권 161), ET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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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연은 우리나라 지하철에서 가장 곡률(曲律)이 심한 잠실역~송파역 구간에서 진행됐다. 무선 백홀 시스템이 직진성이 강한 주파수 특성의 한계를 넘어 충분한 성능을 내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시연을 위해 ETRI는 지하철 터널 내부 5개 구간에 기지국 시스템을, 잠실역 통신실에는 게이트웨이와 서버를, 지하철 운전실에는 단말시스템을 설치하여 통신 환경을 만들었다. 시연은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전송속도를 측정하고 송파역 승차장에서 몰입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기술은 용도 미지정 주파수 대역(FACS)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활용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초고주파 기반 무선 백홀 시스템’을 보완 및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필요한 단말에 송신 신호를 집중하여 보내는 빔포밍(Beam Forming) 기술과 지하철이 이동하면서 단말과 연결되는 기지국이 바뀌어도 데이터 손실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을 유지하는 핸드오버(Handover) 기술이 본 성과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연에서 기지국 시스템과 단말 간 최대 전송속도는 1.9Gbps로 확인됐다. 이는 동시에 190명이 AR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속도로 기존 대비 30배 빠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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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가까워진 초연결시대a new era

특히, 이번 시연에는 영국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광고 서비스 모델이 적용됐다. 해당 모델은 광고 콘텐츠를 송출하여 사용자들이 맞춤형 콘텐츠를 수신하는 것으로, ETRI 연구진은 최신형 운동화를 광고하는 사이니지 모니터2)를 활용하여 송파역 승차장에서 AR 기술로 신발을 신어보는 시연에 성공했다. AR 글래스를 착용 후 스마트폰 앱을 켜 발을 비추면 광고 중인 최신형 운동화를 실제로 착용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AR 몰입형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약 10Mbps 전송속도가 필요하다. ETRI가 이번 시연을 통해 전송속도를 최고 1.9Gbps까지 끌어올린 것은 고속으로 움직이는 이동체에서 즐길 수 있는 세계가 더 넓어졌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TRI의 초고주파 기반 기가급 이동 백홀 시스템과 영국의 5G 기반 몰입형 멀티미디어(AR) 서비스의 만남은 향후 광고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본 공동연구는 2018년 2월 개최된 제 3차 한·영 ICT 정책 포럼의 결과로 시작되었다. 2019년 4월부터 약 2년간 한국은 초고주파 기반 지하철 무선백홀 시스템을, 영국은 5G 기반 몰입형 멀티미디어(AR) 서비스를 개발해 이번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사이먼 스미스(Simon Smith) 주한영국대사는 한-영 국제공동연구로 개발된 5G 기술이 다음 달 영국에서도 실증 단계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향후 더 많은 기술교류로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어 한국과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고속 이동 백홀 네트워크를 고속철이나 비행기 등 다양한 이동체와 오지 환경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외부적으로는 한·영 간 포럼 등 국제연구 교류와 융합 연구를 이룰 접점을 찾는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ETRI의 끝없는 연구와 지속적인 국제 교류가 백홀 기반 초연결시대로 이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2) 사이니지 모니터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로 ICT와 결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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