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VOL. 169 February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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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군집 뇌 연구를 통해

집단지능의 비밀을 밝히다

꿀벌은 1mg 밖에 안되는 뇌를 가지고 있지만, 2~5만 마리나 되는 개체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수많은 일을 나누어 처리한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개미 한 마리는 미미한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수많은 개미가 모였을 때는 높은 지능을 발휘한다.
이처럼 사회성을 가진 유기체가 모여 개별 개체가 해내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사례를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한다.

집단지능의 대표적인 개미

뇌와 집단지능의 비밀을 밝히다Secret

인류는 뇌가 무엇으로,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각 부분이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그 원리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뇌 구조를 연구해 정신·신체적 질환이나 장애를 진단 및 치료하는 뇌 의약학 연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구조와 기능의 원리를 공학적으로 활용하는 뇌 공학 연구 등이다.

지금까지 연구들은 주로 ‘하나의 뇌’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일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개미나 꿀벌이 그렇듯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고 인간의 뇌 또한 이에 맞춰 반응한다. 상호작용을 통해 한 개인의 지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지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렇게 개체가 사회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높은 지능을 ‘집단지능’이라고 표현한다.

집단지능의 원리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전체의 뇌를 따로, 또 같이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이 둘을 동시에 연구하지 못했다. 하나의 뇌를 유전자, 뉴런의 차원에서 연구하는 접근법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군집 뇌 과학을 위한 새로운 연구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았다.

구체적인 연구 사례를 보면, MIT의 집단지성센터(Center for Collective Intelligence)는 집단지능을 연구할 때와 개인의 지능을 연구할 때 똑같은 방법을 사용해왔다. 집단지능 발현의 주된 요인을 집단 크기나 의사소통 방법, 성별 등 개인 특성으로 놓고 연구한 것이다. 하버드·카네기 대학교 등에서 진행된 연구들도 군집 뇌 활동보다는 집단을 이루는 개인 특성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계속되는 연구로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집단지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군집 뇌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집단지능의 발현 조건이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집단지능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군집 뇌 과학 연구관련 이미지

군집 뇌 과학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New paradigm

집단지능, 즉 군집 뇌 과학 연구가 활성화되면 물리학, 수학, 생태학, 통계학,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뇌 인지, 뇌 공학 등 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뿐 아니라 다개체 행동학, 사회학, 생태학 등 집단과 관련된 분야 또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한다면 군집 뇌 과학 연구의 성과를 실제 적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군집 뇌 과학은 인공지능과도 많은 연관이 있다. 군집 뇌 과학 연구를 통해 집단지성의 매커니즘을 밝혀내면 군집 행동과 결정에 신경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연구한 매커니즘을 사회과학, 신경과학, AI 등에 적용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도 있다.

군집 뇌 과학 연구관련 이미지

군집 뇌 과학이 제시하는 미래Brain Science

정부는 1998년 1차 뇌 연구 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했으며 2018년에는 3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금도 많은 국내 연구진이 정부 지원 아래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인간의 모든 행동을 하나의 뇌 안에서 이루어지는 신경회로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ETRI는 KIST와 함께 ‘무선 군집 뇌 연구 시스템’인 CBRAIN(Collective Brain platform Aided By Illuminating Neural)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CBRAIN은 뇌 신호를 빛으로 시각화해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뇌의 활동을 직관적이고 객관적으로 관찰해 군집 뇌 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ETRI와 함께 CBRAIN 시스템을 개발한 KIST 연구팀은 “반딧불이 군집의 불빛에서 영감을 얻어 복잡한 뇌 신호를 불빛으로 시각화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군집 뇌 연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뇌의 신호를 빛으로 시각화한다.’는 KIST의 아이디어를 ETRI의 지능형센서연구실에서 실현한 것이다.

ETRI - KIST에서 개발한 CBRAIN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집단지능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자폐증이나 우울증과 같이 사회적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와 질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인 활동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지금, CBRAIN 시스템이 제시하는 군집 뇌 과학이 펼칠 새로운 세상이 기대된다.

군집 뇌 과학을 통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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