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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52 May 2020   

Focus On ICT

시각장애인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씨(SEA) 플랫폼’

시각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서비스

  • 수학책도
    척척 읽어내는 기술

  •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점자만을 이용해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점자로 제공되는 학습 도서는 제한되어 있고, 복잡한 수학기호와 수식·표 등을 점자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이 전자책 서비스 개발에 나섰다. 이제 책의 내용을 소리로 듣고, 공부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수학을 좋아하는 중학교 2학년인 김정인 군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 차례 대수술과 안면 성형 후 점점 시력이 저하되다가 끝내 시력을 잃었다. 사고 후 계속 공부에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어 주변의 권유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그저 “동화책만 읽어주겠지?”라고 생각했던 전자책 서비스는 수학 문제까지 읽어주었다.

    정인 군은 기존에도 물론 점자를 통해 공부를 접할 순 있었지만, 중도 장애이기 때문에 점자를 배우기도 어려웠다. 더구나 얇은 수학 문제집 하나가 점자책으로 만들게 되면, 두꺼운 점자책 7권으로 늘어나게 되고, 학습에도 몇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ETRI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전자책 서비스(씨 플랫폼)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씨 플랫폼은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용으로 제작된 전자책 콘텐츠를 바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발행하고 있는 책의 약 90%가 전자책(e-book)으로 제작됨에 착안하여, 이젠 맘 편히 모든 책을 시각장애인이 손쉽게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전자책 서비스는 책 속에 포함되어있는 복잡한 표나 수식, 그래프와 같은 전문적인 학습 내용까지도 똑똑히 들려준다. 단순히 순차적으로만 들려주는 서비스에서 탈피하여 각 표 칼럼의 성격과 내용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이해를 크게 돕는다.

  • 씨 플랫폼

    (SEA Platform)

    SEA(Sensible E-book with Accessibility)의
    약어로 ETRI가 만든 플랫폼 이름

  • 01

    복잡한 표나 수식, 그래프와 같은 전문적인
    학습 내용까지도 들려주는
    전자책 서비스

  • 정보의 격차를
    해소하다

  • 연구진은 현재 스마트폰에서 음성으로 화면상의 내용을 전달하는 스크린 리더 기능을 활용해 문자정보는 일부 이해하고 있으나, 수식이나 표, 그래프, 그림 등의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표준화된 방식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식이나 표 등과 같은 학습용 콘텐츠를 표현하기 위해 한국어에 특화된 독음(讀音)규칙을 만들었다.

    따라서 그동안 난제로 여겨왔던 책 속의 표나 그림, 수식 등도 음성으로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본 기술이 4개의 핵심기술로 구성되어 있는데 변환도구(Converter), 저작도구(Author), 리더(Reader), 서비스 플랫폼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변환도구는 기존 제작된 도서를 시각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표준 전자책규약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저작도구는 전자책 제작자가 최초 저작 단계에서부터 표준 접근성 규약에 맞게 전자책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리더는 비장애인이 전자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도 해당 기능을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터치입력과 문자음성 자동변환 기술(TTS) 출력 기능을 이용해 전자책을 탐색하고, 끊어 읽기 또는 연속읽기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전자책 뷰어(Viewer)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플랫폼은 전자책을 검색하고, 다운로드받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전자책 제공 서버 개념이다.

  • 자동변환 기술

    (TTS, 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

    데이티 컨소시엄에서 제정한 디지털 오디오 북 및
    텍스트의 국제 기술 표준

  • 시각장애인의 지식·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씨 플랫폼

  • 이로써 ETRI는 시각장애인에게 격차 없는 정보 접근권 및 학습권을 제공하기 위해 TTS를 통한 본문 읽기 기능 장애인 인터랙션에 기반한 전자책 뷰어 장애인 접근성 지원 차원에서 전자책을 손쉽게 저작하고 변환할 수 있는 저작도구 및 변환도구를 개발했다. 결국,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전자책을 바탕으로 표준규약을 만들어 전체를 플랫폼화 한 셈이다.

  • 또 다른
    가능성을열다

  • 연구진은 정인 군과 같은 시각장애인에게 효과적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ETRI는 중학교 수준의 수식이나, 표 등의 전달 기술을 개발했으며, 향후 전문적인 서적까지 전달하기 위해 더 복잡하고 난이도 있는 수식이나 표, 그래프, 복잡한 그림 등을 말로 들려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들이 그동안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본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본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으며, 향후 전문서적까지 도전하여 시각장애인이 고등교육을 마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 인터랙션

    (Interaction)

    인터랙션이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물질,
    인간과 시스템, 시스템과 시스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양식

  • 02

    ETRI의 씨 플랫폼을 체험 중인 모습

  • 물론 비장애인이 눈으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시각장애를 가진 정인 군에게는 수월하거나 쉽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눈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공부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본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문이 하나 제공된다면, 그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