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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9
April 2019

Interview  ____  무인자율운행연구그룹 차지훈 그룹장

똑똑하고
안전한 비행
을 위해
드론에 지능
불어 넣는 연구

무인자율운행연구그룹 차지훈 그룹장

무인 항공기인 드론(Drone)과 관련한 기술이 발전하면서 ‘안티 드론(Anti-Drone)’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방식은 여러 가지다. 드론과 직접 충돌해 추락시키는 기술, 그물을 이용해 드론을 낚아채는 방식, 방해 전파 및 고출력 레이저를 쏘아 조종자가 보내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하는 기술 등이다. 이 밖에도 여러 안티 드론 기술이 개발 중이다. 어쩌면 드론계의 경찰과 같은 안티 드론 기술, 국내에서는 어떻게 개발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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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안전한 비행을 위해 드론에 지능을 불어 넣는 연구

자율주행 드론을 설명 중인 차지훈 그룹장

현재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요?

현재 ETRI는 드론에 지능을 부여하여 자율비행이 가능하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센서와 장비를 탑재해야 하므로 비교적 규모가 큰 드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즉, 드론을 하늘에 띄워 구동하기 위해 모터 출력이 큰 드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ETRI는 드론의 프레임 자체를 개발하지는 않습니다. ETRI는 비행에 필요한 GPS 수신기, 자세 센서, 비행제어기, 배터리와 카메라 같은 장비들로부터 수신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드론의 임무에 필요한 ICT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즉 드론의 두뇌를 개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드론에 지능을 부여하는 연구란 드론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장애물을 감지하고, 회피하는 기술 개발을 말합니다. 지상에 있는 자율주행차와 비슷합니다. 사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연구 개발이 많이 진행되어 왔지만, 드론은 조금 늦게 진행된 면이 있습니다. 특히 드론은 자동차보다 훨씬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장비를 탑재해야 하므로 제약사항이 많습니다. 드론은 하늘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해야 하지만, 하늘에 띄우기 위해 탑재해야 하는 무게는 아주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드론에 탑재되는 장비들의 크기와 무게는 중요합니다. ETRI는 현재 손바닥 크기의 보드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3월, ETRI에 드론 실내 비행장이 들어섰습니다. 드론은 비행할 때 기본적으로 GPS를 수신하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미리 비행 궤적을 정해 놓으면 그 궤적대로 비행합니다. 그러나 실내에서는 GPS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비행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ETRI에서는 드론에 카메라와 레이더(Radar)를 부착하여 장애물을 판단하고, 자율비행을 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은 외부에서 할 수 없고, 연구실에서는 안전상의 문제로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실내 비행장을 건축하게 됐습니다. 또 실내 비행장에 칸막이를 설치한 이유는 드론이 칸막이를 복도나 장애물로 인지하고, 자율 비행할 수 있도록 실험하기 위함입니다. 실내 환경을 그대로 모사하기 위해 칸막이를 여러 개 설치하여 복도로 만들고, 드론이 스스로 탐지하고 비행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드론 탐지 기술에 사용되는 EO/IR 카메라를 테스트 중인 차지훈 그룹장(왼쪽)과 전진우 연구원(오른쪽)

안티 드론은 얼마나 개발됐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ETRI는 드론에 지능을 부여하는 드론 ICT 개발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드론의 센서와 활용 기술에 특화된 ETRI는 드론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안티 드론 기술도 함께 개발 중입니다. 재밍(Jamming)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안티 재밍(Anti-Jamming) 기술 개발에도 특화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드론을 탐지하는 기술은 주로 레이더 기반의 기술입니다. 레이더는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기술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큰 목표물을 대상으로 개발되었고, 전통적으로 군용 기술로 개발되어왔습니다. 이에 비해 드론은 크기가 매우 작아 하늘에 떠 있으면 얼핏 점으로 보이기도 하고, 새와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레이더를 활용한 탐지기술에서는 목표물에서 반사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RCS(Radar Cross Section)가 사용됩니다. 그러나 드론은 비행기와 비교 했을 때, RCS가 매우 작습니다. 이 때문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레이더 신호도 아주 작습니다. 몇 십 분의 일, 몇 백 분의 일 이렇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드론을 탐지하는 기술은 높은 정밀도의 고난도 기술을 요구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드론을 활용한 위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 탐지용 레이더와 카메라를 포함한 상용 제품들이 여럿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사실 국내에는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상용 제품이 전혀 없고, 유일하게 ETRI에서 개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TRI는 해외 제품들이나 기술을 벤치마킹하고, 조금 더 가벼우면서 성능이 좋은 저가의 안티 드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 안티 드론 과제는 5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올해로 3년째 연구를 수행중입니다. 현재는 1차 시제품을 제작한 상태이고, 올해 가을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시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미비한 점들을 보완하고, 설계에 반영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2020년에 2차 시제품을 제작하여 최종 개발 연도에 실증 시험을 진행하려 계획 중입니다.

재밍
(Jamming, 전파 방해)

레이더 신호를 감추기
위해 또는 변형시키기
위해 레이더의 수신 대역 내의 주파수로 송신되는 방해 신호

지난해 3월 완공된 실내 비행장에서 인터뷰 중인 차지훈 그룹장

주요 시스템은 무엇인가요?

현재 ETRI에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은 크게 레이더와 카메라 이 두 가지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카메라는 어두워지면 안보이고, 비가와도 안 보이는 단점이 있지만, 레이더는 밤·낮·날씨·습도 등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전자파로 탐지하기 때문에 멀리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최대 탐지거리 3km~5km를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레이더는 방위각 및 고각의 제한된 해상도로 인해 탐지하는 물체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함께 연동하여 탐지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먼저 레이더를 사용해 목표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표적의 위치 정보를 넘겨받은 카메라는 표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서 초점거리를 당깁니다. 그리고 영상을 확대해서 탐지된 물체의 여부를 판단하고, 정확한 위치를 추정하는 시스템 구성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현재 개발 중인 시스템은 저고도 드론 탐지 시스템으로 레이더와 카메라로 구성되어 탐지만 가능합니다. 드론이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오는지만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안티 드론 기술이 완벽한 시스템이 되기 위해서는 탐지에서 무력화까지 모두 가능해야 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드론 무력화 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개발 중이며, 우리나라도 머지않은 시간 내에 탐지기술과 무력화 기술까지 함께 갖춘 안티 드론 기술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사용하는 안티 드론 기술의 가장 일반적인 무력화 기술은 드론이 사용하는 항법 및 통신 주파수 대역에 대한 재밍 기술입니다. 대략 1km 내외에서 운용 가능하며, 기술적으로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주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민간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에 이것보다 효율적인 기술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안티 드론 기술에는 HPM(High Power Microwave)이라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자폭탄이 터질 때 발생하는 전자기펄스를 EMP(Electromagnetic Pulse effect)라고 하는데, 이것보다 특정한 목적으로 강한 전자파를 만들어 사용하는 기술을 HPM(High Power Microwave)이라고 합니다. HPM은 전자기펄스를 인위적으로 발생시켜 드론에 있는 전자기기를 마비시키는 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실험실 레벨에서 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HPM 기술은 고출력 신호를 생성하기 위해 매우 높은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예를 들어 몇 백 미터 밖에 있는 드론을 전자기펄스로 떨어트리기 위해 발전차 한 대가 있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향후 어떻게 전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고출력 신호를 생성할지가 관건입니다. 그래야 상용화도 가능해집니다.

방위각
지표 위에 물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 가운데 하나

상용화는 얼마나 걸릴까요?

현재 ETRI는 1차 시제품을 시험 중인 수준입니다. 내년이면 2차 시제품이 제작되고, 2021년에 과제가 최종 종료가 됩니다. 과제 종료 후 제품화에 들어가면 수정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머지않은 시간에 드론이 제품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상용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ditor epilogue

마지막 질문으로 차지훈 그룹장의 최종목표를 물었을 때 그는 “ETRI라는 곳은 정부출연연구원이고, 연구자로서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드론 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고 영세합니다. 이 때문에 드론을 지능화해서 자율주행드론을 만드는 업체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저희가 잘 개발해서 기술을 이전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조금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의 드론 원천기술이 잘 개발되어,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ETRI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