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콘텐츠 바로가기

ETRI Webzine

VOL.128
April 2019

메뉴보기
Interview 썸네일

Interview  ____  서비스표준연구실 이승윤 책임연구원

웹의 본질을
꿰뚫고자 만나본
W3C 대한민국사무국장

서비스표준연구실 이승윤 책임연구원

지난 3월 12일,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이 30주년을 맞았다. CERN은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고, 각국에서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월드 와이드 웹의 아버지라 불리는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축하 분위기와는 다른 화두를 던졌다. 바로 웹의 악용과 오용에 관한 이야기다. ETRI 표준연구본부 서비스표준연구실의 책임연구원이자 W3C 대한민국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승윤 책임연구원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페이스북 공유하기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카카오톡 공유하기
Interview 이미지

월드 와이드 웹의 30주년 기념식 © CERN

월드 와이드 웹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은 웹(Web)이라는 동작 서비스를 통해 제공됩니다. 웹은 World Wide Web의 줄임말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들 사이의 정보를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로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과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입니다. 먼저 HTML은 웹 문서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기본적인 웹 언어입니다. 쉽게 말해서 정보를 표현하는 기술입니다. 다음에는 표현한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로 HTTP가 필요합니다. 정리하자면, HTML로 표현된 정보를 HTTP라는 프로토콜을 통해 전송하는 것이 웹의 기본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기술은 웹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또 한 가지 기술을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HTML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이 있습니다. 확장 마크업 언어인 XML 덕분에 웹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TCP/IP라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이 프로토콜은 인터넷 기반의 핵심이 되는 기술로, 1950년대 미 국방성과 주요 대학연구소들을 연결하는 정보통신망이었던 아파넷(ARPAnet)에서 출발했습니다. 현재도 물론 사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TCP/IP는 통신기술일 뿐 응용 서비스로 활용이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월드 와이드 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월드 와이드 웹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인터넷 응용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터넷 활성화에 큰 공헌을 했습니다. 만약 월드 와이드 웹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인터넷이 이렇게까지 성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념을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백배 천배 빠른 모바일 네트워크인 5G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일까요? 바로 “빨라지면 뭐가 좋은데?”라는 사용자 관점의 질문에 시원한 답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자율주행차 등과 접목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고 있지만, 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이슈였습니다. 과거 TCP/IP라는 새로운 통신기술이 나왔을 때, 월드 와이드 웹 기술의 출현은 다양한 활용 가치를 부여하며 TCP/IP라는 통신기술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즉, 어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그 기술이 잘 활용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응용기술의 동반이 꼭 필요합니다. 인터넷 기술과 웹 기술은 그런 관계였습니다.

웹이 풀어야할 문제를 설명 중인 이승윤 책임연구원

웹이 풀어야할 문제를 설명 중인 이승윤 책임연구원

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과거 웹은 인터넷을 발전시킨 일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는 모든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요하게 거론되는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에도 웹 기술 활용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웹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합니다.

웹은 과거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기형적인 발전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터넷 보급과 이용률이 높은 나라에서는 높은 사용자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해 웹 표준 외의 비표준 기술을 도입하면서 비정상적인 웹 이용 환경이 조성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 등의 상거래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비표준인 액티브X 기반의 공인인증서, 키보드 보안 모듈 등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 등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표준 기술은 특정 운영체제 환경에서만 동작한다는 점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에서 기존 웹 기술을 혁신적으로 보완한 HTML5라는 규격을 만들어 보급함에 따라 비표준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 정부도 액티브X와 같은 비표준 기술들을 걷어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상당 부분 개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웹에는 여전히 오래된 문제가 남아 있는데, 최근 팀 버너스 리가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상에서 난무하는 해킹과 위조 같은 행태들이 사용자에게 큰 위험으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이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과 같이 중앙 집중식의 데이터 이용 및 관리 환경과 관련이 깊습니다. 팀 버너스 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웹 환경이란 모든 사용자의 정보는 각자의 단말에 존재하고, 웹은 데이터와 데이터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각자의 데이터를 특정 사이트에 모두 올려놓고 사용하는 것이 위험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위험한 이유는 해킹 당했을 때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해킹을 통해 특정 사이트를 변조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데이터들이 바뀌게 됩니다. 이처럼 공룡기업이 데이터를 장악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인터넷의 모습이 팀 버너스 리 자신이 의도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발전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팀 버너스 리는 ‘솔리드(Solid)’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게 됩니다. 이를 통해 좀 더 공정하고, 올바르고, 평등한 웹의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솔리드(Solid)
개인들이 자신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웹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오픈소스 기반 프로젝트

1989년 월드 와이드 웹의 시작이 된 팀 버너스 리의 논문

1989년 월드 와이드 웹의 시작이 된 팀 버너스 리의 논문 © CERN

W3C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1989년 팀 버너스 리는 논문 한 편을 시작으로 월드 와이드 웹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논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에 인터넷을 보급해보자는 취지로 별도의 조직인 월드 와이드 웹 컨소시엄(W3C)을 구성했습니다. 웹 기술과 관련된 모든 표준 규격들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민간 중심의 표준화 단체입니다. 현재 약 450개의 회원 기관이 있으며, 우리나라도 현재 21개 기관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TRI는 2002년에 처음으로 W3C 대한민국사무국을 유치하며 우리나라의 W3C 활동을 시작했었습니다.

W3C는 다른 표준화 단체와는 달리 상당히 다른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표준 부분입니다. 과거에는 표준 하나를 정해서 같이 사용하는 개념이었다면, 요즘 ICT 표준은 그렇지 않습니다. 표준 내에 특허를 걸어놓고, 표준이 제정된 이후에는 표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표준이 때로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게 되고, 결국에는 너도나도 전략적으로 표준을 선점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W3C는 기본적으로 특허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웹 표준 규격 내에는 그 어떤 특허도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가 W3C에 표준을 제안한다면, W3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표준 내용에 특허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합니다. 표준 내용에 특허가 있다면 포기하거나, 포기할 수 없다면 이 표준을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이런 부분이 W3C를 말할 때 가장 크게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이처럼 W3C가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팀 버너스 리가 강조하는 웹의 철학 때문입니다. 웹은 우리 인류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그는 누구도 웹에서 자신의 이익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30년째 이 철학을 유지하고 있고, 그래서 더 존경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웹 파운데이션
(Web Foundation)
공공재로서의 웹과 기본 권리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에 의해 2009년 설립된 재단

새로운 웹의 30년을 준비하고, 미래의 방향을 고민해 나가는 ETRI와 W3C

새로운 웹의 30년을 준비하고, 미래의 방향을 고민해 나가는 ETRI와 W3C

향후 웹은 어떤 형태로 변화할까요?

웹은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주요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구현할 때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 잡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웹은 끊임없이 진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과거의 웹이 본질적인 기술을 진화시켜 왔다면, 최근 5~6년 동안의 웹은 타 기술, 타 산업과 접목하는 모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쉽게 말해 W3C는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ICT 개발자에게 HTML5라는 진화된 웹 기술을 제공한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확장 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러한 영역은 계속 발전해 나갈 계획입니다.

웹은 앞으로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때마다 새로운 접목을 시도하며 진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HTML 표준 또한 HTML6, HTML7 이런 식으로 자체 규격에 대한 확장도 해 나갈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공룡기업의 데이터 장악과 같은 구조적인 부분이나 비즈니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팀 버너스 리가 말한 오·남용이 되는 부분들에 있어서 웹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 중 하나는 웹 파운데이션(Web Foundation)에서 개발하는 여러 기술을 통해 한 번 더 진화하는 계기를 맞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거대 글로벌 공룡기업에 집중되었던 데이터들이 다시 사용자 중심으로 분산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사용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데이터의 주권을 회복하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의 인터넷 환경을 보다 평등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Editor epilogue

해외에서는 “웹은 죽었다.”라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에 이승윤 책임연구원은 “웹은 실제 죽은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웹이 많이 쓰이기 때문에 웹 자체를 부각하는 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웹은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고, 더 빨라지고 가벼워질 것이다. 예전에는 웹이 접근할 수 없었던 작은 센서와 같은 영역에도 웹은 사용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간과해온 것은 웹의 기능적인 부문에만 너무 집중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W3C는 웹이 지향하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극복해 나갈 방침이다.

구독신청구독신청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