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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Webzine

VOL.123
February 2019

Interview  ____  언어지능연구그룹 김영길 그룹장

국경 없는 소통을 위한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

언어지능연구그룹 김영길 그룹장

사람의 생각을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말과 글이다. 그만큼 언어가 달라 겪는 불편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오늘날은 말과 글의 차이로 겪는 불편이 배로 느껴진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다국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언어지능 책임자인 김영길 박사를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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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조작 없이 헤드셋을 통해 통역을 제공받을 수 있는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한 문장씩 통역하는 기술을 넘어, 연속된 자유 발화(發話)를 통역사처럼 실시간으로 통역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 기술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스마트폰에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쓰고 말하고 서비스를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헤드셋을 사용하는 핸즈프리 방식이 가능합니다. 즉 터치스크린과 같은 사용자인터페이스(UI)가 필요 없는 방식이죠. 스마트폰에 해당 애플리케이션만 실행해 놓으면 스마트폰을 주머니나 핸드백에 두고도 헤드셋을 통해 통역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구글(Google)에서도 이와 같은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를 통해 실시간 음성 통역 기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현재 스카이프 인스턴트 메시징을 통한 텍스트 기반 번역은 총 61개 언어로 실시간 번역이 가능하지만, 음성 기반 실시간 번역은 총 10개만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초 평창동계올림픽 때 8개 국어 자동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ETRI에서 ㈜한컴인터프리로 기술이전을 한 공식서비스 ‘지니톡’을 통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가 통역됐습니다. 저희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처럼 많은 언어를 다룰 수 없지만, 자국어와 관련된 통·번역을 다른 나라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만큼은 저희가 완벽하게 통·번역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의 시제품을 시연 중인 김영길 그룹장

ETRI의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
어디까지 와 있나요?

현재 ETRI의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시제품(Prototype)까지 개발된 상태이고, 상용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 중입니다. 먼저 블루투스 끊김 현상이나 대화가 오가는 중에 발생하는 지연 현상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동안의 통·번역은 스마트폰 상에 번역하고 싶은 문장을 한 문장, 한 문장씩 써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블루투스를 통한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문장이 아닌 실시간 대화를 번역하기 때문에, 대화가 오가는 복잡한 과정에서 지연 현상이 존재하곤 합니다.

최근 SBS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미운 우리 새끼’에서 방송인 이상민이 사유리의 부모님과 만나는 에피소드가 방영됐어요. 방송에서 이상민은 일본인 사유리 부모와 통·번역 앱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사유리가 중간 중간 통역을 해주었으나, 큰 문제 없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었죠. 다만, 여기에서도 통·번역 과정에 약간의 지연 발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통역을 위해서는 아직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소통에 대한 문제점들이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선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죠.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용된 ‘자동 통·번역기술’은 ‘실시간 자동통역 기술’의 구현 가능성, 유용성 등을 입증한 초기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기술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머지않아 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화상회의를 통한 통역의 한 장면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통역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요?

일상생활에 간단한 통역은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로 당연히 대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통역기가 발달해도 오류는 있을 수 있어요. 이 때문에 외교나 중요한 계약을 다루는 프리미엄 통역은 사람, 통역사가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번역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 번역이 가능해지면 “번역사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건 아니에요. 유럽 같은 경우에는 자동 번역 후 편집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있습니다. 기존에 번역사들이 10페이지 번역하던 분량을 자동 번역으로 순식간에 초고를 돌리고, 번역기가 틀린 부분을 번역사가 검수하는 직업입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면, 10배 100배 이상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번역사가 있더라도, 그 많은 번역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해요. 이런 부분을 번역 소프트웨어가 많은 영역의 번역을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인공지능이 아무리 번역을 잘하더라도 소설, 사람의 감정을 담은 뉘앙스는 번역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꼭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잘못된 사실입니다. 물론 반복적이고 자주 나타나는 패턴에 대해서는 우수하지만, 인공지능이 새롭고 다양한 현상에 대해서는 사람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어느 분야로
발전할까요?

‘실시간 동시통역’은 강연 통역, 화상 전화 통역에도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유선상으로도 실제 우리가 대화하듯 끊김 없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겠죠. 예를 들어 해외에 있는 바이어와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해외에서 프레젠테이션할 수도 있어요. 한 시간씩 발표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으로 한 문장씩 번역해서 발표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때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이 소통의 중요한 역할이 되어줄 것입니다.


Editor epilogue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언어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간이 지리적·언어적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언어장벽 없는 이상향에 다가가는 시도이다. 이 기술이 실제로 사용된다면, 세계인이 동시통역을 통해 경험과 생각을 더 깊이 있게 나눌 것이다. 김영길 그룹장은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삶에 편리함을 주는 기술이 되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외국 글로벌 기업의 결과물이 아닌, 순수 국내 기술로 이루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더 나아가, 국내 산업체에서도 그 기술로 사업화를 잘하고, 전체적인 산업생태계가 조성되었으면 합니다.”그의 말대로 ‘실시간 동시통역 기술’은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를 아우르며, 편리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울러 나라의 규모나 언어 사용자 수를 떠나 세계인이 하나 되어 소통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