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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8 · February 10 · 2017 · Korean

Wide Interview  ______  김권태 대한컴퓨터박물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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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취미가 만든 꿈

“흔히 사람들에게 고려청자와 같은 골동품은 ‘보물’로 인식되지만, 오래된 컴퓨터는 ‘고물’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컴퓨터 수집가의 입장에서 오래된 컴퓨터 하나하나는 보물처럼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의 한 지하창고에는 김권태 대한컴퓨터박물관 대표에게 ‘보물’ 같은 빛바랜 컴퓨터가 가득하다. 10여 년 전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컴퓨터가 가득한 지하창고는 ‘대한컴퓨터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고물' 아닌 '보물'! 희귀 컴퓨터가 한 자리에

안녕하세요. 대한컴퓨터박물관 대표 김권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비롯한 IT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반도체, 모바일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컴퓨터가 가져다 준 효율성과 정보화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한 컴퓨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산하고 이용했던 컴퓨터들을 그 당시 생산업체들조차 소장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컴퓨터 보존의 필요성을 느껴 그동안 소장했던 컴퓨터들을 모아 대한컴퓨터박물관협회를 구성하고, 컴퓨터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지하창고에 컴퓨터를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지하창고에는 10여 년 전부터 모은 컴퓨터 450여 대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1920년대에 생산된 컴프토미터(comptometer-기계식 계산기)와 슈퍼컴퓨터, 1977년 출시된 애플-2부터 스티브 잡스가 남긴 10여 종의 모델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 삼보 컴퓨터 등이 보관돼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수집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저의 생애 첫 컴퓨터 모델 ‘FC-30’을 다시 만나고 나서부터입니다. 1983년 중학생 때, 교육 방송을 통해 컴퓨터 강의를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를 쉽게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연습용으로 종이에 프린트된 키보드를 사서 강의를 열심히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부모님을 졸라 그 당시 가장 저렴한 모델인 ‘FC-30'을 사서 사용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린 시절 추억을 상기하며, 그 모델을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수소문한 끝에 인터넷을 통해 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취미로 한, 두 대씩 모으던 것이 어느새 50대, 100대씩 늘어나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죠.

컴퓨터에 대한 애정이 가득

학창시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전산반 활동도 했었지만, 컴퓨터 자체가 제 꿈은 아니었어요. 제 어린 시절 꿈은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죠. 기계과를 졸업한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는 웹에이전시를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애정은 계속해서 마음 한 켠에 남아 있었죠.
컴퓨터를 수집하며 생긴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주로 이베이와 같은 경매사이트를 통해 빈티지 컴퓨터를 수집합니다. 애플은 컴퓨터 역사상 기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많이 출시해, 매니아 층이 많습니다. 애플 제품 중 일본에서만 판매된 제품이 있는데, 1년 이상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오랜 기다림 끝에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있지요. 또, 크레이사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 'J-90'은 배송료가 워낙 비싸 1,000만 원을 들여 가져왔습니다. 한편, 해외제품보다 더 구하기 어려웠던 건 국내에서 생산된 모델입니다. 국내 수집문화를 보면, 컴퓨터는 고물이나 폐기물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 일반 가정의 구조는 컴퓨터와 같이 부피가 큰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쓰지 않는 컴퓨터는 고물상에 팔거나 폐기처리 하지요. 한때는 컴퓨터 기판에서 금을 채취할 수 있다고 해서 재생하는 곳에 보내지기도 했습니다. 컴퓨터 보급률이 낮은 당시의 컴퓨터는 실제로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컴퓨터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면서 처음에는 가족들이 집 안에 컴퓨터를 둘 곳도 마땅치 않아 반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작지만, 지하창고에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꾸며놓으니,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컴퓨터의 역사를 보고,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길

현재 박물관은 온라인을 통해 신청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전시회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년부터는 스티브 잡스 5주기 추모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차기 전시는 [클론의 습격]이라는 주제로, 4월 전시를 준비 중입니다. ‘클론’은 보통, 복제품이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예전에는 처음 컴퓨터를 만든 회사에서 특허 사용계약을 받아서 만든 카피 제품이 꽤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애플 컴퓨터는 청계천에서 만들어진 카피 제품입니다. 미국, 대만,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도 이러한 호환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또, 기획 중인 전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컴퓨터를 주제로 한 것입니다. 매니아 관람객과 일반 관람객을 고려한 다양한 전시를 기획 중이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향후 목표는 관람객이 더 쾌적하게 관람하실 수 있는 컴퓨터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박물관을 만들기란 쉽지 않겠지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 중입니다.
박물관은 예전에 있던 것을 보관하여 후대에 남기는 것과 교육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컴퓨터박물관 역시, 단순히 컴퓨터를 보관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어떤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미래의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요. 교육적인 측면에서 코딩과 로봇 교육 등, 컴퓨터와 연관된 것을 배우는 '교육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모님 세대가 공상과학 만화를 보고, 미래 IT기기를 상상했던 것처럼. 아이들이 과거와 현재의 IT기기를 보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화두를 던져 줄 수 있는 교육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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