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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스페이스
한여름밤의 소울무비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따뜻한 한 끼가 더 힘이 된다.
팍팍한 도심의 일상 속에서 우리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소울푸드’가 있지 않은가.
이처럼 우리 삶의 허기를 채워주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다.
한 편의 영화가 우리의 마음을 툭 건드리고 남긴 잔상들은 뜻밖의 위안과 응원이 된다.

누군가에게 ‘소울무비’일 수 있는 영화를 20년간 36편이나 제작한 명실상부 충무로 대표 영화사 명필름이
작은 영화도시를 꿈꾸며 복합문화공간 ‘명필름 아트센터’를 열었다.
주류와 인디가 공존하고 실험과 융합의 요람이 될 이곳에서 영화 같은 하루를 보내고 왔다.

# 1 북카페

Coming Soon ~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시라노; 연애조작단’
'마당을 나온 암탉', ‘부러진 화살’, '건축학개론' 그리고 임권택 감독의 최근작 '화장'까지.
개봉하는 그 시대의 문화를 관통했던 이 굵직한 작품들을 제작함으로써 명필름은 대작 영화제작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 영화사가 문화예술계의 대표 동네 파주에 영화를 중심으로 문화콘텐츠의 발전, 공유, 확장의 주축이 될 영화도시를 만들었다.
또 하나 솔깃한 것은, 이 아트센터 건축물이 대한민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승효상 건축가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출판단지의 가장 위쪽에 투명한 유리벽과 고운 모래색 벽이 어우러진 정교한 건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상 4층, 지하 2층의 규모인 아트센터는 동서남북 네 방향의 외관이 모두 제각각 색다른 모습으로 보이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먼저 1층 북카페 ‘카페모음’의 명필름 영화 서재에서
영화, 건축, 디자인 관련 전문 도서들을 보고 영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한껏 끌어올렸다.
명필름과 승효상 건축가 등 전문가들이 선별한 영화, 건축, 디자인 장서들 뿐 만 아니라
명필름 제작·제공 영화 OST 컬렉션, 예술영화 아트북, 영화 원작 소설과 만화 등 다양한 책들이 진열돼 있었다.
또한, 카페는 승효상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길종 상가의 장서 가구들로 꾸며진
명필름다운 안목과 세심함이 깃든 공간이었다.

# B1 영화관 & 2, 3 공연장

Ready ? Action !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고, 지하 1층 영화관으로 내려갔다.
명필름의 오랜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4K 영사시스템과
돌비 연구소가 개발한 애트모스 3D 사운드 시스템을 도입하여 만들어진 이 영화관은
매월 새로운 테마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었다.
현재, 제 13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며 잇달아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고 있는
박정범 감독의 '산다'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 이 외에도 ‘마당을 나온 암탉’, ‘카트’가 상영 중이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순백의 티켓 매표소와 휴게 공간인데,
쨍한 파랑 조명과 네온 빛으로 꽉 찬 대부분의 영화관과 달리 이곳은 갤러리의 한 전시실 같은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영화관을 둘러보고 지상 2층으로 올라가자 망치질 하는 소리, 바퀴 굴러가는 소리 등이 들렸다.
알고 보니 2~3층은 블랙박스 형태로 설계된 250석 규모의 다목적 공연장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의 여러 장르의 공연과 함께 각종 강연, 파티, 전시 등의 행사가 열릴 공간이라고 했다.
파주의 문화 생태계를 새롭게 끌어올릴 폭넓은 장르의 문화예술 공연물들을 선보이고자 야심차게 준비 중이었다.
완공되는 7월 말부터 명필름이 제작한 첫 창작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즐거운 소식도 듣게 됐다.

# 4 아트랩

To be Continued. . .

두 계단을 올라 4층 ‘아트랩’으로 향했다.
전시장인 이곳은 갤러리 ‘아트랩15’와 영상실 ‘아트랩28’ 두 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현대미술, 음악,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을 감상 할 수 있었는데,
갤러리에서는 새로운 가구 체험인 ‘조립식:레이어 세트 플레이 layer set play'가
영상실에서는 영상과 음악, 두 물결의 가능한 교차점을 구현한 ’Crossing Waves'가 전시 중이었다.
갤러리에 전시된 책상, 테이블, 서랍, 협탁 등은 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어 사물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았다.
영상실에서는 아티스트 라야가 자신들의 분야에서 뛰어난 음악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6팀의 뮤지션과 만든 영상들을 보았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분리된 영상과 음악이 만들어낸 76개의 조합, 그 교차파의 파형과 에너지가 독특하고 신비로웠다.

종합예술인 영화와 소통하며 보냈던 아트센터에서의 하루는 눈과 귀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작은 영화도시에서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며 생각했다.
우리는 영화 같은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야말로 한 편의 영화라고.
감독도, 작가도, 배우도, 모두 우리 자신인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라고.
하루를 마감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한여름밤에 오늘도 수고한 우리를 어루만져줄 소울무비를 보며 생각해보자.
내 인생의 감독이자 작가이자 배우로서 세상이란 스크린에 어떤 영화를 연출하여 올리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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