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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vol.30 2015.01.09
인터뷰
기회의 신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낚아채라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 하나로 제우스의 아들이다.
앞머리는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다. 양 발목에는 날개가 달렸고,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기회는 이런 모습이다. 눈앞에 찾아왔을 때 앞머리로 덮여있어서 단번에 알아보기 힘들다.
대신 저울로 재단하고 칼같이 결단하여 움켜쥐면 덥수룩한 앞머리는 쉽게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날개를 달고 순식간에 지나가는 기회를 우물쭈물 놓쳐버리고 뒤늦게 잡을라치면
뒷머리는 대머리이기 때문에 다시 붙잡기 어렵다.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가 스쳐지나가는 기회를 한눈에 알아보고 움켜쥐는 것이 참 중요하죠.”
송규섭 에이팩 CEO의 말과 눈빛에서 승부사 기질이 느껴졌다.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취득한 그는 1983년 ETRI에 입사하여,
패키징 및 냉각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오다 동료 엔지니어 3명과 함께 1999년 지금의 에이팩을 설립하였다.
창업 초에는 모든 제품의 방열과 냉각을 연구 개발하면서 지속성장을 거듭한 끝에 2007년부터 LED 조명 사업에 집중하여
현재 최고의 고광량, 고출력 LED 조명 전문기업으로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LED가 차세대 조명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LED 조명 전문 기업 에이팩을 17년 째 내실 있게 이끌어온
송규섭 CEO를 만나 스스로 빛을 내는 LED처럼 자체발광 하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ETRI 선후배 여러분 송규섭 입니다.

출근하면서 항상 ETRI 앞을 지나서 그런지 심적으로 여전히 ETRI와 함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같은 지역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 ETRI 소식은 바로 접하게 되고, 반응하게 됩니다. 좋은 소식을 접하면 ‘역시 ETRI답다’라는 생각에 새삼스레 기운이 나고, 후배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마음 속 깊이 ETRI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늘 지니고 있어서 사업을 하면서도 ETRI로부터 힘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죠. 결혼해서 출가를 한 입장에서 본가가 잘 살아야 그걸 보고 더 기운이 나는 것처럼 저 역시 그런 마음입니다.

ETRI 연구원 시절은 ‘즐거운 고생’

제가 처음 연구소에 입사했을 때가 TDX 교환기 개발 시절입니다. ATM 교환기, CDMA 교환기까지 ETRI가 한참 기술을 꽃피웠던 시절이라 동료들과 함께 고생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들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패키징이라는 것이 제품의 외관을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자료들을 보면서 기술에 입혀준 옷, 겉 케이스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일은 EBS 방송반 활동입니다. 10여 명 정도가 함께 활동했는데, 점심시간에 사내 음악방송도 하고, 이벤트를 좋아해서 방송 시설을 연구원 내 야외로 옮겨 다 같이 음악 감상을 하는 'EBS방송제'를 개최하는 시간도 가졌던 좋은 추억들이 있습니다.

역경을 뒤집으면 기회가 된다

TDX 교환기 개발에 이어 새로 개발한 ATM 교환기에 새로운 냉각 기술을 넣어보고자 연구를 시작했고, 통신 시스템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히트파이프입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업체와 공동연구를 시작하여 2년 정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던 중에 이동통신이 생기면서 신기술이 시급해졌습니다. 그러자 함께 연구하던 업체 쪽에서 공동연구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에 미국에서 기술을 사오기로 결정하였고, 공동연구가 중단됐습니다. 당시, 연구 결과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된 이상 우리가 직접 사업화를 해보자고 3명 정도가 의기투합을 한 것이 창업 배경입니다.

그렇게 창업을 하고, 1년 만에 대기업에 쿨러를 납품하는 제 1협력업체가 되었습니다. 출발은 좋았지만 동시에 어려움과 고난도 찾아왔습니다. 초기 양산을 할 때 한 번 생산량이 몇 십 개 정도였는데, 대기업에 납품을 하게 되니 하루에 만들 양이 천 개, 천 오 백 개로 늘어났고, 이런 대량 생산이 처음이었기에 전에 없던 불량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불량의 원인을 찾을 때까지 직원 모두가 밤샘 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죠. 기업과 계약된 납품 일자를 못 지켜 대기업의 생산계획을 변경시켜야 하는 엄청난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생겨서 완제품을 역 추적하여 그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참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원인들이 수많은 공정들을 바쁘게 진행하다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때 배운 교훈이 아무리 급해도 모든 일을 정확히 단계별로 지켜서 하는 것입니다. 실을 바늘 몸체에 묶어서는 바느질을 못한다는 속담이 딱 맞는 곳이 바로 생산일입니다.
원래 만들어놓은 표준작업대로 해야 탈이 나지 않는 법이라는 교훈을 이 경험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세상의 빛을 바꿔라

많이 알려진 것처럼 LED는 경제성, 친환경, 고품질 측면에서 차세대 조명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길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이 LED에서 발생하는 열을 얼마만큼 냉각을 잘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저희 회사의 주력 상품은 주로 실외용 대형 LED 조명입니다. 그래서 국내보다는 해외 판매가 비중이 큽니다. 대표적인 예로 LED 투광등(독일 슈트트가르트 축구 연습경기장, 일본 나가노현 마쯔모토 성, 서울시 시청사, 일본 야후돔 야구 경기장, 일본 기류 보트 경기장)과 전자기기 냉각(시스템 에어컨, 스마트폰) 그리고 LED 자동차 헤드램프(기아자동차 K9) 등입니다.
제 스스로 성공했다고 보지 않는 입장에서 조언이라기보다는, 먼저 창업한 사람으로서 경험을 빌어 말씀드리면 가능한 창업 준비기간은 길게 갖는 것이 좋습니다. 연구원들의 특성이 어려운 기술개발에 성공을 하면 만족하는데,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먼저 보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비즈니스적인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창업 전에 다국적 업체에 가서 세일즈와 마케팅을 배우고 창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개발자의 마인드에 영업의 마인드까지 갖춰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급성장하는 것보다 영속성,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에 초점을 두고 좀 더 멀리 보면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생과 상생을 추구하는 삶

회사 목표는 LED 조명 업계 스포츠 분야(실외) TOP3 진입하는 것입니다. 또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능력을 발굴시키고, 동기부여를 해줌으로써 한 사람을 인재로 잘 성장시키는 것, 직원들에게 삶의 터전인 회사가 그들의 기본 생활을 보장해주는 탄탄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ETRI는 제가 이렇게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중심이 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ETRI가 출연연구기관으로서 ETRI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역할과 미션을 충실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은 저처럼 ETRI출신 기업인들과 ETRI가 내부적으로 긴밀하게 상호 교류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지속적인 관계의 장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ETRI가 개척해온 길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역사관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더 빛나는 ETRI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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