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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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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등대
홍성·보령·청양을 아우르는 명산

오서산은 홍성군, 보령시, 청양군 3개 시군 경계에 위치한다. 높이는 해발 791m로 서대산(904m), 계룡산(847m), 대둔산(879m)에 이어 충청남도에서 네 번째로 높다. 서대산, 계룡산, 대둔산 등이 내륙으로 치우쳐 있는 데 반해 오서산은 천수만이 코앞에 내려다보이는 해안에 위치해 있다.

오서산(烏棲山)이라는 이름은 까마귀가 많이 서식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정상에 올라보면 까마귀를 찾아보기란 쉽지가 않다.
한편,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에게 나침반 혹은 등대 역할을 한다 하여 '서해의 등대산'으로도 불린다.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보니 들머리도 제각각이다. 홍성군 광천읍 상담리에서 정암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거나, 홍성군 장곡면 광성리에서 공덕고개나 내원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있다. 최근에는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의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월정사를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인기다. 규모가 작은 산이지만 들머리도, 하산길도 제각각이니 방향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중 상담주차장을 출발해 정암사를 거쳐 정상에 오른 후 광성리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계단길 따라, 억새능선 따라

오서산은 산행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다소 험한 곳이다. 비탈진 경사가 많고 등산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곳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서산 등산로의 초입은 약간 밋밋해 그 다음 경로인 정암사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상담주차장에서 30분 정도 더 오르면 백제 고찰인 ‘정암사’가 나오는데, 이곳은 백제 무왕 때 무렴 국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다른 사찰에 비해 작고 낡은 고찰이지만 나름대로 세속과 적당히 거리를 둔 옛 지혜가 돋보인다. 그 주변에는 수백 년생 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고찰의 분위기를 한층 돋워준다.

정암사를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펼쳐지는데, 40여 분 정도 끝없이 이어진 나무 계단길을 걸어야 한다. 이 계단길은 마치 국가대표선수들의 훈련코스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지루하고 힘들다. 계단길을 다 오르면 자라모습을 닮은 넓적한 바위 하나를 볼 수 있는데, 그 모양에서 이름 지어진 ‘자라바위’이다. 이 자라바위가 이곳에 위치하게 된 유래가 재미있다.

옛날 산신령이 자라 등을 타고 산에 오르고 있었는데, 산길이 험하니 자라는 힘에 겨워 지쳐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산신령은 그 자리에서 “너희 평생을 정상만 바라보며 살아라”하며 자라를 놓고 사라졌다. 자라는 그 위치에서 바위가 되어 지금까지 앉아있다.

유래를 듣고나서 다시 보니, 금방이라도 자라가 움직일 것만 같았다.

자라바위를 뒤로하고 계단길을 좀 더 오르면 7부 능선을 만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 쪽 풍광이 장관이다. 또, 조망을 보면서 오를 수 있으니 심심함도 덜하다. 이렇게 정상을 향해 내딛다 보면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에 세워진 나무 데크를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태풍으로 쓰러진 정자 오서정이 있던 자리에 대신 세워진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등산객들이 시원하게 펼쳐진 신록의 억새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아스라이 펼쳐진 장관을 눈으로도 담는다.
바다와 들판을 조망하는 정상

다른 산들과는 달리 오서산의 정상에는 키가 큰 나무들과 사방에 시야를 가리는 큰 산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경치가 유난히 장쾌하며 시원하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km의 주능선은 억새밭으로 이뤄져 가을에는 억새산행지의 명소이기도 하다. 또한 오서산을 찾는 이유가 한가지 더 있는데, 억새밭을 붉게 물들이는 ‘서해 낙조’가 그것이다. 온통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내려앉는 석양이 가히 황홀하고 아름다워 일부러 오후 늦게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도 꽤 많다.

드디어 정상. 정상석을 마주하니 정상까지 올라섰다는 성취감이 물씬 느껴져, 힘들고 지루하기만 했던 계단길이 사르르 잊혀졌다.

능선을 따라 초록의 억새 물결을 친구삼아 신나게 걷다보면, 금북정맥에 합류되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 갈림길은 백월산과 공덕고개로 나뉘는데, 이중 공덕고개 방향으로 하산하면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게 내려올 수 있다.

산행 후 특색 있는 먹거리를 찾는 것도 지방 산행의 묘미. 오서산 부근에는 ‘오서 삼미(三味)’가 있다. 광천토굴 새우젓, 광천 맛김, 남당항 대하가 바로 그것이다. 광천읍 독배마을 야산에는 30여 개의 토굴이 있는데, 이곳은 연중 15℃ 안팎의 일정한 온도로 젓갈발효를 하는 최적의 장소이다. 광천토굴 새우젓은 그 명성이 전국적으로 자자하며, 매년 가을이면 새우젓 대축제를 연다. 광천 맛김도 미식가들 사이에 최고로 꼽히며, 남당항은 대하축제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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