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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3 201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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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Q. 웹진 독자와 ETRI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씀과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후배 직원 여러분 안녕 하십니까? 제가 2007년 서울로 이사 한 뒤, 작년 홈커밍 행사에서 ETRI 가족들을 만난 후 벌써 2년이 가까워 오네요. 요즘 저는 노는 일에 바쁩니다. 2009년 ICU(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에서 퇴직 하고부터는 일의 의무에서 벗어나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통신위성우주산업연구회 고문, 법무법인기술고문 등 몇 군데에서 직위를 맡고 있지만, 모두 봉사하는 일입니다. 우주와 위성분야는 청소년층의 관심이 커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언론에 글을 쓰거나 의견을 내서 궁금증을 풀어 주기도 하고요, 그 외에 정보통신, 위성관련 대학특강, 조찬세미나, 방송출연 해설도 가끔 하고 있습니다.

Q. ETRI 원장 재임시절 주력했던 사업들에 대해 들려주세요.

ETRI 원장 재임시절 저는 ETRI를 전반적으로 개혁하고자 했습니다. 추격형 연구보다는 선도형 연구 중심으로 체제를 전환하고자 했죠. 연구과제 발굴에서부터 사업관리와 평가시스템 기법 혁신, 인력관리, 연구관리, 시설보완, 환경개선 등 새로 도입한 것들이 3년간 70개 항목이 넘을 것입니다. 연구원 경영혁신 이야기는 생략하고, 연구사업 2가지만 언급하려 합니다.

무궁화위성은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통신위성으로, ETRI 연구진은 미국 휴스사의 디렉티비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디지털위성방송시스템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결과 1996년 우리나라가 디지털 방송시대에 진입할 수 있었고, 그 때 개발한 송수신기정합규격에 따라 만든 위성방송 세톱박스를 기반으로 우리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을 선점하게 되었습니다.

3세대 이동통신기술인 WCDMA 개발은 제가 원장 취임 후 정보통신부와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작한 사업인데, 제가 퇴임하고 한 달 지난 후 채종석 박사팀이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통해 오늘날 전 세계시장을 점거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습니다. 세계시장의 80%를 점하는 비동기방식 휴대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편 ETRI가 퀄컴과 공동으로 개발한 2세대 CDMA 이동통신은 기술적으로는 세계사적인 쾌거요, 우리나라 국가위상을 크게 높인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사업적인 면으로는 ETRI가 불공정한 기술료 분배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즉 CDMA 이동통신 기술을 공동개발한 미국 퀄컴사가 CDMA 기술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에 퀄컴과 기술료 분배금에 대한 국제중재를 신청, 2년여에 걸친 소송 끝에 약 3억 달러의 기술료 분배금을 환수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이 일은 ETRI가 기술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통신제조업체들도 특허관리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재임 시절 보람됐던 일, 그리고 아쉬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보람 있던 일도 많고 아쉬웠던 일도 많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원천기술연구소를 유지발전 시키지 못한 것입니다. 저는 NASA에서 컴퓨터통신 전문가로 근무하다 ETRI에 데이터통신연구실장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ISDN 연구부를 거쳐 신설된 컴퓨터연구단장을 맡았는데,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결국 컴퓨터연구단은 시스템 보다는 응용 S/W를 주로 개발하게 되었지요. 슈퍼미니컴퓨터인 TiCom이 잠시나마 세상에 나온 것은 행정전산망사업 덕분이었습니다. TiCom이 행정전산망에 채택되고 우리 고유의 후속 슈퍼컴과 인터넷 서버를 개발했더라면 정보시장을 IBM과 Cisco에 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광주, 대구분원 설립을 추진했던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대덕에는 원천기술연구소만 남고, 전문분야별로 지역특성에 맞춰 분할 배치하는 것이 ETRI가 국가연구소로서 장기적으로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이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설득해서 광주, 창원, 대구 분원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광주분원을 먼저 설립했는데 임기가 차서 대구분원 설립을 하지 못하고 퇴임했습니다.

직원 복지를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으나 아쉬운 것들도 있습니다. 7연구동 환풍방향 개선 등 다음해 사업으로 계획해 놓고 퇴임한 것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ETRI는 구조조정이라는 뼈를 깎는 아픔도 겪어야 했습니다. 혁신이란 피부를 벗겨내고 새살로 채우는 일이라 직원들도 엄청난 고통을 감내했고 저도 어려웠습니다.

Q. 국내 ICT 분야의 전망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경제개발시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모방개발로 수출산업 진흥에 이바지 했으나 이제는 기업이 그 능력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ETRI는 국가연구기관이므로 인력과 예산을 원천기술 개발에 50% 쓰고, 나머지는 공익을 위한 기술개발에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ETRI가 정보화 사회의 원천기술인 컴퓨터시스템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세대 울트라 슈퍼컴퓨터를 ETRI에서 개발하면 좋을 것입니다. 또한 해커에 앞서가는 정보보호, 정보보안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확장일로에 있는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의 존엄이 상실되는 현상은 방치될 수 없습니다. ETRI가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사이버테러나 인터넷 상에서의 각종 무질서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Q. 창조경제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ETRI의 미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1년 국가 R&D 예산은 5조6천억 원이었고 2013년 16조9천억 원으로 310% 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기술료 무역수지는 2001년 28억 달러 적자이던 것이 2012년 65억 달러 적자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기술료 수입/지불 비율이 미국은 1.6, 일본은 4.0로 흑자인데, 우리는 0.3으로 적자입니다. 예산을 3배나 늘려줘도 원천기술 개발을 못하기 때문에 외국기술도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창조경제 토양을 위하여 정부는 현재 22% 수준인 기초원천기술 연구 예산비율을 2018년 까지 40%로 올리겠다고 합니다. 창조경제를 선도하려면 창의적 첨단기술, 즉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기업체도 할 수 없고 일반인도 낼 수 없는 아이디어도 ETRI가 내놓기를 모두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2세대 CDMA 공동개발의 사례를 거울삼아 원천기술 개발에 힘써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ETRI가 되기를 바랍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기회가 생기는 대로 제가 가진 경험자산을 이용하여 ‘지식세대’와 ‘지혜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는 일에 참여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우리가 정보화 사회를 구축하느라 30여년 애썼는데, 정보화 사회는 과연 우리가 예상했던 바처럼 편리하고 행복한지 자문할 때가 있습니다.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더 큰 기술은 잘못 된 기술입니다. 우리 세대가 개발한 IT 기술들이 복지사회 건설에 보탬이 되도록 봉사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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