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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2 September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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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데이터 속에서 나를 발견하다

이주행 & 이정원 ‘페블러스(Pebblous)’ 공동창업자

ETRI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1년 11월 1일 설립을 앞둔 스타트업이 있다.
데이터의 진심을 탐구하는 기업, 페블러스(Pebblous)다.
ETRI에서 컴퓨터그래픽스, 인간로봇상호작용, 그리고 인공지능을 연구해온 이주행 연구원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를 연구해 온 이정원 연구원.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데이터 스튜디오 기업, Pebblous를 살펴보자.

이주행,이정원 연구원

두 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interview

이주행 & 이정원

저는 ETRI에서 23년 동안 컴퓨터그래픽스에서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온 이주행 / 마찬가지로 ETRI에서 19년 동안 인공지능을 이용한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온 이정원입니다.

이주행 연구원

ETRI에서의 20년을 마무리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motive

이주행

ETRI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쌓았습니다. 제 실력도 굉장히 올라갔고 배운 것도 많은데, 또 그것과는 별개로 연구자로서의 “연구자로서의 제 역량을 다른 곳에서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창업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정원님한테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문자로 운을 띄웠더니, 딱 한 마디로 온 답장이 “설렌다”였어요. 지금 당장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그때가 4월 1일, 만우절이었어요. 그날 벚꽃나무 아래서 거짓말처럼 도원결의를 하고 지금까지 왔습니다.

이정원

저는 주행님의 문자를 받고 3분 만에 결심했고, 두어 시간 후 만났을 때 그 자리에서 결정했어요. 저희가 처음 만났던 2013년 이후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잘 알게 됐어요. 지향점이 같았고, 일하는 스타일과 퀄리티에 대해서도 신뢰가 있었죠. 그래서 주행님과 함께라면 뭘 하든 상관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정원 연구원

왜 하필 데이터인가요?data Management

이주행

세월호 사건 때 컴퓨터 공학을 했던 사람으로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정보가 굉장히 왜곡되어 유통되고 있다고 느꼈어요. ‘정보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 이런 문제들이 아직도 남아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틈틈이 노트에 ‘좋은 정보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정리해 왔습니다. 중요한 정보가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는 <Weero Physics> 라는 새로운 정보 물리학을 생각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개인의 일상을 중요도 순으로 관리하는 것에부터 출발하자는 생각으로 매일의 데이터를 수작업 비주얼 로그로 작성하며 데이터를 모아 보았습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경험이 시스템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복잡한 데이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무언가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정원

저는 매일 저의 모든 활동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년마다 정리하고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고 있고, 이런 기록과 활동을 바탕으로 ‘내 인생의 조각모음’을 주제로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클럽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축적하려면 습관도 만들어야 하고, 기록을 정리하는 방법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게 단순히 기록이라는 행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관점이 달라지고 일상이 정돈된다고 느끼는 멤버들을 보면서 보람을 느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또 더 알아가고 있고요. 또 워낙 관심이 많았죠.

이주행

저희가 4월 1일에 창업을 결심하고 회사 이름을 정한 뒤에 창업선언문부터 작성하기 시작했어요. ‘Pebblous Manifesto’ 라는 글인데, 저희 심장과도 같은 글이에요. 거기에서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죠. 이 글을 작성하면서 데이터의 진심이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사용자와 데이터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용자가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이었죠. 인공지능은 도구로 활용되는 기술일 뿐이에요. 동시에 사업이라는 기회도 있는 거고요.

Focus on ICT 관련 이미지4

ETRI 연구원으로 계시다 창업을 하게 되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요?Advantages

이주행

창업을 하면 ETRI 휴직을 하게 돼요. 그런데 그 전에 7개월 동안 월급 받으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줘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5천만 원의 연구비도 지원받을 수 있어요. 기술창업실에 계신 분들이 정부 지원사업 등 여러 정보를 알려주시고 방향성에 대한 도움도 주세요. 일종의 작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시죠.

이정원

기술창업제도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거라고 생각해요. 회사를 만들기 전에 공부하고 준비할 것들이 꽤 많거든요. 그리고 기술창업실에서 창업가들이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세미나를 열어주시기도 해요. 이런 교육과 세미나를 통해 회사를 만드는 일에 대한 실무를 알게 되고, 창업 후 생길 일들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기술창업실에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이주행

저는 독립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그게 창업이 될지, 대학 교수가 될지, 혹은 또 다른 길이 될지. 그러던 와중에 3년 전쯤 트위니라는 대전의 로봇 자율주행 기업 천홍석 대표님이 저에게 창업을 권하셨어요. 이번에 제가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도 저희를 많이 도와주고 계시죠. 뿐만 아니라 다른 멘토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진도 나가기가 어려웠을 것 같아요. 저희는 아직 Pebblous가 태중에 있는 아기라고 생각하거든요. 11월 1일 법인 설립일이 되면 태어나게 될텐데, Pebblous가 태어나기도 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정원

그리고 정부나 다양한 곳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제도들이 많이 있어요. 옛날 창업 선배님은 ‘우리 때는 꿈도 못 꿀 이야기야’라고 말씀하실 것도 같은데, 저희가 월급 받으면서 창업을 준비할 수 있고, ‘예비창업 패키지’라는 중소벤처기업부 지원금도 있고. 시장에 투자금도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창업하기 좋은 시점이라는 것을, 저도 창업을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주행,이정원 연구원

연구원으로서의 나와 창업자로서의 나,
어떻게 다른가요?separation of life

이주행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기본적으로 끝까지 연구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는 연구자로서 굉장히 충실한 삶을 살았어요. 좋은 연구도 하고, 나름대로 큰 상도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예술가로도 활동해 왔거든요. 요즘 말로 ‘부캐’라고 하죠. 3년 정도 예술가로도 살면서 전시회도 열고 했던 경험이 저에게 큰 영향을 줬어요. ‘연구자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삶도 있구나’. 작품을 전시하면서 또 다른 나를 찾았고, 이게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계기, 용기가 됐던 것 같아요.

이정원

창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쓰는 말들이 많이 바뀌었어요. 투자, 지분, TIPS1), 시리즈 A 등등. 만나는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죠. 아, 돈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내가 갖고 있는 돈, 쓸 돈에 대해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나의 가치, 회사의 가치가 어떻게 환산되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저희가 하는 일에도 새로운 영역이 하나 더 생겼지만, 일 하는 스타일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만의 스타일이 경쟁력이고 핵심인 것 같기도 해요.

1) TIPS프로그램(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이스라엘式)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술아이템을 보유한 창업팀을 민간주도로 선발하여 미래유망 창업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프로그램

이주행 연구원

창업을 준비하시는
다른 연구원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Advice

이주행

저희가 창업을 시작해 보니까,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저희라는 사람을 보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본인이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인 매력 등등 다양한 매력을 가져야죠.
저의 솔직한 마음은 너무 섣불리 창업하지 말라는 거에요. 본인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성장했을 때 나오시면, 얼마든지 좋은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구자로서 창업을 생각하시는 것이 굉장히 좋은 커리어 패스라고 생각을 하는데,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ETRI에서 네트워크 만들고, 실력도 쌓는다면, ETRI의 제도를 활용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을 만드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아직 설립 전이긴 하지만, 저희에게 물어보셔도 많이 가르쳐드릴게요. 또 연구원에 창업참여제도가 있습니다. 본인이 창업하지 않더라도, ETRI 출신 창업 스타트업에 합류하면 휴직이 가능해요. 한번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정원

마찬가지에요. 투자자분들은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도 보지만 팀을 중요하게 보시더라구요. 좋은 창업팀을 만들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부터 주변에서 나가면 춥다, 정글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고 실제로 고생하시는 분들도 봤고, 저희도 고생하겠죠. 그렇지만 좋은 동료들과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실제 저희가 창업을 결심하고 4개월 동안 엄청나게 공부했고, 생각보다 빠르게 진도가 나갔어요. 저희도 선배라면 선배니까, Pebblous 팀에 와서 경험해 보시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너무 겁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과정 자체가 멋진 것 같아요,
저는 이 일을 시작해서 혹시라도 회사가 잘 안 된다고 할지라도 저의 가치는 올라갈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과정이 있고, 새로운 종류의 경험을 하게 된 만큼 제가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경험이 자산이니까요.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주행

저희가 뜻을 세웠더니, 주변에 좋은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도와주시는 것에 감동을 느꼈어요. 저희는 지금 함께 일할 동료들을 모으고 있는 상황인데, 이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좋은 투자자분들이 오신 것처럼, 좋은 동료들이 찾아와 주실 거라고 기대합니다.

Editor epilogue

‘글쎄요. 저희를 아는 분들이라면, 투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투자자라면, 두 사람에게 투자할 것인지 묻는 말에 이정원 연구원은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가 투자자라도 두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들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나왔을까 생각해보니 그들의 말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ETRI에서의 경험과 배움, 노하우, 만남,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것이 그들의 자신감이었다. 11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그들의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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